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I_SOONG은 서머너즈워 월드 챔피언십 월드 파이널 진출에는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 한국 예선 1위로 한국 대표가 됐었다. 그에게는 특별한 가족이 있다. 보통의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이 대회에 나갈 정도로 게임을 본격적으로 하면 큰 관심을 주지 않거나 나무라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나 ZZI_SONNG의 가족들은 여느 가족과 다르게 그의 곁에서 응원하며 서머너즈 워를 함께 플레이하고 있다
올해 서머너즈 워 월드 챔피언십(이하 SWC)에는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한국 예선 1위로 한국 대표가 됐지만 월드 파이널 진출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ZZI_SOONG(조순규/한국) 선수다. 그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최종 성적보다는 특별한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좀 나아졌지만, 일반적인 국내 가정에서는 아빠나 자식 등이 대회에 나갈 정도로 게임을 본격적으로 하더라도 큰 관심을 주지 않거나 심지어 나무라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ZZI_SOONG의 가족들은 그의 곁에서 적극적으로 응원을 하는 것은 물론, 가족 전체가 서머너즈 워를 함께 플레이하고 있다.
12일 상암동에서 열린 SWC 2022 월드 파이널을 앞두고, 게임메카는 경기장을 찾은 ZZI_SOONG과 그의 아내, 장모님, 처제, 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머너즈 워를 다같이 플레이하는 가족이 말하는 서머너즈 워와 SWC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음은 ZZI_SOONG과 그의 아내, 장모님, 처제, 아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ZZI_SOONG(가운데)과 그의 가족들 (사진제공: 컴투스)
Q. ZZI_SOONG이 처음 대회에 진출하겠다고 했을 때 뭐라고 했나?
ZZI_SOONG: 작년에 처음 나간다고 했을 때 다들 신기해 했다. 더불어 기특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 선수였던 건 아니다. 낮은 목표를 달성하고 기뻐했을 때 신기하다 생각했다.
아내: 열심히 하고 항상 하는 건 알고 있었다. 남편은 원래 빨별 달려고 열심히 했는데, 대회도 나간다고 하니까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잘되기를 응원했다.
장모님: 게임만 하다가 선수로 나간다고 하니까, 하면 열심히 하니 집중해서 잘하라고 응원했다.
아들: 특별하고 신기했다.
처제: 게임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대회까지 나간다고 하니까 신기했다.
Q. ZZI_SOONG의 장점이 뭔가?
처제: 본 게임에서 침착하게 잘 하는 편이라, 그게 좋은 성적의 이유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모님: 뭘 하면 항상 끈기 있고, 깊이 있게 한다. 파고드는 성격이라 그게 서머너즈 워랑 잘 맞는 것 같다.
아내: 남편이 평소에도 틈날 때마다 게임을 꾸준히 한다. 게임을 하기 전에 준비를 열심히 한다. 밤 늦게까지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대회를 나가긴 나가는구나 싶었다.
Q. 예선 성적과 본선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모님: 예선 1등 했을 땐, 정말 마음이 뭉클하고 놀랐다.
처제: 처음엔 가볍게 봤는데, 계속 이기니까 월드컵 보듯이 봤다. 방콕 가서 직접 보니까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멋있고, 형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지금도 뭉클하다.
아내: 남편 덕에 방콕에 가봤다. 해외여행 가자고 농담처럼 이야기 했는데, 정말 1등을 하고 진짜 가게 되니까 이게 진짜인가 싶었다. 막상 가니까 집에서 보는 거랑 현장에서 보는 거랑 또 다르더라. 남편이 떨릴까 봐 걱정도 되고 잘할 수 있기를 응원했는데, 아쉽게 되니까 생각보다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워낙 열심히 준비한 걸 아니까 더 속상해 할 걸 알아서 아쉬웠다.
ZZI_SOONG: 나는 객관적으로 선수들 중에서 제일 약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대회 예선 올라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확정적으로 올라간 게 아니라 예비 번호가 상당히 뒷 번호였다. 그런데, 하늘이 도운 건지 나한테도 기회가 와서 예선에 참가하게 됐다. 마음을 내려놓고 준비를 열심히 했다. 솔직히 준비하면서 내가 이긴다는 생각은 못했다. 더군다나 첫 상대가 두찬 선수였다. 아버님과도 친해서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 승률이 나오기 힘든 상대인데, 어떻게 내 계획대로 돼서 이겼다. 그 다음부터 자신감이 생겨서 다 이길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다 이겨서 예선에서 우승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벅차고 감격했다.
아시아컵 떨어졌을 때는(한숨)... 처음엔 아시아컵만 가도 참 잘한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나가니까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경기 날에 실수도 좀 하고 운도 안 따라주더라. 갈 때는 즐거운 생각만 했는데, 떨어지니까 가족들이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 가족을 끌어안고 울었다.
Q. 내년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거두고 싶은 성적은?
ZZI_SOONG: 사실 부담감 때문에 그만하고 싶기도 하다. 올라가기 전에는 겪었던 것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올라오고 나니까 대회 당일 날 부담감이 문제가 아니라, 두 달 뒤에 대회라고 하면 대회 날 까지 잠도 못 잔다. 누군가는 방콕 놀러 간다고 부러워했을 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 때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부담감이 크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라고 한다.
아내: 본인이 아쉬움이 남는 게 느껴져서 더 하라고 하게 된다.
