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과거 세탁 게임 TOP 5
2022.11.03 16:2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누구나 부끄러운 과거가 있을 것이다.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던 그 시절 했던 조금은 부끄러운 일들. 그것이 훗날 사회적 명성을 얻은 후 부메랑처럼 돌아왔을 때는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뻔뻔하게도 아예 없었던 일처럼 묻어버리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특정하는 얘기가 아니라, 게임 얘기다.
오늘 [순정남]은 조금은 부끄러웠던 과거를 잊고 새 삶을 살아가는 게임들을 한데 모았다. 흔히 '야겜'으로 불리는 19금 미연시로 시작해 전연령 게임으로 거듭난(혹은 거듭나고 싶어하는) 게임들 말이다. 나름 높은 위치에 서서 근엄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게임들의 과거를 살짝 살펴보자.
TOP 5. 과거 세탁을 위한 발버둥, 대마인 시리즈
대마인 시리즈는 이번 [순정남]의 최약체다. 이 게임은 이쪽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나 이름을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한 게임이다. 원작 자체가 워낙 하드코어하거니와, '감도 3,000배' 등의 명대사가 알음알음 퍼졌다. 수많은 작품들이 이른바 '양지'로 넘어갈 때도, 이 게임만큼은 절대로 이미지 세탁이 불가능할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대마인 시리즈는 그 어려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 대마인 RPG부터 전연령판을 따로 내며 기웃거리더니, 액션 대마인, 대마인 GOGO 등 점점 연령대를 낮추고 있다. 세간에서는 '절대 안 통해!', '대마인이 무슨 전연령이냐!'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작품들이 나오다 보면 언젠가는 아래 나오는 게임들처럼 과거 세탁에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확률은 아주 낮겠지만.
TOP 4. 성전환 게임의 대표격, 연희무쌍
삼국지 캐릭터들의 성별을 전환해 화제작으로 떠오른 연희무쌍 시리즈. 일러스트만 봐도 대충 알 수 있겠지만, 원작은 역시나 삼국지를 비튼 19금 미소녀게임이다. 지금이야 성별 전환이라는 콘셉트가 나름 대중화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어디 역사적 인물들을 미소녀로 만드냐는 비난을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수많은 연희XX 시리즈를 내며 이 분야의 지주격으로 떠올랐으니 근성은 인정할 만하다.
그렇게 시리즈가 자리를 잡고 팬이 많아지자, 이 시리즈 역시 전연령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감마니아의 웹 연희몽상을 필두로, 연희삼국 for kakao, 미쓰삼국지, 전국연희 온라인 등 다양한 모바일게임도 나왔다. 이들은 선정적 요소를 최대한 억제하고 '미소녀 삼국지'라는 면모를 앞세웠는데, 원작 자체도 일단은 삼국지에 기반하고 있다 보니 앞에서 예로 든 대마인 시리즈보다는 좀 더 원활한 과거 세탁이 가능했다. 다만, 이와 19금 게임들도 계속해서 나오며 세탁보다는 투트랙 전략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 함정.
TOP 3. 크로스 채널, 스토리와 캐릭터 중심으로 감상해 주세요
2000년대 중후반, '남자친구 날리기'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은 플래시게임이 있다. 정식 명칭은 '나나카 크래시'로, 자전거를 타고 남자를 들이받아 최대한 멀리 날리는 게임이다. 단순한 물리법칙 게임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콤보와 대쉬 등이 존재해 잘만 날리면 수십 킬로미터를 넘어 날아가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웹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이 게임은 훗날 모바일로 이식돼 또 한 번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다만, 이 게임의 원본이 19금 미소녀게임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원작은 '크로스+채널'. 국내에서도 나름 유명하고 차기 콘솔로도 전연령판이 여러 번 이식된 나름 인기작이지만, 그 동인 플래시게임인 나나카 크래시의 인기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감이 있다. 남자친구(?)를 열심히 때려 날리던 캐릭터들이 사실은 개그 캐릭터가 아니라 각기 깊은 비밀을 간직한 19금 미소녀게임 캐릭터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TOP 2. 트라이앵글 하트 3, 제가 리리컬 나노하 엄마입니다
마법소녀 붐이 한창이던 2004년,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가 있었다. 처음엔 카드캡터 체리(사쿠라)의 아류작 취급을 받았으나, 이내 메카닉물에서나 볼 법한 병기들을 다루며 마냥 아기자기하기만 했던 마법소녀물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는 대놓고 내세우기 꺼려지는 과거가 있다. 바로 19금 미소녀게임 트라이앵글 하트 3에서 처음 데뷔한 캐릭터라는 것. 즉,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는 트라이앵글 하트 3의 스핀오프격 작품이다. 다만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야겜'이라는 것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 평행세계라는 설정을 덧붙였고, 이것이 먹혀들며 원작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 세탁을 가장 잘 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TOP 1. 페이트 시리즈, 야겜이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게임을 꼽자면 바로 페이트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그 첫 작품인 페이트/스테이 나이트는 그전까지 아마추어 동인 개발사였던 타입문이 처음으로 낸 상업적 게임으로, 타입문을 메이저 개발사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페이트 시리즈를 널리 알린 기념비적인 게임이다. 시나리오나 연출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배전쟁 세계관을 성립했지만, 선정적 장면이 다수 삽입되며 게임 자체는 19금 미소녀게임, 일명 '에로게'로 분류됐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페이트/스테이 나이트가 상상 이상의 인기를 끌며 보다 넓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연령판이 나왔고, 더욱 커진 세계관과 팬층을 품기 위해 차기작이나 스핀오프작부터는 선정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액션과 스토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 모바일에서 더욱 유명해진 페이트/그랜드 오더에 이르러서는 과거 '에로게' 시절 흔적을 거의 씻어내린 모습이다. 오죽하면 페이트 시리즈가 대마인 시리즈에게 과거 세탁에 대한 물리적 조언을 하는 패러디 만화가 유행을 탈 정도니, 훌륭한 과거세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