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zip] 게임 저작권 소송, 법원 판단이 달라지고 있다
2023.02.15 10:00게임메카 유관우 변호사
게임사 간 법적분쟁 중 가장 많은 것이 저작권에 관한 것인데요, 지난 1월에도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가 제기한 미르의 전설 2 각색권 수권행위에 대한 금지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각색권 수권행위란 지적 재산권이 있는 창작물을 활용해 모바일게임 등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행위인데요. 중국 법원이 위메이드에 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액토즈소프트는 항소할 것이라 밝혔으며, 이 외에도 두 회사는 미르 IP를 두고 장기간 여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그간 게임업계에서 진행된 저작권 관련 분쟁은 미르 관련 사건 외에도 많은데요, 작년 7월 7일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MMORPG 블랙엔젤이 웹젠의 뮤 시리즈를 그대로 모방하며 다른 게임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웹젠이 2019년 중국 게임사 유주게임즈 국내법인인 유주게임즈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중지 청구 소송었는데요, 법원은 유주게임즈코리아가 뮤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스킬 이펙트, 탈 것과 같은 게임 요소의 선택·배열 및 결합 관계를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인정하며 10억 원을 배상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주게임즈코리아가 항소하지 않으며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죠.
게임에서 표절 시비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그동안 법원은 게임 저작권 침해 인정에 소극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봄버맨 사건, 부루마불 사건, 실황야구 사건 모두 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임사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 법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법원 역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규칙, 캐릭터, 아이템, 시나리오, 영상, 음악 등이 결합된 저작물인데요, 아래에서는 게임 규칙, 게임 아이템, 게임 맵, 소스코드, 게임 캐릭터 등이 유사하여 상대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사건에서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려왔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게임 요소들의 선택·배열·조합도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는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우선 살펴볼 부분은 게임을 이루는 주요 요소를 선택하고, 배열하고, 조합하는 일종의 규칙에 대한 부분도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있느냐입니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살펴볼 수 있으나 기존에는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 아이디어로 판단된 규칙에 대해서도 개별 게임의 개성이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9년에 대법원에서 판결한 팜히어로 사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게임 규칙이나 표현 방식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것을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죠. 팜히어로 사가는 게임 속 특정한 타일을 3개 이상 직선으로 연결하면 점수를 획득하는 3매치 게임인데요, 등장하는 기본 캐릭터는 과일, 야채, 콩 등이고, 방해하는 캐릭터는 토끼, 악당 캐릭터는 너구리입니다.
킹닷컴 리미티드는 홍콩의 젠터테인이 개발한 포레스트 매니아를 국내에 서비스하던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포레스트 매니아 역시 팜히어로 사가와 마찬가지로 3매치 게임이며, 캐릭터는 농작물 대신 여우, 하마, 곰 등을 사용했고, 방해 캐릭터는 토끼 대신 늑대를, 악당 캐릭터는 너구리 대신 원시인을 사용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팜히어로 사가에서 각 게임 요소를 선택·배열·조합하는 규칙 역시 저작물로 보호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요, 대법원은 팜히어로 사가가 농장을 일체감 있게 표현하여 기존의 게임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주요한 구성 요소들이 선택·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어 선행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게 되었다"라며 규칙 역시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포레스트 매니아에 대해 "피고 게임은 원고 게임과 동일한 순서로 히어로 모드, 전투 레벨, 알 모으기 규칙, 특수 칸 규칙, 양동이 규칙(그루터기 규칙), 씨앗과 물방울 규칙(엘프와 버섯 규칙), 방해 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원고 게임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 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사용하였다"라며 "결국 피고 게임은 유저에게 원고 게임에서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준다"라며 두 게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고,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히어로 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고(파기환송), 이후 두 게임사는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여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결정은 과거 판례와 사뭇 다른데요. 과거 사례도 살펴봅시다. 우선 봄버맨과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이하 크레이지 아케이드) 간 저작권 분쟁이 있습니다. 봄버맨은 바둑판 모양 필드에서 유저가 조종하는 캐릭터가 폭탄을 설치하면 일정 시간 경과 후 폭탄이 터지며 화염이 십자 형태로 나오고, 그 화염에 적 캐릭터가 맞으면 사망하는 게임입니다. 이후 출시된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봄버맨과 유사한 게임성을 지녔으나 폭탄 대신 물풍선을 사용하죠.
