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스러움을 잃은 건버워치, 건담 에볼루션
2022.09.28 19:15게임메카 최정민 기자
건담 IP는 메카 장르의 대표 격이다. 특유의 디자인과 선악이 모호한 대립과 갈등을 주제로 한 전쟁 스토리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건담 IP를 활용한 새 온라인게임이 나왔다. 바로 건담 에볼루션이다.
건담 에볼루션은 6 대 6으로 진행되는 하이퍼 FPS 게임으로, 공개 초부터 오버워치와의 유사성으로 일명 ‘건버워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 건담 에볼루션이 지난 9월 22일 스팀에서 정식 출시되었다. 과연 건담 에볼루션은 ‘건담’의 하이퍼 FPS 식 재해석에 성공했을지 알아보자.
기존 하이퍼 FPS와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인 팀 기반 하이퍼 FPS는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역할군이 나눠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버워치를 예로 들면 라인하르트와 메르시 등 직접적인 전투보단 아군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는 포지션이 있다. 이런 특화 포지션은 팀 기반 하이퍼 FPS에선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건담 에볼루션은 포지션 역할의 경계가 희미하며, 게임 내에서도 별다른 역할 지정이 되어있지 않다. 모든 기체가 딜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중 몇몇 기체가 약간의 보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정도다. 입문 기체로 추천되는 페일 라이더는 명중률 높은 머신건으로 중거리 전투를 주로 하지만, 리페어 포드를 설치해 아군을 치료할 수도 있다. 반대로 리페어 케이블을 연결해 아군을 치료하는 메타스는 치료 뿐 아니라 자동 포탑 설치, 장거리 포격 그리고 비행 기체로 변신해 높은 기동력을 활용하는 등 전투적인 측면으로도 활용성이 높다.
이처럼 모든 기체가 딜러 역할을 한다는 특징과 함께 일정 시간 전투를 하지 않으면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고, 치유 기술들의 회복량도 미미하다. 이러한 이유로 건담 에볼루션에서는 조합을 맞추고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협력보다는 개인 피지컬에 중점을 둔 전투가 주로 벌어진다.
부족한 협동 요소를 대신해 건담 에볼루션은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 같은 배틀로얄 장르의 기절, 사망에 대응하는 중파, 대파 시스템을 도입했다. 체력이 0이 되면 일정 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파 상태가 되며, 이 상태에서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시간이 되면 완전히 파괴되는 대파 상태가 되어 리스폰을 기다리게 된다. 따라서 팀 전략의 핵심은 전투 중 중파 상태가 된 아군을 부활시킬지, 아니면 전투를 지속해 상대를 파괴시킬지 선택하는 부분이다. 실드를 장착한 사자비나 짐으로 중파된 아군을 보호하고, 그동안 빠르게 아군을 부활시키는 건탱크나 원거리 부활을 시킬 수 있는 메타스와 짐 스나이퍼의 능력을 활용해 부활시키는 등의 협동도 가능하다.
게임모드 또한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 현재 건담 에볼루션의 게임 모드는 점령전, 포인트 캡처, 디스트럭션 총 3가지가 있다. 점령전은 기본적인 틀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포인트 캡처와 디스트럭션 모드는 나름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먼저 포인트 캡처는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A, B, C의 3가지 거점 중 하나의 목표 거점을 두고 싸우게 된다. 거점을 점령하면 포인트가 쌓이며, 해당 포인트가 100이 되거나 일정 시간 이후 상대 팀보다 높으면 승리한다. 이 모드의 특징은 목표 거점이 일정 시간마다 바뀐다는 점이다. 첫 번째 거점이 열리고 얼마 뒤 목표 거점이 전환되어 지속적으로 전장이 달라진다. 기존 목표 거점을 점령하지 못했다면 미리 다음 거점으로 위치를 옮겨 유리한 자리를 잡는 등 전략적 요소가 관여할 틈이 많았다.
디스트럭션 모드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 카운터 스트라이크, 발로란트 등 클래식 FPS 게임에서 주로 등장하는 폭탄 설치 모드를 하이퍼 FPS 식으로 재해석했다. 수비팀은 목표물을 공격팀으로부터 지키며, 공격팀은 목표물에 파괴 장치를 설치하고 수비팀의 해제를 막아야 한다. 파괴 장치의 설치와 해제 횟수에 제한이 없어 끊임없는 전투가 발생하며, 파괴 장치의 상태에 따라 공격과 수비 역할을 넘나들어 혼란스러운 전투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목표물 근처에 위치한 중계 거점을 점령하면 보다 가까이에서 리스폰할 수 있는 등 전략적 요소도 많다.
건담 팬이라면 아쉬운 디테일, 그리고 불안정한 서버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빌 슈트들은 각자의 개성과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설정들은 건담 팬들이라면 상당히 신경 쓰이는 요소다. 다만 가벼운 하이퍼 FPS를 목표로 한 탓일까, 세세한 설정들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퍼스트 건담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광선검 빔 샤벨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모든 기체들의 약점을 머리로 통일시키고, 1인칭 시점이라 자신의 기체는 볼 수 없는 점 등 ‘건담’ 게임으로서 아쉬운 요소들이 많다. 물론 쉬운 입문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건담 팬들은 이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전장 또한 아쉬움이 많다. 몇몇 맵들의 구조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지역이 거의 없다. 다른 FPS 맵을 보면 복층, 지하, 뒷길 등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루트가 있는데, 건담 에볼루션의 맵 구조는 주요 거점과 연결된 큰길 하나와 사이드 길 하나 정도로 단순하다. 또한 맵 디자인이 비슷비슷해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서버 문제 또한 심각하다. 게임 진행 중 서버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이 지나치게 자주 발생한다. 5게임을 하면 3번은 아군이든 상대팀이든 누군가 튕겨서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불가능했다. 또한 캐주얼 매치임에도 난입 시스템이 없으며, 누군가 초반에 튕기면 처음부터 다시 매칭을 기다리는 불편함이 반복된다.
이밖에도 새로운 기체를 해금하는데 필요한 포인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 양이 현저히 적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점, 미묘한 타격감과 공통 근접 공격의 부재 등 부족한 모습이 여럿 눈에 띈다.
여러모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인게임 한국어 더빙과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진 MVP 연출, 속도감 있고 가벼운 게임성, 건담 시리즈에 입문하기 좋은 접근성 등으로 나름의 매력 요소가 있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론 서버 연결 문제만 빠르게 수정된다면 지금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