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플랫폼 나온 지스타, 국내 게임업계 방향성 보였다
2022.11.20 10:00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올해 지스타는 어쩐지 놀이공원에 놀러온 느낌이 들었다. 여러 게임을 체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 줄 옆에 대기 예상 시간이 몇 분인지 적혀있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꿋꿋하게 줄을 서는 사람들. 흡사 테마파크와 그곳을 찾은 관람객을 보는 것만 같았다.
원래 지스타는 많은 출시 예정작을 한 발 앞서 체험해 볼 수 있는 행사였다. 10여년 전만 해도 올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기대작 시연이 많았던 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스타의 공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요 출품작들의 플랫폼이 상당히 다양하게 분포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PC온라인 위주, 얼마 전까지는 모바일 위주였던 행사가, 지금은 PC온라인과 모바일, 그리고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콘솔까지 고루 커버하고 있다.
넥슨, 네오위즈, 크래프톤, 넷마블 부스의 콘솔 신작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플랫폼은 콘솔이다. 이번 행사에 나온 출품작들을 하나하나 톺아보자면, 넥슨의 루트 슈터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와 최근 스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각각 PS5와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나왔다. 넥슨 측 설명에 따르면, 두 게임 모두 이번 지스타에서 팬들에게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콘솔 시연 버전을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시연대에는 없었지만,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또한 PC, 모바일 외에 콘솔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10년 만에 지스타에 참가한 네오위즈 ‘P의 거짓’ 또한 이번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콘솔 게임 중 하나다. 시연을 위해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족히 써야 했을 만큼 수많은 관객들이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2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시연 빌드는 콘솔이 아닌 PC로 구동되는 방식이었지만, 따로 Xbox 게임 패드를 제공해 유저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크래프톤은 오는 12월 2일에 출시되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선보였다. 크래프톤은 다른 업체 부스에 비해서 시연대 수가 많진 않았지만, 시연 공간을 게임에 등장할 법한 모습으로 꾸며놔 몰입감을 더한 것이 특징이었다. 아무래도 출시가 얼마 남지 만큼 시연 빌드의 완성도와 깊이도 다른 게임들보다 월등히 좋았다. 덕분에 행사장 곳곳에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넷마블도 오는 12월 8일에 출시되는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을 이번 지스타 현장에 출품했다.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은 과거 에픽게임즈에서 서비스했던 게임 파라곤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3인칭 AOS게임이다. 이번 행사에서 PC 버전을 선보였지만, 기본적으로 PS5와 Xbox 시리즈 X/S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엄연히 콘솔도 주력 플랫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게임을 즐긴 많은 팬들이 패드로도 게임을 즐기고 싶어 했다.
모바일게임 포화와 서양권 진출 요구의 시너지
이번 지스타, 더 나아가서 국내 게임사들이 최근 콘솔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를 넘어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출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 게임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콘솔의 경우 국내에서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분야며, 해외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이유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이전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PC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을 선호하는 만큼 이쪽을 위시한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문을 걸어잠그면서 자연스레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위주 서양권 진출에 당위성이 부여됐다. 더불어 10여년 전에 비해 국내에도 콘솔 유저층이 훨씬 넓어진 것도 원활한 도전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콘솔이 주류 플랫폼이 되는 날이 올지도
국내 게임업계와 유저들은 지금 콘솔 기기와 친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다. 개발사나 유저 모두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조만간 국내 게임시장의 주류 플랫폼은 콘솔이 포함된 멀티플랫폼 정도로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보다 다양한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