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TL의 미미한 탈 리니지, 타깃이 애매하다
2023.05.30 18:09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엔씨소프트가 올해 하반기 대표작으로 앞세운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에 대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탈 리니지’다.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례적으로 ‘게임성과 BM 모두 기존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반복했고, 올해 2월에는 아마존게임즈와 글로벌 서비스 계약을 맺으며 서양에도 통할만한 게임을 선보일 것이라 강조했다.
그렇다면 앞서 공언한 내용은 과연 사실일까?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첫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탈 리니지’에 대한 시도는 있었으나, 그 정도가 약해서 혁신이라고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적어도 이번 테스트에서는 어떤 유저층을 겨냥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직접 발견하는 재미와 편의성이 혼재된 탐사
먼저 살펴볼 부분은 게임 속 세계 탐험이다. 필드 내 높은 벽 곳곳에는 걸쇠가 달려 있는데, 고리에 줄을 걸어 높은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예상보다 절경인데, 일정 시간에 나타나는 하늘을 나는 고래인 기간트리테를 타면 높은 성부터 해변까지 필드 전역을 순회하기 때문에 제법 구경할 맛이 난다.
이는 단순한 눈요기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벽을 타고 올라가서 높은 곳에 있는 쪽지나 아이템을 발견하거나, 독수리와 같은 새로 변신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두 발로는 갈 수 없는 건물 옥상에 있는 순간이동석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탐험에 초점을 맞춘 서브 퀘스트인 ‘탐사 코덱스’도 갖췄으며, 무작위로 출현하는 특정 몬스터를 잡는 것, 공중에서 정확한 위치로 착지하는 것, 맵에서는 목표를 확인할 수 없는 대상을 찾는 것 등으로 목표도 다양하다.
이처럼 전반적인 구성에는 시각적인 재미와 탐험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일반 필드 및 다른 유저와 분리된 공간에서 전개하는 과거 이야기, 입수한 책을 풀어 열쇠를 얻는 퍼즐 등도 갖췄다. 전체적인 틀은 기존 엔씨소프트 타이틀과 큰 차이가 없으나 세밀한 부분에서 유저 스스로 무언가를 풀어가는 부분을 더했다.
다만 탐험, 퍼즐, 발굴 등이 핵심 플레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비해서 큰 변화로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TL은 자동이동과 함께 자동전투를 지원하며, 창고에 저장한 재료를 일일이 꺼내지 않아도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등 모바일게임을 연상시키는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에서 PC에 게임을 켜두면 퍼플 앱을 통해 모바일에서도 스트리밍으로 플레이가 가능했고, 키보드/마우스 조합과 터치패드로 나뉜 UI도 별도로 지원했다.
전반적인 구성이 기존 모바일게임과 유사한 가운데 자동진행이 불가능한 서브 콘텐츠가 섞이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도 다소 혼란이 발생했다. 모바일 MMORPG에 익숙한 유저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답을 찾기 어려워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전형적인 PC MMORPG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모바일 특유의 편의 시스템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으며, 일부 구현된 수동 콘텐츠가 되려 어색하다는 의견이다. 탐험을 살리고 싶다면 좀 더 여러 경로로 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며, 편의성을 추구한다면 진행에 막힘이 없도록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자동 아닌 수동으로 만든 ‘패링’의 의미를 살려야
TL이 모바일 MMORPG 같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자동사냥이다. 최근에는 PC MMORPG에서도 자동이동까지는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냥만큼은 직접 손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TL은 모바일 스트리밍을 지원하지만 PC와 콘솔 타이틀을 핵심으로 앞세우고 있기에, 자동전투가 중심을 이룬다면 기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전투의 모든 부분이 자동인 것은 아니다. TL에서는 무기 선택에 따라 직업이 달라지며, 무기마다 적 공격을 막거나 튕겨내는 ‘패링’을 기본적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 패링은 자동이 불가능하며 100% 수동으로만 발동시킬 수 있다. 보라색으로 표시되는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패링을 쓰면 일정 시간 기절시킬 수 있으며, 보스전만 연달아 하는 특수던전인 타이달의 탑에서는 패링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대미지가 높은 연쇄공격을 막지 못해 단시간에 사망한다.
전투 측면에서 TL의 또 다른 특징은 무기 2개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무기를 바꿔가며 패링을 적극적으로 쓰는 전술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무기는 2개고 두 무기가 스킬 쿨타임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패링에 소모되는 스테미너는 하나다. 즉, 스테미너 한계로 인해 보스전 중후반에는 원하는 타이밍에 발동하는 것이 어렵다.
이 부분은 결국 수동 컨트롤이 전투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며, ‘모바일스러운’ 자동전투 게임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다. 패링을 통해 수동 컨트롤에서 맛볼 수 있는 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무기별로 스킬에 소모되는 자원을 구분하는 등 중후반에도 좀 더 원하는 타이밍에 자주 쓸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무기 시스템과 관련해 또 하나 살펴볼 점은 무기 2개를 제한 없이 쓴다는 설정은 좋지만, 캐릭터 능력치 구조상 생각보다 자유도가 높지는 않다. 직업에 따라 무기가 나뉘는 구조는 아니지만, 무기와 능력치가 세트로 묶이며 무기마다 능력치를 따로 설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TL은 레벨을 올리면 획득하는 포인트를 원하는 능력치에 배분해서 전투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즉, 캐릭터 성장에 집중하는 초반에는 주 무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능력치를 올리고, 부 무기 역시 투자한 스탯에 맞춰서 선택하는 방향으로 굳어진다. 즉, 무기 구성이 획일화되며 자유로운 무기 조합이 무색해진다. 주로 쓰는 무기 2종에 각각 능력치를 설정할 수 있다면, 듀얼 무기라는 테마가 좀 더 살지 않을까 싶다.
PvP 참여 선택도 시스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체감하기에는 어렵다. 맵을 통해 PvP 가능 콘텐츠가 열리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이벤트가 시작되면 알림이 뜨기에 PvP가 싫다면 그 지역을 벗어나면 된다. 다만 이 콘텐츠에 등급이 높은 무기를 만드는 재료 등 좋은 보상이 걸려 포기하기 어렵다. 여기에 TL 역시 기존 엔씨소프트 타이틀처럼 캐릭터 간 충돌이 있어 보스 둘러싼 원거리 캐릭터에 막혀서 근거리 캐릭터가 접근하지 못해 캐릭터 간 밸런스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모호한 방향성을 어디로 돌릴 것인가가 관건
지금까지 TL에서 엔씨소프트가 기존 타이틀과 다르다고 앞세웠던 부분을 자세히 살펴봤다. 일단 모바일 MMORPG 유저 입장에서는 조금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리니지M과 비교하면 탐험, 퍼즐, 패링 등 수동 컨트롤이 더해지며 체감 난이도가 높아졌고, 테스트 기준으로는 과금을 통해 캐릭터를 단시간에 강력하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PC온라인 MMORPG를 즐겨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자동이라는 큰 틀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기존 엔씨소프트 게임과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여러 게임에서 경험해본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아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튜토리얼 단계에서 맛볼 수 있는 스토리 연출과 구경할만한 풍경 다수를 구현해낸 그래픽 완성도는 준수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은 테스트 단계에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테스트 종료가 다가온 시점, 엔씨소프트는 두 가지 방향 중 어디로 갈 것인가를 명확히 선택하는 것이 요구된다. 어떠한 유저를 끌어들일 것이냐가 분명하지 않다면 시장에서도 재미 포인트가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게임이라 인식되며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엔씨는 어느 쪽을 선택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