두 게임이 얽힌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는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봄버맨을 표절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요, 법원은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봄버맨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게임의 배경, 전개방식, 규칙, 단계 변화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아이디어는 저작권법 내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봤죠. 즉, 두 게임이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배경, 방식, 규칙 등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 아이디어라는 판단입니다.
부루마불에 대해서도 봄버맨과 비슷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모바일게임 부루마불을 출시한 아이피플스는 2016년에 넷마블의 모두의마블이 자사 부루마불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와 5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이피플스는 넷마블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고, 2018년 8월 16일에 심리불속행 기각(법원에서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으로 패소가 확정됐습니다.
2심에서 법원은 넷마블 행위가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를 80페이지에 걸쳐 설명했습니다. 먼저 "원고 게임(부루마불)과 피고 게임(모두의마블)의 전체적 외관과 분위기가 유사하지만, 이는 대부분 저작권 보호대상이 될 수 없는 사상의 영역, 필수불가결하거나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형식,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형식 등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 모바일게임 부루마불의 독창적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죠.
이어서 법원은 "피고(넷마블)가 모두의마블을 보드 게임 부루마불의 기본적인 게임 규칙과 진행방식을 비슷하게 구현하고 홍보한 것에는 부루마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부루마불이 출시되기 전 이미 보드게임 모노폴리가 국내를 포함한 111개국에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던 점을 근거로, "부루마불과 모두의마블의 공통되는 기본 규칙과 진행방식, 그에 수반되는 구체적 표현방식은 부동산 거래 보드 게임에 공통적 또는 전형적인 것이어서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모두의마블은 모노폴리로 대표되는 부동산 거래 보드게임과 비슷한 규칙을 취했고, 부루마불을 개발한 아이피플스 역시 모노폴리에 있는 규칙을 가져오거나, 조금 수정해서 사용한 것이 대부분이라 부루마불 개발사에 저작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최근 카드게임에 관련된 저작권 소송에서도 부루마불 사건과 비슷한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포커, 맞고, 홀덤 등의 카드게임을 제공하는 모바일게임 혼게임과 다른 모바일게임 A의 유사성이 쟁점이 된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 게임은 모두 포커, 맞고, 홀덤, 하이로우 등 대중화된 카드게임을 모바일에 서비스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고, 두 게임이 출시 전 비슷한 진행 방식, 화면 구성, 이미지를 지닌 모바일 카드게임 다수가 배포됐다"라며 피고가 원고가 지닌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죠.
봄버맨, 부루마불, 카드게임까지 법원에서는 과거에는 전반적으로 게임 요소들의 선택·배열·조합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해오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2019년에 대법원에서 팜히어로 사가에서 규칙에도 다른 게임과 구분되는 개성이 있다면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규칙에 대한 저작권 소송에서 하급심 법원이 보여준 법리보다 한층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죠.
2. 소스코드 일부, 아이템·캐릭터 표현방식과 순서가 동일하면 두 게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
앞서 이야기한 규칙처럼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소스코드를 근거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도 있었습니다. 먼저, 온라인삼국지2 게임을 서비스하는 코스모스엔터테인먼트는 포플래닛의 게임 후한지가 온라인삼국지2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두 게임의 일부 소스코드가 오타까지 동일한 점, 맵 구조와 형태 및 표현방식이 동일한 점, 아이템이 화면에 표시되는 설명 순서와 사용 방법이 동일한 점, 캐릭터 표현방식과 서술 순서가 동일한 점을 근거로 후한지가 온라인삼국지2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죠.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은 코스모스엔터테인먼트는 이후 별도로 포플래닛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고,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1억 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두 게임의 소스코드가 얼마나 비슷한지 판단할 때, 개발자들이 자주 사용되는 코드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개 라이브러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외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야구 게임을 출시한 핸드온게임즈는 공게임즈의 야구 게임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두 야구게임 소스코드 중 109개의 파일쌍이 유사한데, 그 중 103개는 개발자 사이에서 빈번하게 이용되는 용어 혹은 괄호의 반복이거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개 라이브러리이기에 유사성 판단에서 제외하며, 나머지 6개만으로는 비슷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공게임즈의 야구 게임은 핸드온게임즈에서 근무하던 임원이 경업금지확약(퇴사 후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한 업종 회사를 창업하거나,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어기고 출시한 경쟁제품이기에 이 임원과 공게임즈는 핸드온게임즈에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죠.
