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왜 목만 오셨소 TOP 5
2022.06.23 16:01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삼국지에서, 위왕 조조는 늘 관우를 흠모해 왔다. 그러나 관우는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훗날 손권이 형주를 공격해 관우를 처형한 후 그 목을 조조에게 보내자, 조조는 생전 그토록 염원하던 관우를 머리만 남은 형태로 만나게 된다. 이후 조조는 오늘날까지도 인터넷 상에서 길이길이 남을 한 마디를 던진다.
"관공, 왜 목만 오셨소"
시간을 거슬러 올라, 여기 관우도 아니면서 목만 온 게임 캐릭터들이 있다. 몸은 어디다 놔뒀는지, 머리만 딸랑 출전해 각종 모험을 펼치고 플레이어를 즐겁게 하는 이들 말이다. 물론 판타지 세계관에는 '듀라한'이라는 목을 들고 다니는 언데드 기사가 존재하지만, 여기 소개할 이들은 몸은 없고 오로지 목만 돌아다닌다. '왜 목만 오셨소'가 절로 나오는 목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봤다.
TOP 5. 여자친구 허리춤에 대롱대롱 매달린 머리, 닉(롤리팝 체인소)
2012년 발매돼 'B급의 정석'을 보여준 롤리팝 체인소. 최근 시리즈 부활을 알린 이 게임에도 목만 남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주인공의 남자친구인 닉이다. 좀비 창궐 사태에서 주인공 줄리엣을 보호하려다 좀비에게 물려 그 자신도 좀비가 될 위기에 처했지만, 독(?)이 퍼지기 전에 줄리엣이 알맞게 머리를 자르고 마법을 걸어줘 머리만 남은 채로 의식을 유지한 채 줄리엣의 허리춤에 매달려 돌아다니게 된다.
사실 머리만 남은 터라 할 수 있는게 많지 않기에, 게임 내내 닉은 해설자의 역할을 맡는다. 간혹 머리 없는 좀비를 만나면 자신의 머리를 도킹해 일시적으로 몸을 손에 넣기도 하지만, 결국엔 게임 내내 대부분 머리만으로 활동한다. 스포일러를 좀 하자면 닉은 이 기사에 소개되는 캐릭터 중 마지막에 몸을 손에 넣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니,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떤 식으로 등장할 지 궁금해진다.
TOP 4. 전직 묘지기(?) 해골, 게리(그레이브야드 키퍼)
'묘지기 버전 스타듀 밸리'라고도 알려져 있는 그레이브야드 키퍼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캐릭터는 바로 게리다. 게리는 처음 시작할 때 주인공이 파낸 해골인데, 각종 의문점에 대해 답을 해주거나 퀘스트를 주는 등 친구이면서 촌장 같은 존재다.
다행히 게리의 경우 귀여운 그래픽과 살이 붙지 않은 해골이라는 점 때문에, 이 목록에 있는 다른 '왜 목만 오셨소' 캐릭터들에 비해 덜 징그러워 보인다. 뭐, 나중에 가면 그에게도 꽤나 진지한 과거가 숨겨져 있지만, 일단은 전직 묘지 관리인으로서 박식함을 뽐내며 플레이어를 도와주는 나름 친근한 해골이므로 무서워하진 말자.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TOP 3. 대체 왜 목만 오신 거에요, 여신님(토막: 지구를 지켜라)
워낙 독특한 콘셉트라 [순정남] 코너에도 자주 등장한 국산 연애&육성시뮬레이션 '토막'. 여기 나오는 여신들은 인간의 사랑이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순수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몸은 천계에 남겨둔 채 머리만 인간계에 떨어진다. 단면이 어떻게 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분에 꽂은 채로 말이다.
게임성이나 설정은 둘째 치고, 화분에 목만 꽂혀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2001년 당시는 물론이고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봐도 살짝 섬뜩할 정도다. 심지어 게임 제목까지도 '분리'나 '부분소환'이 아니고 '토막' 아닌가. 왠지 저 화분 아래쪽에 숨겨진 단면(?)이 그로테스크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기서 더 떠들면 인간의 순수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찾아온 여신님께 실례일 테니 여기까지 하겠다. 근데 왜 하필 목만 오신 겁니까?
TOP 2. 굴러다니면 아파, 머리(사요나라 인생)
'머리 쓰는 게임'으로 유명한 '사요나라 인생'은 그야말로 머리만 남은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게임이다. 대체 무슨 연유로 머리만 남아 살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학교도 가고,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는 모습을 보면 대체 무슨 약을 빤 세계인지 궁금해진다.
다만, 쓸데없는 부분에서 은근히 사실적인 부분이 살짝 소름끼치게 만든다. 머리 밖에 없으니 당연히 기본 이동수단은 구르기인데, 얼굴이나 턱, 이마, 뒷통수 등을 바닥에 닿게 하며 굴러가다 보니 이게 꽤나 아픈가보다.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머리를 보고 있자면 대체 얜 무슨 저주를 받은 캐릭터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TOP 1. 개발자들도 뒤집어진 충격적 비주얼, 머리귀신(화이트데이)
손노리가 개발한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공포게임이지만, 막상 귀신들은 별로 무섭지 않고 수위 아저씨가 가장 무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난이도를 떠나 공포감으로 따지면 딱히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고 연출도 긴박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그 와중에도 유독 한 명(?)은 다르다. 화이트데이에서 유일하게 수위 아저씨의 무서움을 뛰어넘은 귀신이라 불리는 '머리 귀신'이다.
이 귀신은 말 그대로 머리만 남은 상태로 시야 한구석에서 조용히 있다가 난데없이 달려든다. 수위 아저씨의 무서움에 적응한 유저도 이 머리 귀신만 만나면 벌벌 떠는 경우가 다반사다. 참고로, 이 귀신은 이은석 디렉터가 아무도 몰래 삽입한 결과물인데,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서관희 현 원더스터드 대표가 귀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왜 목만 오셨냐고 묻기 전, 목도 오지 말라고 말하고픈 귀신이 아닐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