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에서 소통으로, 시간부터 달라진 넥슨 쇼케이스
2022.09.02 17:53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작년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저와 게임사 간 갈등이 첨예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넥슨은 그 중심에 있었다. 마비노기는 오후 2시에 시작해 그날 자정을 넘겨 장장 14시간, 메이플스토리 역시 약 8시간 분량의 유저간담회를 진행했고, 당시 분위기는 게임 간담회라기보다는 청문회에 버금갈 정도로 날카로웠다. 표면적으로 떠오른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수년간 쌓여온 유저들의 답답함과 제작진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실제로 예전 넥슨 쇼케이스는 준비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프라인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통상적으로 2~30분에서 길어도 1시간 안에 핵심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하고, 현장에 방문한 유저를 위한 별도 행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 쇼케이스도 1시간 내외로 쌍방향 소통보다 일방적인 소개가 주를 이뤘고. ‘왜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는지’, ‘왜 이러한 부분은 개선하지 않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부족했다.
그러던 넥슨이 이제는 달라졌다. 우선 쇼케이스 시간부터 차이가 난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작년 12월에 진행한 ‘겨울 쇼케이스’ 자체는 1시간 분량이었으나, 해를 넘겨 올해 1월에 유저와 실시간으로 채팅하며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는 생방송 ‘라이브톡’을 2시간 가량 진행했고,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랙터가 10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라이브톡에서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추가로 전했다. 올해 6월에 진행한 여름 쇼케이스도 무려 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어서 앞서 이야기한 ‘14시간 간담회’ 주인공인 마비노기는 지난 6월에 열린 여름 쇼케이스에서 2시간을 꽉 채워 업데이트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현장 방문자 및 온라인 시청자 질문에 직접 답변했다. 실제로 마비노기 올해 여름 업데이트는 쇼케이스 방식은 물론 게임에 도입된 콘텐츠 면에서도 기존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넥슨은 지난 7월 기준 신규 이용자가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일은 아니지만 재작년에 전 직원이 저지른 부정행위로 인해 신뢰를 잃어버렸던 ‘던전앤파이터’ 역시 윤명진 디렉터가 복귀한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분전했다. 복귀 후 첫 쇼케이스였던 2021 던파 페스티벌(2021년 12월 19일)과 지난 6월에 진행된 ‘던파로온 2022 서머’는 각각 3시간 이상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특히 작년에 진행된 던파 페스티벌은 유저들이 그간 플레이 중에 느꼈던 답답함을 풀어줘서 시원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시간만 늘리고, 유저들이 듣고 싶은 내용이 없다면 길기만 하고 실속 없다는 비판을 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용 역시 각 게임 개발 총괄이 생방송에 출연해 직접 신규 콘텐츠와 이를 도입하는 이유, 기획 의도와 배경, 실시간 질문까지 소화했다. 유저들이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여기에는 도입할 수 없거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설명, 실수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이유와 보완책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온라인 방송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진행 시간에 여유가 생긴 점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 윤명진 디렉터는 작년 12월 31일에 공개된 던파 페스티벌 후일담 영상을 통해 “비대면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서 시간을 좀 많이 쓸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모험가(유저) 분들이 앉아계신데 발표를 한 시간 넘게 하면 되게 힘들어하신다. 지금은 길게 할 수 있게 되어 생각한 것을 차근차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개선된 점은 영상이나 방송에 그치지 않는다.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의 경우 각 게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유저들이 요청한 개선 내용, 적용 일정, 적용 여부를 정리한 ‘알림판’이 있고, 메이플스토리는 '넥슨 나우'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던파의 경우 윤명진 디렉터가 직접 주요 사항 발생 시에 공식 홈페이지에 개발자노트를 통해 관련 내용을 직접 전하고 있다. 쇼케이스, 간담회처럼 유저를 직접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 온라인을 통한 또 다른 소통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1년 간 노력해온 덕분인지 유저들의 반응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작년 간담회는 굉장히 분위기가 무거웠고, 유저와 제작진 간 감정의 골이 한없이 깊어지며 날이 선 말이 오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작년에 많은 비판을 면치 못했던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의 경우 쇼케이스 발표는 물론 유저와 채팅하며 이야기하는 실시간 방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대외적인 평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방송 내용이 충실하고,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으나 ‘먹방 유튜버 웡키’라는 밈이 떠오르며 인상이 좀 더 유해졌다.
넥슨 게임은 현재도 100% 완벽한 것은 아니며, 수년간 누적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도 기존에는 ‘제작진을 믿을 수 없다’가 중론이었다면, 지금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주요 게임 커뮤니티 게시글, 공식 영상 댓글 등에서 ‘그래도 믿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조금씩 누적되고 있는 신뢰를 다시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면 향후에도 ‘진심으로 소통하겠다’는 행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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