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충전해 놨는데, 연말 기대작들의 연이은 배신
2021.11.17 11:38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올 연말은 오랜만에 대형 신작들이 부딪힐 것으로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발매되는 신작들이 저마다 이런저런 이슈에 휘말리며 낮은 평가를 받고 있어 게이머들의 실망감이 증폭되고 있다.
첫 번째 주자는 지난 10월 7일 정식 발매된 파 크라이 6이다. 매번 고품질 그래픽의 오픈월드를 선보이며 주목 받았던 시리즈였으나 이번 6편에서는 기술적 발전을 느낄 수 없었으며, 게임성 면에서도 최근 수없이 반복됐던 '유비식 오픈월드'를 답습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게임 내 삽입된 미니게임인 투계 모드가 가장 재미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파 크라이 6은 PC판 기준으로 11월 17일 현재 메타크리틱 전문가 평점 74점, 유저 평점 3.5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작인 파 크라이 5가 전문가 평점 78점, 유저 평점 6.2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반 0점 테러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특히 파 크라이 5도 전작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음을 감안하면 평작 이하라는 평가다.
뒤를 이은 게임은 11월 5일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뱅가드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초대 특수부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기대와는 달리 평이 양극화 되어 있는 상태다. 전반적인 평가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로서 아주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4년씩이나 개발한 게임 치고 딱히 임팩트가 없다는 정도로 굳어지고 있다.
싱글 캠페인은 여러 전장을 다뤄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플레이타임이 지적되고 있으며, 멀티플레이는 연출이나 리스폰 등 엉성한 짜임새들이 비판받았다. 17일 현재 콜 오브 듀티: 뱅가드 PC버전 메타크리틱 전문가 평점은 75점, 유저 평점은 4.3점이다. 다만, 전작인 블랙 옵스: 콜드 워 역시 딱히 나은 평가는 아니라는 점에서(전문가 평점 76, 유저 평점 3.1) 어찌 보면 평작에 가깝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세 번째 게임은 12일 사전 플레이를 시작한 배틀필드 2042가 차지했다. 배틀필드 2042는 전작 배틀필드 5로부터 3년 만에 출시된 신작인데다, 전작에서 비판 받았던 PC요소 대신 게임성에 집중한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공개 당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인천 송도가 전장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나 첫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비행기 묘기 플레이 '란데죽' 패러디 등으로 굉장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정식 출시도 전에 배틀필드 2042는 악평을 넘어 비웃음까지 사고 있다. 호버보트로 중력을 무시하며 건물 벽을 자유롭게 기어올라가는 플레이는 이미 일상화 됐으며, 상식을 거스르는 밸런싱, 자꾸 끊기는 서버 상태와 최적화 등이 주로 지적받고 있다. 17일 메타크리틱 전문가 평점은 PC 기준 77점으로 아주 낮진 않지만, 유저 평가는 2.5점으로 암울한 상태다. 정식 출시 전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저평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라이트는 GTA 트릴로지 데피니티브 에디션이 차지했다. 시간 순으로 보자면 배틀필드 2042보다 먼저 출시됐지만, 실제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을 감안하자면 네 번째 순서가 맞을 듯 하다.
사실 GTA 트릴로지 데피니티브 에디션에 대한 여론은 여러 번 변했다. 공개 당시엔 GTA 6은 공개하지도 않고 또 우려먹기에 나선다며 비판이 거셌지만, 곧이어 GTA 시리즈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손꼽히는 GTA 3, 바이스 시티, 산 안드레아스 3편을 기반으로 비주얼을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출시 이후 이러한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PC 버전은 출시와 동시에 서버 문제가 생기며 실행은 물론 구매까지 막혔고, 일부 번역이나 그래픽, UI나 시스템 등은 차라리 20년 전 원작이 낫다는 평가도 있다. 카툰 느낌으로 바뀐 그래픽도 분위기와 안 어울린다는 비판이 줄을 이으며, 최적화 문제와 원작에 없던 수많은 버그까지 등장하며 현재까지도 무수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GTA 트릴로지 데피니티브 에디션의 PC판 유저 평점은 0.5점으로, 역대급 저평점이다.
위에 소개한 게임 4종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말 대작 홍수를 기대했던 게이머들은 허무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포르자 호라이즌 5,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2 등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고 헤일로 인피니트 등 아직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1달 전에 비해 김이 많이 빠진 느낌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