[기자수첩] 게임위 위원으로 역사 전문가를?
2021.05.31 18:28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최근 게임에 대한 법안 발의가 늘어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만 살펴봐도 작년 한 해 동안 발의된 법안은 총 7종인데, 올해는 5월 31일까지만 따져도 벌써 8종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게임업계와 게이머 현안으로 떠오른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것이지만, 국내 게임 심의를 맡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대한 법안도 있다. 핵심은 게임위 위원에 역사 전문가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중국 게임에서 불거진 한국 역사 왜곡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게임법으로도 '반국가적 행동 묘사, 역사적 사실 왜곡'에 위반되는 게임에 등급을 내주지 않을 수 있으나, 게임위에 역사적 사실 왜곡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다.
법안 발의 취지 자체는 얼핏 그럴듯하다. 실제로 작년에 국내 게이머에게 큰 충격을 줬던 샤이닝니키 한복 사태가 있었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에서 한국 문화나 역사가 잘못된 내용으로 전해지는 상황을 국내외적으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부분은 역사 전문가를 게임위 위원으로 둔다고 해서 역사왜곡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부분이다.
먼저 샤이닝니키는 게임 내에서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이라 주장한 부분이 없고, 한복 의상에 대해 게임 밖에서 일어난 논란이 커지고 중국 게임사 스스로가 ‘한복은 중국 의상이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국내 서비스가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다시 말해 게임 내 내용을 심사하는 게임위에 역사 전문가를 추가한다고 해서 샤이닝니키처럼 게임 외적 요소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게임위 등급분류 규정은 게임에 담긴 내용 및 업데이트 콘텐츠에 대한 부분만 있고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은 없다.
아울러 국내 게이머가 정부 심의 없이는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구별해낼 수 없는 존재로 비칠 수 있다. 샤이닝니키 사태를 포함해 관련 사건을 되돌아보면, 국내 게이머는 역사왜곡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눈을 감지 않고 필요하다면 해외 게임사에 적극적으로 항의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주장해왔다. 굳이 게임위가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국내 게이머는 스스로 역사왜곡 게임을 찾아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심의 권한이 국내에 한정되는 게임위에 역사 전문가를 위원으로 둔다는 것은 국내 게이머를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후견인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라는 부분은 과학이나 수학과 달리 학자 사이에서도 해석이 크게 갈리는 분야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역사학자 1~2명이 게임위 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위원으로 섭외된 역사학자 성향이나 일부 학자의 역사 해석 방향이 게임 국내 서비스 여부를 좌우하는 심의기준처럼 운용될 여지가 있다. 근현대사처럼 평가 기준이 크게 갈리는 소재일수록 그 우려가 더 크다.
역사에는 정론이 있으나 정답은 없고, 넷플릭스에서 흥한 킹덤처럼 대체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도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와중 일부 학자 관점에 따라 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되려 역사 소재 게임을 만드는 국내외 개발사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현행 게임법에서 게임위가 역사적 부분에 대한 부분을 ‘반국가적 행동 모사, 역사적 사실 왜곡’ 등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정도에서 그친 이유도 게임 심의가 역사 게임의 창의성을 과하게 해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 게임사의 문화 동북공정 시도는 막아야 한다. 다만 그 방법으로 게임위에 역사 전문가를 추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를 대상으로 게임 및 문화 콘텐츠에 실린 사실과 다른 역사적 내용을 지속적으로 짚어내어 널리 알리고, 해외에 한국 역사와 문화 알리기에 정책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국내 역사교육을 강화 및 점검하는 것이 시간은 더 걸릴지라도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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