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탈 많은 LCK 스토브리그, 성장통인가
2021.12.01 18:09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LCK의 2021년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LPL의 소환사컵 탈환으로 부정적으로 전망됐던 스토브리그가 예상과 달리 수많은 고급 매물들이 풀렸고, 이 매물들을 확보하기 위한 각 팀들의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뜨겁다는 표현보다는 '파란만장'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치열했던 영입 경쟁만큼 온갖 사건사고와 잡음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시즌 LCK의 경쟁력이 입증됨에 따라 대자본이 투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전엔 없었던 선수와 구단 간의 충돌, 구단과 구단 간의 눈치 싸움 등이 펼쳐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한 프로스포츠가 겪는 성장통 비슷한 것을 겪고 있다.
템퍼링에 언해피, 수많았던 사건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사건사고가 많았다. 시작부터 한 팀의 관계자가 사전 접촉 허가 없이 선수와 연락을 시도하는 템퍼링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 템퍼링으로 인해 선수가 협상 막판에 연봉을 높게 부르거나 계약을 거부하는 등 피해를 입은 팀이 최소 4팀 이상이라고 할 정도니 사태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꽤 많은 선수들이 '언해피'를 띄우기 시작했다. 언해피란 선수들이 계약 조건이나 팀 내 위치, 성적, 코치진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들이 SNS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흔히 언해피를 띄운다고 표현한다. 무려 10개 팀 중 3개 팀에서 이 언해피 시그널이 나왔으며, 해당 팀들 중 한 팀을 제외하면 모두 이적과정에 문제가 없고 팀 내 복지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팬들에겐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재밌게도 이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던 팀은 올해 처음으로 프로스포츠팀을 운영하게 된 농심 레드포스다. 농심은 스토브리그 시작과 동시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예견됐던 '리치' 이재원에게 사전 접촉 허가를 내주지 않은 채 갑작스레 계약종료를 통보해 구설수에 올랐으며, 이후에도 '고스트' 장용준 부당 계약 제시, T1과의 '칸나' 김창동 계약 조항 분쟁 등 온갖 이슈에 이름을 얹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구설수와 별개로 비교적 괜찮은 로스터를 빠르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높아진 LCK의 위상, 그만큼 높아진 자본력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LCK의 수준이 선수와 구단들이 모두 인정할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LCK의 성적은 좋았다. 비록 국제 대회 우승은 못 했지만, 롤드컵 평균 성적은 LPL보다 좋았으며, 경기 수준 또한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보통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을 부르는 중국으로 건너가던 국내 선수들은 물론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인적 자원들이 오히려 한국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번째 이유는 해외 리그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LCK가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LCK 팀들은 2021년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로 대기업 스폰서를 대다수 갖추게 됐다. 몇몇 팀은 아예 대기업에 인수되기도 했을 정도다. 심지어 그렇지 못했던 팀들도 새로운 스폰서를 구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다. 스토브리그 도중 발생한 사건사고가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팀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는 역대 최고 수준 자본이 투입됐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겹치면서 경기 외적으로 프런트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토브리그가 여느 때보다 과열되는 양상을 가져왔다. 보통의 경우는 한두 선수에서 끝날 만한 템퍼링 행위가 대규모로 이뤄진 것도, 올해는 유독 FA가 아닌 트레이드를 통한 팀 이적이 많았던 것도 이런 경쟁의 일환이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구설수조차도 모두 프런트 측에서 의도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재밌는 것은 이 경쟁 구도 속에서 철저하게 유망주 위주 영입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로스터를 꾸려나가는 팀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팀 자본력이 좋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물론 워낙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매물로 풀린 만큼 각자 에이스라고 할만한 대표 선수 한 명씩은 마련하는 데 성공했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선수를 꽉 채우느냐, 육성용 유망주로 선수들을 꽉 채우느냐는 별개의 이야기다. 이 또한 LCK의 자본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LCK 로스터, 결말은?
올해 스토브리그는 LCK의 높아진 위상과 체급을 어느 정도는 실감할 수 있는 장이다. 물론 선수와 프런트 사이의 앙금이나 묵은 문제는 확실히 털어낼 필요가 있으며, 자본으로만 치중된 경쟁도 조금은 식힐 필요가 있다. 선수 연봉이 한없이 치솟다 보면 결국 팀 자본 운용에 한계를 두는 샐러리캡 제도가 이른 시기에 도입될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해당 제도가 없는 해외에 비해서 국내 리그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간에도 LCK 10팀의 로스터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과연 이번 스토브리그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많이 본 뉴스
- 1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2 창세기전3 리버스, 유니콘 오버로드와 유사성 논란
- 3 PS 스토어 ‘몬헌 와일즈 유사게임‘ 주의보
- 4 ‘미드 안 주면 던짐’ 롤 챔피언 선택 방해 대응책 낸다
- 5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6 한국 육군 배경 8출라이크 ‘당직근무’ 정식 출시
- 7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8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
- 9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10 [기승전결] 이상현상 못 찾으면 전역 불가! 당직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