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ㅊㅊ]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무서운 공포게임 5선
2022.09.12 10:01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20년 전 패션이 다시 유행을 타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지속적으로 진화를 추구하는 기술과는 달리, 문화와 예술은 곧잘 순환하고 복귀하는 경향을 보이곤 하죠. 이런 과거의 부흥과 영광을 떠올리며 리메이크되는 게임도 많지만, 게임의 경우 기술의 발전을 더하다 자칫 원작보다 좋지 않은 평을 받는 일도 흔한 편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겜ㅊㅊ]에서는 출시된 지 10년도 훌쩍 넘은 옛날 게임이지만, 지금 그대로 즐겨도 당시의 아찔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고전 공포게임들을 추천드리려고 합니다. 간혹 '이게 벌써 고전이야?'라고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애도를 표합니다.
1. 사혼곡: 사이렌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게임은 바로 ‘사혼곡: 사이렌’입니다. ‘무서운 광고 모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이기도 하죠. 도시전설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의문의 마을에 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PS2 시절 나온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자막에 더빙까지 지원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평범한 소년이 주인공인지라 게임은 전투보다는 생존과 은신이 주가 됩니다. 적들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죽지 않는데다 몸을 숨길 곳도 마땅치 않아 초반에는 대부분 들키지 않는 일에 급급하죠.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농촌 기어 솔리드’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입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꽤 희소했던 ‘얼굴 캡쳐’를 통해 실사에 가까운 형상을 구현하려 힘썼는데요, 오히려 이 모습이 불쾌한 골짜기를 극대화해 지금 봐도 무서운 느낌을 줍니다. 아마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본능적인 공포감을 자극하는 게임으로 남지 않을까 하네요.
2. 피어 1
초자연사건 대응부대 F.E.A.R.의 첫 이야기를 그린 2005년작 피어 역시 지금 플레이해도 무서운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어느 군수산업체에서 발생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척후병이 돼 게임을 진행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조용히 지나가는 귀신, 갑작스러운 현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리는 소리 등 일본 호러 영화에서 주로 만나볼 수 있는 공포가 주가 되어 곧잘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지금 보면 제법 둔탁한 그래픽이지만, 그럼에도 적대대상의 AI나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사격 시 구현되는 불릿타임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탄도와 비산되는 혈액 등의 이펙트는 지금 봐도 제법 세련된 모습인데다 투박한 그래픽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무섭습니다. 무엇보다 연출이 굉장한데요, 게임의 주적으로 등장하는 ‘팩스턴 페텔’이 입에 피를 묻힌 채 돌아보는 오프닝 장면은 아직까지도 소름이 끼칩니다. 다만, 후속작으로 갈수록 평가가 좋지 않으니 1편 위주로 플레이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카마이타치의 밤
카마이타치의 밤은 단간론파로 잘 알려진 스파이크 춘소프트의 한 축인 춘소프트가 합병 전 제작한 게임입니다. 실사 사진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을 실루엣으로 표현한 뒤 텍스트로 캐릭터를 묘사해 상상력을 자극하죠. 게임은 산장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것이 연쇄 살인이 될지 아닐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A와 B만으로 갈라지는 단순한 분기점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파생되는 이야기,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진행, GBA 특유의 날카로운 사운드 이펙트 등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사람의 상상력을 활용하는 영리한 구성이 인상깊습니다. 최고의 그래픽카드는 상상력이라는 말처럼 말이죠.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공포물보다는 추리물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의 무서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그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4. 레프트 4 데드 2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게임은 좀비떼로부터 살아남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레프트 4 데드 2’입니다. 왜 이 게임이 고전게임 반열에 들어있냐는 의문을 가지는 분도 계실텐데, 이것도 이미 2009년작으로 벌써 13년차 게임입니다. 무시무시하게 달려오는 좀비와, 신체가 변이된 개체들의 갑작스러운 습격,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 대륙을 횡단하는 기분을 주는 다양한 스테이지 구성, 지금 봐도 괜찮은 AI 등으로 지금 해도 굉장히 재미있죠.
참고로 2022년 시점에서, 레프트 4 데드 2는 멀티 호러 FPS계의 스카이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모드 및 애드온이 나와 있습니다. 이에 게임 자체의 재미가 조금 묻힌 듯한 감도 있지만, 스테이지 별로 잘 짜인 미션과 다양한 무기, 네 캐릭터가 주고받는 상호작용, 엄청나게 달려오는 좀비들로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최근 나온 멀티 호러 게임에도 기죽지 않을 수준이니 한 번쯤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5.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
마지막 게임은 1인칭 생존 호러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입니다. 여타 호러 게임, 혹은 호러 서바이벌 게임이 최소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왔다면, 이 게임은 그런 자기방어수단 하나 없는 가혹한 환경에 플레이어를 내던지죠. 다행스럽게도 위협적인 요소가 게임에 다수 분포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자기방어수단이 없다는 무력함, 여기에 스산한 배경이 더해져 심리적인 공포가 극대화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기억을 잃고 쓰러진 주인공 ‘다니엘’이 되어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첫 시작부터 이 ‘기억상실(Amnesia)’은 자신이 의도한 것이라는, 과거의 자신이 쓴 편지를 읽게 돼 처음부터 “왜 이런 선택을 했지?”라는 의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의문과 부족한 정보가 맞물리며 두려움 사이에서도 자꾸만 진실을 찾고 싶게 만들죠. 하지만 이 욕망이 곧 플레이어의 공포를 더욱 자극하는 장치가 됩니다. 이유는… 플레이를 하고 나면 확실히 알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