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왕, 스토리에 흥미 있는 롤 팬을 위한 헌정작
2021.11.29 18:16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지난 11월 17일, 라이엇 포지가 마법공학 아수라장과 함께 몰락한 왕: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이하, 몰락한 왕)를 출시했다. 라이엇 포지는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하는 게임을 제작하는 자회사로, 같은 날 출시된 마법공학 아수라장에서는 직스와 하이머딩거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반면, 몰락한 왕에서는 미스포츈, 일라오이 등 빌지워터 소속 챔피언과 ‘몰락한 왕’ 비에고와 같은 그림자 군도 소속 간의 반목을 그렸다. 전체적으로 여러 챔피언 간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롤에서 간접적으로 전해줬던 세계를 플레이어가 직접 살펴볼 수 있게 보여준다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게임이었다.
그간 롤에서 뿌린 '떡밥'을 회수한다
몰락한 왕의 시점은 롤에서 진행한 2021 이벤트인 '감시단의 비상'의 프리퀄로 보인다. 비에고로 인해 만들어진 죽음의 땅 ‘그림자 군도’에서 발생하는 망령들의 습격인 ‘해로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양도시 ‘빌지워터’를 배경으로 삼았다. 빌지워터가 배경인 1부에서는 미스 포츈, 일라오이, 브라움, 야스오가 등장하고, 그림자 군도가 배경인 2부에서는 파이크와 아리가 등장한다.
아리와 야스오의 동행은 자칫 뜬금없게 느껴질 법 하지만, 롤에서 진행한 2020 영혼의 꽃 시네마틱 ‘형제의 피로 얼룩진 검’ 트레일러에서 둘의 동행은 예견되어 있었다. 영상에 나왔던 “게다가 우리 둘 다, 따로 찾는 게 있잖아?”라는 아리의 말에 “그게 빌지워터에 있다는 건가”라는 야스오의 답변은 몰락한 왕에서 두 챔피언의 출현을 예고한 일종의 ‘떡밥’이었다.
아울러 몰락한 왕에서 의외의 등장인물이라 할 수 있는 '브라움' 역시 프렐요드에 발생한 병을 치료할 약을 찾기 위해 빌지워터에 왔으며, 앞서 이야기한 영혼의 꽃과 감시단의 비상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롤에서 언급된 여러 이야기가 몰락한 왕에 얽혀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몰락한 왕은 갱플랭크가 사라지고 혼란해진 빌지워터의 안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스 ‘사라’ 포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힘의 교체를 꿈꾸는 다른 해적들과 세력을 다투던 미스 포츈은 망령들의 습격을 발견하고, 이후 빌지워터를 탐험하며 플레이어를 이야기 중심으로 이끈다. 그 과정에서 빌지워터의 분위기, 미스 포츈과 갱플랭크에 대한 평가, 나가카보로스를 모시는 일라오이의 부족인 부흐루족의 설정 등 롤에서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 성장과 전투에도 담긴 '롤'의 흔적
일단 몰락한 왕은 롤 스토리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턴제 RPG다. 스토리 전개와 함께 챔피언을 키우고, 던전 등을 공략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스토리는 물론 전투, 육성 등에도 '롤'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먼저 게임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크게 필드에서의 상호작용, 시네마틱 영상, 카툰식 대화로 압축된다. 특히 시네마틱 영상은 라이엇게임즈가 롤을 통해 보여준 ‘Get Jinxed’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3D 그래픽 영상에 2D 애니메이션 이펙트 조합으로 고유한 스타일을 전한다. 그래서인지 게임에 포함된 영상은 분명히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롤의 이야기를 전달해준다는 느낌을 확실히 전해준다.
세세하고 넓게 구현해둔 맵 또한 쿼터뷰를 통해 확보된 넓은 시야로 지역 분위기를 한 화면에 보여준다. 맵 곳곳에 배치된 NPC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룬테라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임 내 챔피언 목소리도 기존 롤 챔피언의 성우를 그대로 기용해 몰입도를 높여준다. 아울러 '설화'라는 수집형 콘텐츠를 통해 맵 여기저기에 흩어진 이야기 조각을 모으며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캐릭터를 강화하는 성장요소에도 롤의 주요소를 담았다. 먼저 장비부터 살펴보면 ‘도란의 검’이나 ‘도란의 반지’, ‘마나무네’ 등 롤에서 등장한 아이템이 몰락한 왕에도 등장한다. 아울러 챔피언에 특성을 붙이는 '룬' 역시 현재 롤에서 간소화된 버전으로 적용되었으며, 스킬도 버프, 디버프 등이 원작에 충실하게 구현되어 롤을 꾸준히 해왔다면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챔피언 스킬은 액티브, 던전, 패시브가지 총 16종이며, 원하는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 캐릭터를 키워나갈 수 있다.
전투가 진행되는 전투로 역시 롤처럼 3 라인 기반으로 진행된다. 몰락한 왕 전투로는 신속로, 균형로, 강력로로 구성되며 롤의 대표적인 전장인 소환사의 협곡에 등장하는 탑, 미드, 봇 라인을 연상시킨다. 몰락한 왕에서는 공격로에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신속로는 대미지가 약한 대신 대기 시간이 짧고, 조건에 따라 적 버프를 지운다. 균형로는 대미지와 대기 시간이 균형을 이룬 라인이며, 강력로는 대미지가 강한 대신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여기에 각 전투로에 생성되는 장판이라 할 수 있는 '영역'이 라인 선택에 대한 고민을 더한다. 영역은 버프, 디버프와 무관하게 플레이어와 함께 턴에 맞추어 움직이며, 경우에 따라 특정 영역을 피하거나 혹은 들어가기 위해 챔피언 위치를 조절할 필요가 생긴다. 이처럼 공격로를 조정할 때 쓰는 것이 전투로 스킬인데, 이 중에는 적을 뒤로 밀거나 아군을 당겨올 수 있는 기술도 있다. 이는 롤에서 장판을 맞추기 위해 군중 제어기를 사용하는 느낌을 준다.
롤 유저에게는 매력적일 스토리 중심 턴제 RPG
몰락한 왕을 종합적으로 보면 ‘롤’에서 미처 담지 못한 챔피언들의 이야기를 게임으로 체험할 수 있기에 '롤'을 오래 해왔거나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스토리적으로 흥미로운 게임이 될 수 있다. 특히 전투를 넘기고 스토리만 볼 수 있는 '스토리 모드'도 있어 턴제 RPG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관련 이야기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그러니 챔피언 다수가 얽힌 롤의 세계관에 관심이 있고, 숨은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면 해볼만한 게임이다.
다만 '롤'이라는 원작을 제외하고 턴제 RPG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경쟁작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나 강점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 '롤'에 흥미가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롤'의 이야기를 플레이어에게 전한다에 초점을 맞춰 살펴봐도 아쉬운 부분이 제법 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줄바꿈, 부분적으로 폰트가 바뀌는 글자, 디버프 판정에서 대미지가 숫자가 아닌 네모로 표시되는 등 몰입도를 낮추는 자잘한 버그가 산재해있어 픽스가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