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 왜 진? 게이머 흥분시키는 실제 지명 TOP 5
2023.05.25 10:00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3년 코로나19 기간에 생긴 요상한 취미가 하나 있다. 구글맵과 스트리트 뷰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가상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고시가지를 거닐다가, 알래스카 동토를 쭉 뻗어 달려나가기도 하고, 인도 콜카타 거리에서 인력거들과 함께 걷다가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에서 물소 떼를 찾기도 한다. 거리와 시간의 제약 없이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새로운 풍경과 지형을 만나는 일명 구글맵 세계여행이다.
그러다 보면, 간혹 게이머로서 흠칫할 만한 곳들을 만나게 된다. 게임명이나 게임 캐릭터, 혹은 게임 속 지명 같은 이름들이 실제 지도 속에 떡하니 있는 경우다.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가게나 건물명이 아니라 거리, 자연물, 지역명에 이런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처음 보는 곳이지만 왠지 정감이 간다. 오늘은 우연의 일치이기도, 혹은 의도된 신기한 지명들을 모아 봤다.
TOP 5. 스페인 사라고사 '슈퍼마리오 거리', 젤다·테트리스·그란투리스모는 덤
스페인 사라고사에는 슈퍼마리오 거리(Anenida de Super Mario Bros)라는 길이 있다. 사실 마리오라는 인명 자체는 라틴어 마리우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스페인에서도 마리오라는 이름이 종종 쓰이긴 한다. 그러나 그냥 마리오 거리도 아니고 '슈퍼'마리오, 여기다 브라더스까지 붙은 걸 봐서는 아무리 봐도 노린 것 같다.
실제로 이 거리명은 노린 게 맞다. 이 거리는 2000년대 중반 개발된 교외 지역으로, 당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가를 건설하면서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거리 개통식에는 마리오 캐릭터가 인형옷으로 등장하고 테마곡까지 울려퍼졌다고. 참고로 이러한 거리 마케팅이 성공을 거뒀는지, 그 주변에는 젤다의 전설 거리, 테트리스 거리, 그란투리스모 거리, 스페이스 인베이더 거리 등이 쭉 늘어서 있다. 다만, 로망 넘치는 거리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꽤나 황량한 들판에 공사 중인 건물 몇 개만 늘어서 있는 곳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TOP 4. 여긴 호드, 저긴 얼라... 캐나다 오타와 '와우 도시' 거리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스톰윈드, 실버문, 잿빛 골짜기 등은 창작물에나 등장할 법한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런 이름의 거리들이 캐나다에 있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외곽 지역에 새롭게 만든 곳이 아니라, 수도 오타와 한복판에 있는 아발론이라는 동네에 떡하니 이런 거리들이 모여 있다. 참고로 자세히 찾아보면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더 보인다.
참고로 캐나다는 거리명을 붙이는 데 있어 꽤나 자유로운 편이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인만 받으면 재미있는 거리명이 꽤 많은 편이다. '이 거리(This Street)', '덥수룩한 엉덩이 길(Ragged Ass Road)', '아무데도 안 감(Road to Nowhere)', '길 도로(Avenue Road)' 같은 도로들이다. 그 외에 가수나 노래 이름을 딴 도로도 많으니, 와우 도시 길 이름 정도야 흔한 이름일 지도 모르겠다.
TOP 3. 빌 로퍼의 기운이? 미국 몬타나 '헬게이트 협곡'
미국 몬타나 주에는 꽤나 의미심장한 이름의 협곡이 하나 있다. 과거 런던과 도쿄에 열려서 게임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는 바로 그 이름, 헬게이트다. 얼핏 봐서는 그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협곡일 뿐인데, 19세기부터 헬게이트라는 저주받은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득히 먼 과거부터 빌 로퍼의 게임을 예언한 것일까?
사실 이 이름은 19세기 초반 산악 지역 토착 부족(과거 인디언이라 불렸던)과 초원 지역 토착 부족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에서 유래한다. 초원 부족이 협곡에 매복해 있다가 이 곳을 지나가던 산악 부족들을 습격했다는 것인데, 헬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에서 알 수 있듯 매우 잔혹한 전투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뭔가 중2병스러운 이름과 함께 빌 로퍼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지역명이 되었지만 말이다.
TOP 2. 캐나다에만 두 개! '오딘 산'
발할라 라이징이라는 부제의 게임으로 유명한 오딘. 사실 게임 이전부터 북유럽 신화 최고신이자 MCU 출연 등을 통해 유명했던 이름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근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한 차례 더 유명해진 이름이다. 그리고 이 오딘의 이름을 딴 산이 바로 캐나다에 있다. 그것도 두 개나! 캐나다에서 가장 추운 주인 누나부트에 있는 오딘 산, 그리고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에 있는 오딘 산이다.
참고로 높고 험난한 산에 신이 산다고 믿거나 신의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널리 있어 왔던 일로, 오딘이라는 이름 자체가 게임 등장 훨씬 이전부터 북유럽 신화 최고신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기에 오딘 산이 있는 것도 놀랍지만은 않다. 다만, 북유럽과는 한참 거리가 먼 캐나다에 오딘 산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할 따름이다.
TOP 1. 비행기 말고 시공의 폭풍 타고 가야 하는, 그리스 '히오스 섬'
블리자드 공식 약칭은 '히어로즈'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지만, 유저들은 너도 나도 '히오스'라는 명칭을 쓴다. 히오스라는 이름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는 이유에서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 지명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이름이니까. 바로 에게 해에 있는 그리스의 섬, 히오스 섬이다.
히오스 섬은 그리스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이 제주도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칠 정도로 상당히 크다. 참고로 게임과는 아무 관계 없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섬이지만, 이 섬의 타도스 마을에서 매년 부활절마다 여는 불꽃축제가 꼭 공성전 같아 보여서 많은 히오스 유저들이 '히오스 섬에 가면 실제 히오스를 할 수 있다더라', '저긴 비행기 타고 가면 안 되고 시공의 폭풍으로 가야 함' 같은 농담을 하곤 한다. 참고로 구글맵으로 봐도 자연 경관이 상당히 좋은 곳이므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