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잃어버린 색을 찾는 슬픈 동화 이야기, 외톨이
2023.02.11 11:00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인디게임의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의 게임을 자주 볼 수 있게 됐지만, 특히나 곧잘 눈에 띄는 장르가 바로 로그라이크다. 적은 리소스로도 조합과 선택의 다양함으로 항상 색다른 게임 경험을 전달할 수 있고,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서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최근 로그라이크 게임이 범람하기 시작하며, 개성을 주기 위해 기존 룰에 약간의 변형을 더해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 약간의 보상을 더해 성장이나 난이도 완화를 꾀하거나, 혹은 기록을 남겨 열람할 수 있게끔 하거나, 수집형 요소를 더해 자신이 지금까지 사용했던 능력이나 무기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게임들도 있다.
그 중에는 상당히 독특한 접근을 시도하는 게임도 등장한다. 오늘 소개할 Wetory(이하 외톨이) 또한 그런 게임이다. 타일맵을 기반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일과 색의 상호작용으로 색다른 조작감과 회피의 맛을 살렸다. 게임메카는 독특한 조작과 비주얼로 다양한 게임쇼에서 주목받은 외톨이 제작사 페퍼스톤즈 하수영 대표와 최현순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에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외톨이는 잃어버린 색을 찾는 여정이다
외톨이는 3D 로그라이크 장르의 던전 크롤러 게임이다. 발에서 물감이 나오는 병으로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가 악당이 빼앗은 세상의 모든 색을 되찾는 모험을 다룬다.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발에서 물감이 나온다는 설정에 맞춰, 아이가 걸어 다니는 곳에 색이 물들며, 발에서 나온 색으로 무채색의 적을 공격하는 식이다.
이런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의 기본 콘셉트는 특정한 색의 보도블록을 밟으며 놀았던,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경험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이전에 개발한 바 있는, 붓으로 바닥을 색칠하는 콘셉트의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블록을 밟아 색을 활용하는 스타일을 만들게 됐다. 일부러 특색 있는 플레이 방식을 위해 고민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을 창의적으로 녹여 나온 요소인 것이다.
‘색마다 서로 다른 스킬'이라는 설정은 색을 사용하는 이전 개발작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각 스킬의 특징 같은 경우 일단 스테이지와 보스 디자인 등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서 색상과 특징, 스킬 디자인을 확장했다. 데모버전에서는 3가지, 정식 출시에서는 총 여섯 개의 색상을 활용해 전투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흑백으로 구성됐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색이 없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또 주인공인 아이가 사용하는 색을 부각시킬 수 있는 비주얼을 위해서다. 동화 같은 이야기와 잔잔한 BGM을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 자체는 잔혹동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콘셉트 또한 이에 맞췄다. 암울하고 우울한 분위기는 색감으로, 귀엽고 동화 같은 분위기는 오브젝트나 몬스터를 통해 만들어 내 무거우면서도 무섭지는 않은 비주얼을 완성해냈다.
14년의 우정, 페퍼스톤즈
페퍼스톤즈는 중학교 동창 두 명이서 모여 시작한 인디게임 개발사다. 원래는 둘 다 게임을 좋아하니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어쩌다 보니 일이 커져 이제는 제작지원 사업까지 받아가며 현재 네 명의 팀원이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어엿한 개발사가 됐다. 외톨이 출시를 앞둔 페퍼스톤즈는 현재 하 대표와 최 PM외에도 일러스트레이터와 3D 모델러가 각각 한 명씩 근무 중이다.
하 대표와 최 PM은 약 14년가량 서로 알고 지냈다. 긴 세월을 함께 하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알게 돼, 이제는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갈등 또한 그렇다. 의견을 내세울 때는 내세우고, 양보할 때는 양보한다.
조작키 관련 이슈가 대표적이다. 외톨이 개발 당시 하 대표는 숫자키마다 각각 하나씩 색을 할당하고 싶어했지만, 최 PM은 조작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Q와 E로 색을 변경하는 방향을 고수하려 했다. 한 손으로 게임을 플레이 했으면 하는 고집이었다. 최소한의 조작을 위해 갈아엎은 요소도 많고 방식도 많았다. 이후, 버튼을 여러 개로 하려던 하 대표는 포팅을 진행하면서 조작키가 적은 것이 유용한 이유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콘솔 컨트롤러 포팅 과정에서 키를 할당하는 일에 걱정이 많이 됐다는 것이 그 사유다.
최 PM은 개발을 진행하며 가장 고민이 많았던 요소는 바로 텍스트라고 말했다. 본디 텍스트리스 게임을 추구했던 두 사람에게 테스트를 진행할수록 텍스트에 대한 니즈가 점차 늘어났다는 점이다. 프로토타입에서는 텍스트가 아이템 이름과 설명 외에는 전혀 텍스트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텍스트를 줄이고 싶어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튜토리얼을 진행할 때도 이와 거리를 뒀는데, 시연을 해본 게이머들이 한결같이 설명과 텍스트를 원했다고.
해당 피드백을 수렴해 설명을 추가하니 시연자들의 요청이나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이 압도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원래는 넣고 싶지 않았던 요소였으나, 넣었을 때 평이 달라지는 것을 깨닫고 “이것이 어쩌면 내 아집이 아닐까”, 혹은 우리가 텍스트리스 게임을 만드는 일에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라 깨달았다고. 물론 페퍼스톤즈의 텍스트리스 게임에 대한 열망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를 경험으로 삼아 이후에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낭만 개발’은 말 그대로 낭만일 뿐
페퍼스톤즈는 오는 5월쯤 외톨이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출시 이후엔 DLC 개발 대신, 차기작을 준비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둔다. 애초부터 외톨이는 풀 콘텐츠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만약 DLC를 만들게 된다면 그것은 아이작의 번제만큼 팔렸을 때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사실 페퍼스톤즈는 은근히 긴 시간 동안 ‘낭만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배를 곯고, 아끼고, 불편하게 하는 개발이 제작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고 한다. 이제 두 사람은 먹고 살만큼 벌어가면서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퍼스톤즈는 외톨이 개발 완료 후 휴식기를 가진 뒤 차기작을 함께 할 끝까지 오래 할 수 있는 멤버를 찾을 예정이다.
하 대표와 최 PM은 “현재 공개된 건 2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들이지만, 이제는 그동안의 많은 경험을 통해 좀 더 나아진 게임이 됐다 말할 수 있다. 지금 데모버전도 리모델링은 진행을 했지만, 정식 출시 이후 만나볼 수 있는 남은 스테이지도 재미 있고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생각한다”고 밝히며 “출시 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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