3. 게임 캐릭터는 저작물로 보호되지만, 표현에 일정한 차이가 있다면 유사성이 부인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 저작권 분쟁에서 캐릭터에 얽힌 판례를 살펴봅시다. 먼저 일본 '실황야구' 저작권을 가진 코나미 가부시키가이샤는 네오플과 한빛소프트의 신야구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실황야구 캐릭터의 복제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1심, 2심 모두 원고가 패소했고, 3심에서도 2010년 2월 11일에 대법원이 상고기각해(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한 것) 원고는 패소했습니다. 대법원은 "캐릭터는 그 인물, 동물 등의 생김새, 동작 등 시각적 표현에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으면 원저작물과 별개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 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실황야구 속 캐릭터는 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귀여운 이미지를 주도록 개성적으로 디자인되었기에 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이며, 실황야구와 신야구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인체를 2등신으로 표현해 귀여움을 강조하는 SD 캐릭터라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와 같은 표현은 실황야구 캐릭터가 출시되기 전에 이미 만화, 게임, 인형 등에서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캐릭터 표현에 흔히 사용된 것이며, 야구 게임 특성상 필연적으로 유사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기에 위와 같은 유사점만으로는 두 캐릭터의 창작적 표현 형식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작년 3월 17일에도 이와 비슷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됐는데요, 법원은 모바일게임에 사용되는 고양이 캐릭터가 실질적으로 유사한가가 쟁점이 된 저작권법 위반 형사사건에서 두 고양이 캐릭터는 외형·몸통·다리·꼬리 길이, 눈꼬리와 입꼬리 모양, 눈동자 모양, 얼굴 모양 등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 구체적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피고가 원고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6월 24일에는 게임에 등장한 로봇 캐릭터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나오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엔틱게임월드는 2015년 1월 로봇 모바일게임 우주의 기사를 출시했는데요, 이 게임과 유사한 로봇 콘솔게임을 미국에 출시한 이엔피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게임과 피고 게임은 게임 이용자가 로봇과 무기를 선택해 팀을 구성하고 전투하며 행성을 점령한다는 구성이 동일하다"라며 "두 게임 캐릭터는 머리가 사각형이고 가운데 큰 눈과 각 모서리에 작은 눈 4개가 있으며, 어깨 부위에 노란색 문양 7개가 있는 등 주요 부분이 유사하다"고 판단해 피고가 원고의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저작재산권(복제권, 배포권)을 침해했고, 원고에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특정 게임 규칙을 그대로 모방하면 소송당할 수 있다
이렇게 총 10가지에 달하는 게임 저작권 사건을 살펴봤습니다. 저작권 분쟁은 대부분 장기전으로 진행되며 소송을 건 쪽은 비슷한 부분, 소송을 당한 쪽은 비슷하지 않은 부분을 조각조각 잘라서 비교한 이미지 수백 장을 증거로 제시합니다. 아울러 표절 시비가 걸리는 것과 법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게감이 상당히 다르기에 법원에서도 신중한 판단을 이어왔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팜히어로 사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같이 매출이 높은 특정 게임의 규칙·배열·조합을 그대로 모방해서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면 저작권 침해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도 일부 해외 게임사에서 국내 게임을 모방하고 있는데요, 서두에 이야기한 뮤 사건처럼 국내 법원에서 승소하는 선례를 많이 남긴다면 해외 법원에서도 권리 구제를 받는 데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