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너무 적다, 오버워치 2 PvE 이야기 임무 체험기
2023.08.11 04:00게임메카 김인호 기자
오버워치 2에 대한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PvE 콘텐츠’다.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트레이서의 펄스 폭탄, 벽을 튕기며 날아가는 한조의 화살 등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유저들을 설레게 했다. 특히 블리즈컨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본 유저들은 화려한 인게임 연출에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어쩌면 2016년 정식 출시 때처럼 다시 한번 오버워치 붐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 5월, 개발진은 유저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오버워치 2 PvE 콘텐츠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되는 것은 레벨과 스킬 트리, 아이템 장착 등이 담길 예정이었던 영웅 PvE 모드다. 이에 많은 유저들은 “오버워치 2가 아닌 오버워치 1.5였다”라는 말과 함께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8월 11일, 대망의 오버워치 2: 침공이 시작됐다. 그토록 말이 많았던 오버워치 2 PvE 콘텐츠(이야기 임무)가 처음으로 출시되는 6번째 시즌이다. 제작진은 규모가 충분히 크다고 밝혔으나, 과연 그럴까? 게임메카는 테스트 서버를 통해 먼저 플레이해본 PvE 이야기 임무에 대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플레이 가능한 임무는 총 3개
이야기 임무는 4명이서 정해진 목표를 수행하며 오버워치 2 세계관 속 스토리와 시네마틱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모드다. 이전에 여러 차례 선보인 기록 보관소 이벤트와 거의 유사한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게임에 접속해 플레이 모드 중 ‘임무’를 클릭하면 메인화면 개념인 ‘윈스턴의 책상’이 나오고, 이 곳에서 즐기고 싶은 임무와 난이도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매칭이 이뤄진다. 난이도는 ‘중수’, ‘고수’, ‘초고수’, ‘전설’이 있다. 전설은 AI와 플레이가 불가능하고 오직 사람끼리만 팀을 이룬다.
이번 시즌에 플레이 가능한 임무는 ‘저항(리우데자네이루)’, ‘해방(토론토)’, ‘아이언클래드(예테보리)’로 3개다. 순서대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구조이며, 각각 선택할 수 있는 영웅이 다르다. 가장 첫 번째 임무인 저항에서는 라인하르트, 윈스턴, 겐지, 메이, 에코, 트레이서, 루시우를 플레이할 수 있다.
사실 여기서 1차로 당황했다. 주로 플레이하는 리퍼, 캐서디, 파라 중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토리 전개에 맞춰 배치한 걸로 보였는데, 원하는 영웅이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선택지가 너무 적다고 느껴졌다. 특히 힐러 포지션은 아예 루시우 하나다 보니 이런 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아마 대부분의 유저들이 딜러를 선택하고 빈 자리를 메워주는 AI가 힐러를 맡지 않을까 싶었다.
‘저항’ 임무를 시작하면 리우데자네이루 어딘가에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널 섹터와 싸우는 오버워치 영웅들의 시네마틱 영상이 재생된다. 이후에는 본인이 선택한 영웅을 통해 팀원과 협력하며 적을 처치하면 된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특정 오브젝트를 파괴하거나 문을 여는 정도의 별도 목표가 요구된다. 참고로 영웅이 보유한 스킬은 PvP와 동일하며, 난이도에 따라 적의 체력과 공격력이 달라진다.
플레이하며 전체적으로 느낀 감정은 ‘답답함’이었다. ‘고수’ 난이도와 트레이서를 선택했는데, 대미지가 너무 약해서 적 하나를 처리하는 데도 정말 한참을 때려야 했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로봇 군단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몹 숫자가 적지도 않은데 말이다. 처치한 적에게서 따로 보상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저항 임무에서는 중간 보스와 최종 보스가 등장한다. 중간 보스는 등장 연출만 있을 뿐, 사실상 체력과 공격력이 늘어난 대형 몬스터라고 보면 된다. 최종 보스는 그래도 패턴다운 패턴을 조금 구사하긴 한다. 중앙에 있는 오브젝트로 보스의 이동 공격을 유도하면 일정 시간 딜타임이 열리는 방식이다. 그 외에는 땅을 내리쳐 근처의 적에게 큰 피해를 준다던가, 병사들을 소환한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다.
