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4 블러드, ‘매운 맛’이 살아 있는 협동 게임
2021.10.18 18:55게임메카 김경민 기자
레포데 제작진의 좀비슈팅 신작 백 4 블러드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다만, 지난 8월 테스트에서는 전작 ‘레프트 포 데드 2’와 비교했을 때 완성도가 기대 이하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데 테스트 피드백 반영 후 지난 13일에 출시된 백 4 블러드는 단점은 개선하고, ‘매운 맛을 지닌 협동 게임’이라는 장점이 부각된 게임으로 완성됐다. 이를 통해 테스트 당시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었다는 의견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장르 특유의 재미를 잘 살렸다. 여러 유저와 힘을 합쳐 고난이도 미션을 공략하는 맛이 살아있고, 카드로 능력을 부여하는 덱 설정으로 전략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픈 초인 만큼 콘텐츠가 부족한 점이 아쉽지만 기본적인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백 4 블러드 캠페인은 ‘매운 맛’
우선 주요 콘텐츠인 캠페인부터 살펴보자. 백 4 블러드는 서로 협동해 좀비를 물리치며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협동 게임이기에 거의 필연적으로 타 유저들과 협력해야 한다. 싱글 모드도 지원하지만 기본적으로 싱글 모드에서는 덱을 짜는 데 필요한 카드를 수집할 수 있는 보급점수가 주어지지 않으며, AI 지능도 높지 않아서 진면모를 맛보고 싶다면 멀티가 요구된다.
캠페인은 총 3개 난이도를 지원하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점점 ‘매워지는’ 것이 체감된다. 신병 난이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베테랑 난이도로 들어서면 팀원 한 명이라도 제 역할을 못하면 클리어가 힘들어질 정도다. 가장 어려운 나이트메어 난이도의 경우, 작은 실수 하나가 전멸로 이어지기도 했다. 레포데에 매운 맛이 한층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클리어를 위해서는 모든 팀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매운 맛은 백 4 블러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탄약 공급도 충분하지 않고, HP 회복 수단 도 적기 때문에 신중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게다가 베테랑 난이도부터는 팀킬도 가능하기에 생각 없이 쏘기만 하는 플레이는 지양해야 하며, 맞을 때마다 최대 HP가 줄어드는 트라우마 시스템도 있다. 그렇기에 포지션을 나눠 각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가가 미션 성패를 좌우한다. 전체적으로 협동을 강조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며, 팀을 위한 이타적 플레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캠페인 완성도를 뒷받침할 스토리는 다소 아쉽다. 미션마다 목표 수행과 함께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화면 아래 출력되는 작은 자막으로 스토리가 안내되기에 플레이 중 보기 불편하다. 읽지 않는다고 해서 진행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스토리 전달력은 왜 리든을 박멸해야 하는가를 각인시키지 못한다.
확실한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은 카드 시스템
백 4 블러드의 고유 요소는 카드 시스템이다. 테스트보다 다양한 구성을 갖췄고, 높아지는 난이도에 맞춰 독특한 능력을 지닌 카드로 나만의 덱을 구성해 나가는 전략적인 재미를 준다. 상황에 따라서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카드로 덱을 채워, 탱커나 힐러 등 특정 포지션을 맡을 수도 있다. 필요한 카드는 플레이를 통해 획득하는 보급점수로 모을 수 있고, 팀킬을 방지하는 ‘앉아 쏴’ 등 고난이도 도전에 필수적인 카드도 다수 있어 파밍 욕구를 자극한다.
적대 세력인 리든 측에 이점을 부여하는 오염 카드도 종류가 늘었다. 테스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해그 등 여러 특수 리든에, 플레이어를 조여오는 위기 상황 부여 카드가 플레이에 재미를 더하고, 매 판마다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카드 시스템은 테스트 기간에도 호평을 받았지만, 정식 출시 단계에서 더 탄탄하게 보완된 느낌이다.
아울러 카드 시스템은 캐릭터 고유 능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준다. 의사인 도크를 제외하고 특정 캐릭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기에, 팀 구성에서 특정 캐릭터 포함 여부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게임에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고난이도의 경우 카드 파밍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협동 플레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에 부지런히 모아둘 필요가 있다.
부족한 가시성은 여전히 아쉬워
백 4 블러드에서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부분은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는 게임임에도 가시성이 낮아서 피아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플레이 중 주의를 요하는 새 무리나 문에 붙어 있는 알람 경보, 불 붙으면 터지는 자동차 등 주요 오브젝트는 초반에 잠깐 설명만 해줄 뿐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면 구별하기 어려워서 싸우다가 잘못 건드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팀에 칼리가 있다면 위협 감지 능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으나, 팀원들에게 핑을 찍는 부분도 가시성이 낮아서 파악하기 힘들다.
리든 무리 속에 있는 특수 리든을 구별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덩치가 큰 톨보이나 리커류 리든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스팅어나 호커, 스토커 등 특수 리든은 무리에 숨어들면 구별해내기 쉽지 않다. 특히 특수 리든들은 치고 빠지기 및 제압에 특화돼 있기에,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공격하거나 갑자기 캐릭터를 덮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몰려오는 적을 상대하는 만큼 피아 식별이 어려운 부분은 플레이에 불필요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간만에 등장한 좀비 협동 슈팅 수작
종합적으로 백 4 블러드는 협동 좀비 슈터라는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임이다. 낮은 난이도에서는 호쾌한 액션을, 고난이도에서는 고도화된 협동이 요구되는 매운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세부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한 면모가 보이지만, 업데이트를 토대로 오래 즐길만한 슈팅 게임으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더 많은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6만 8,800 원이 아깝지 않은 수작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