처제: 아쉬움이 남지 않는 대회를 해서 한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서머너즈 워를 플레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전략, 룬작 등)
장모님: 캐릭터 룬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ZZI_SOONG: 잘 보셨다. 장모님이 처음부터 제일 열심히 한 것은 글씨를 보신 거다. 몬스터 정보, 룬작에 대한 글씨가 정말 조그맣게 나온다. 서머너즈 워는 연령이 높으신 분들을 위한 게임은 아니구나 생각했다(웃음). 장모님은 룬작 연구를 특히 많이 하셨다.
아내: 저희 가족들은 뽑기를 많이 좋아한다. 소환서를 모았다가 다같이 모여서 깐다. ‘번개치면 금손이고 안 나오면 똥손이네’ 하면서 말이다.
장모님: 개인적으론 컬래버 하는게 참 재밌는 것 같다.
처제: 캐릭터들이 개성이 강해서 좋다.
Q. 게임 서열은 어떻게 되나?
ZZI_SOONG: 가족들이 아레나같은 경쟁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대신 길드전이나 다른 콘텐츠를 많이 한다. 저는 선수니까 좀 높고, 장인어른이 대전 콘텐츠를 좋아해서 잘 하신다. 처제가 연구를 많이 한다. 와이프는 게임에 애정이 약간 식었다.
장모님: 명절만 되면 식탁앞에 기기가 쭉 있다. 게임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게임으로 인해서 화목한 분위기가 나온다. 공통된 취미가 있으니 좋다.
Q. 아들은 게임을 따로 안 하는 것 같은데,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아내: 아이도 캐릭터를 다 안다. 그래서인지 뽑기를 좋아한다. 자기가 뽑아주겠다고 하고, 뽑은 것을 쓰고 있으면 “그거 내가 뽑아줬잖아”라고 한다.
ZZI_SOONG: 아들이 뽑기 할 때 좋은 소환서를 가린 후 끝을 보고 뽑는다. 그 끝만 봐도 무슨 몬스터인지 맞출 줄 안다. 빛 속성 춘리랑 빛 속성 사막여왕을 아들이 뽑았는데, 그 이야기를 2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Q. 가족이 평소에 ZZI_SOONG의 연습을 도와주나?
ZZI_SOONG: 연습을 도와주는 수준은 아니다. 알고 보면 서머너즈 워가 굉장히 어렵다. 옆에서 응원해주거나 가만히 놔두는 식이다.
Q. 서머너즈 워는 가족들에게 어떤 게임인가?
아내: 애기 아빠가 하는 걸 보고 시작한 이유가 함께 즐기고 싶어서 한 거다. 동생과 엄마도 같이 이야기 거리가 있고 계속 그래서 시작했다. 서머너즈 워 자체가 ‘함께’라는 느낌이 든다.
ZZI_SOONG: 나에겐 재미있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만큼 성취감이 크다.
Q. 장인과 장모님이 같이 하는 게 참 좋았다. 비록 장인어른은 못 오셨지만, 서머너즈 워가 사위와 장모님이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ZZI_SOONG 가족에게서 볼 수 있었다. 만약 다른 가족에게 추천을 한다면?
장모님: 우리 나이대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다. 어렵지 않고 굉장히 재미있다. 꼭 게임이라 해서 선입견 가지고 보는 것 보다 같이 할 수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는 창구라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다. 명절에도 각자 놀지 않고 할 수 있는 대화거리가 있어서 정말 좋다. 그래서 꼭 추천하고 싶다.
▲ ZZI_SOONG 단독샷 (사진제공: 컴투스)
Q. 게임을 시작한 계기가 뭔가?
ZZI_SOONG: 7년 전에 가족끼리 여행을 갔는데, 숙소에서 남는 시간에 서머너즈 워가 높은 랭킹에 있길래 깔아서 시작했다.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1~2년 하게 됐다. 처음부터 가족들과 같이 한 건 아니다. 어느 날, 뽑기 같은 것을 같이 하다가 와이프도 흥미를 갖게 된 다음 가족이 그렇게 다 시작했다. 게임을 떠나서 우리 가족이 뭐든 같이 많이 한다. 가족이 게임을 하는 것도 이게 처음은 아니다. 원래 장모님은 컴투스 타이니팜을 했었다.
Q. 연습을 어느 정도로 했나?
ZZI_SOONG: 수능 공부하듯이 했다. 경우의 수가 많은 게임이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을 체크하는 편이다. 픽이나 나올 수 있는 상황까지 예상한다. 몇 주간을 그렇게 하는 편이다.
Q. 서머너즈 워에 바라는 게 있다면?
ZZI_SOONG: 지금은 많이 만족하고 있다. 8년간 장수해온 모바일게임이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예시답안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하드하게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운영적으로 꽤 만족하고 있다. 유저들은 항상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운영진이 맞춰 나가는 관계가 지속된다. 컴투스는 빠르든 늦든 어떻게든 맞춰나간다고 생각한다. 실행에 어떻게든 다 옮겨 주더라. 유저들이 바라는 부분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모든 게 절차가 있고 시간이 있듯 결국에는 다 해주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유저 간담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식 카페에 의존을 하고 있는 것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이 대표와 빠른 시일 내에 꼭 만나 대화해봤으면 좋겠다.
Q. 대회를 출전한 이후 SWC 2022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는가?
ZZI_SOONG: 예전부터 꿈의 무대였다. 사실 예선 진출 만으로도 감동적이었는데, 오프라인에 현장까지 오니까 “정말 큰 대회구나, 생각보다 더 큰 대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대회에 나와도 되는 건가 싶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