구조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두 번째 임무 ‘해방’
해방은 크게 수송선 보호 미션과 NPC 호위 미션으로 나뉜다. 토론토에서 널 섹터와 싸우고 있던 소전과 오버워치 영웅들이 재회하는 내용의 트레일러를 감상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수송선 보호가 시작된다. 수송선은 일정량의 체력이 존재하며, 유저는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적을 전부 처치해야 한다.
그 다음은 NPC를 구출하며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미션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중에 떠있는 해파리 형태의 널 섹터 ‘제압자’가 처음 등장한다. NPC에게 다가가 레이저를 쏘며, 일정 시간 안에 공격 중인 제압자를 처리하지 못하면 NPC가 사망해 임무에 실패한다. 기자는 여기서 처음 실패를 경험했다.
문제는 호위해야 하는 NPC가 2명이라는 점이다.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있는데, 양 쪽 모두 제압자가 등장해 정신이 없다. 그나마 가장 낮은 난이도인 ‘중수’에서는 혼자서 커버가 가능하지만, 적 체력이 많은 ‘고수’, ‘초고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AI 팀원은 조작 중인 영웅 주위로 우르르 몰려오기 때문에 나머지 한 쪽을 맡길 수 없는 구조다.
사실상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임무 ‘아이언클래드’
아이언클래드는 오버워치 2: 침공으로 추가된 이야기 임무 중 가장 많은 노력이 들어간 듯 보였다. 오브젝트를 수송하며 맵 곳곳으로 이동하고, 거대 로봇과 전투를 벌이고, 각종 포탑을 설치하는 등 앞선 임무들 보다 훨씬 다채로운 구성과 미션을 자랑했다. 특히 오브젝트 수송 마지막에 나온 반전 연출에서는 여러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거대 로봇과의 전투는 다소 아쉬웠다. 특정 미션을 완료할 때마다 한 번씩 거대 로봇에게 타격을 입히는 방식인데, 내가 싸운다는 느낌이 없어 몰입감이 떨어졌다. 워낙 크다 보니 물리적인 구조상 쉽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제로아워’ 트레일러에서 감동을 줬던 부분인 만큼 직접 전투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결국 이는 전반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으로 이어진다. 사실상 이번 이야기 임무: 침공에서 하이라이트를 맡는 부분이었고, 유저들이 힘을 합쳐 거대 로봇을 이겨 냈다는 확실한 성취감을 줘야 했다. 그렇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며, 거대 로봇이 쓰러질 때 나오는 빈약한 연출이 그 마무리를 장식했다.
분량도 적은데 유료 구매까지 해야 해?
오버워치 2 이야기 임무는 기존 오버워치 세계관 및 스토리에 관심이 있던 유저가 아니라면 크게 매력을 느끼기 힘든 구조다. 여타 게임과 비교해도 참신하다고 느낄 만한 연출은 거의 없고, 탭(Tab)키를 눌러 확인할 수 있는 처치, 도움, 피해량 등 각종 지표 말고는 플레이 중 동기 부여가 될 만한 부분도 찾지 못했다.
반복 플레이할 만한 요소도 진척도와 도전과제가 전부다. 패키지 게임처럼 다양한 수집 요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지라, 과연 얼마나 되는 유저가 이를 위해 이야기 임무를 즐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추후 업데이트에서는 스타크래프트 2 협동전의 레벨 시스템 같은 요소들이 도입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사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건 분량이다. 가장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할 경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고 모든 이야기 임무의 엔딩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가한다고는 했지만, 당장 PvE 콘텐츠를 기대했던 유저들이 이번 이야기 임무를 즐기고 다음을 기다려줄지가 의문이다.
물론 블리자드답게 시네마틱 영상만큼은 칭찬할 만 하다. 각 영웅의 매력을 잘 담아냈으며, 라인하르트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방패를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시네마틱 영상은 전부 합쳐 약 20분 분량 정도인데, 이를 감상하기 위해 이야기 임무를 구매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