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파이더맨 2,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좋았다
2023.10.16 23:00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이 기사에는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있습니다
얼마 전 토드 하워드가 스타필드에 존재하는 일부 행성 재미가 덜하다는 비판에 “모든 지역이 디즈니 테마파크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해 화제를 모았다. 디아블로 4 디렉터 로드 퍼거슨은 “유저는 늘 달콤한 아이스크림만 먹을 수는 없으며, 때로는 샐러드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은데, 모든 게임플레이 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스토리, 파밍, 진행 등에서 지루한 순간은 분명 생기며, 이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 보다는 전투나 보스전, 클라이맥스 등 강점에 더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이기도 하다.
‘마블 스파이더맨 2(Marvel Spiderman 2, 이하 스파이더맨 2)’ 자칫 지루하기 쉬운 슈퍼히어로 액션게임이다. 게임은 장르 특성상 많은 제약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주인공이 고정되어 있고 능력치 상승이나 사용하는 기술과 능력이 한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전투 시스템이 단조로워지기 쉽고, 그래서 캐릭터 스토리나 보스전에 집중하고 나머지 진행과 퍼즐 구간에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플레이한 스파이더맨 2는 미니게임, 오픈월드, 스토리 등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가 뛰어났으며, 매 순간이 재미있는 이른바 디즈니 테마파크 같은 게임이었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 진중하게 다뤄지는 캐릭터
스파이더맨 2는 두 주인공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로 진행된다. 게임 초중반부는 강력한 사냥꾼 빌런 크레이븐에 맞서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크레이븐은 강적을 사냥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두 스파이더맨들에 의해 수감된 범죄자들을 풀어준다. 그 과정에서 마일즈 모랄레스에게 있어 최고의 숙적 마틴 리(미스터 네거티브)가 납치됐고, 죄를 뉘우치고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던 툼스톤이나 샌드맨 등 전작 빌런을 습격하기도 한다.
크레이븐과 맞서면서 피터 파커와 베놈의 스토리가 함께 전개된다. 피터의 친구 해리는 선천적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심비오트라는 강력한 치유능력을 가진 외계생명체를 사용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해리는 심비오트의 강한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스파이더맨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후 스파이더맨이 크레이븐의 공격에 빈사상태가 되자, 해리는 심비오트 수트를 스파이더맨에게 넘겨 목숨을 살린다. 이후 스파이더맨이 심비오트의 힘까지 활용하며 더 강력해지지만, 심비오트에 의해 타락해 힘에 심취하거나 오만하고 신경질적인 모습도 보인다.
마일즈 모랄레스는 마틴 리에게 복수를 시도하다가 크레이븐에게 쫓기거나, 대학교 에세이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이후 크레이븐에게 납치되고 마틴과 복수전을 펼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마일즈 모랄레스는 어린 스파이더맨에서 더 성숙해지고, 피터 파커는 심비오트의 숙주가 되어 주변 인물들과 갈등을 빚으며 ‘완벽하지 않은’ 인간 스파이더맨으로서 모습이 강조된다.
주인공 둘 만큼이나 흥미로운 서사는 빌런 크레이븐과 마틴 리의 서사이다. 크레이븐의 경우 빌런 자체가 강한 포스를 가지기는 했으나, 서사가 치밀한 편은 아니었다. 특히 전작 등장한 빌런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그 강력한 힘의 원천 같은 부분은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스토리에서 미친 영향은 막대한데, 스파이더맨 2에서 뉴욕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의 시발점이면서 초중반부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빌런 마틴 리를 비롯해, 해리, 메리 제인 왓슨 등 다양한 주요 캐릭터들도 버려지는 일 없이 다뤄진다. 서사 면에서 완성도가 높고, 스파이더맨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과거 빌런들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불행을 겪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팬이 아니더라도 스토리 연출, 카메라 구도에서 불안감이 표출되는 등 서사와 연출에 상당한 공을 들인 만큼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스킬과 장비, 공격 방식을 활용하는 전투
전투는 프리 플로우 액션이며,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두 스파이더맨, 그리고 특정 구역에서 매리 제인 왓슨 정도다. 메리 제인의 경우는 기동력이 낮고 은신해야 한다는 페널티가 있지만, 적을 한번에 기절시키는 스턴건을 활용하고 적 시야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스파이더맨 보다 강하게 느껴져 몰입을 해치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플레이는 두 스파이더맨을 번갈아 조작하게 된다.
주인공이 강력한 힘을 가진 슈퍼히어로이긴 하지만, 전투는 쉽지 않았다. 회피와 가드(패링) 타이밍이 꽤 짧고 빡빡한 편인데다가 초반부터 무기를 활용한 적이 등장하고 방어 불가, 회피 불가 공격 등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투 난이도가 체감된다. 또한 체력 회복 수단도 한정적이고 적을 공격해 게이지를 모아야 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슈퍼히어로가 일개 건달에게 패배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다소 어려운 전투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선 준비된 스킬, 전투 시스템, 스파이더 장비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우선 그라운드에서 싸울 때는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데, 공중에서는 방해도 적고 주는 대미지도 강해 적을 공중에 띄우는 기술에 익숙해지게 된다. 또한 획득한 스킬 포인트로는 다양한 기술을 해금할 수 있는데 반격하면 적 무기와 방패를 부수는 등 전투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스킬도 있고, 액티브 스킬을 강화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둘인 만큼 사용하는 스킬도 다르며, 레벨업 포인트로 캐릭터 별 스킬을 강화할 수도 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토리에 맞춰 새로운 공격 스킬을 획득하는데, 해당 스킬을 활용하면 해당 스테이지 클리어가 용이하도록 구성됐다. 예를 들어 피터의 경우 중반 베놈 관련 광역 기술을 습득하며 이를 사용하면 다수의 적을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다. 다만 스토리 진행에 따라 스킬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불필요하게 전투 난이도가 상승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배트맨 아캄 시리즈처럼 은신 시스템도 있어 모든 스테이지를 전면전으로 풀어나갈 필요는 없다. 적에게 들키기 전에 공격하면 은신 무력화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모두 제압하면 전투 없이도 특정 구간을 돌파할 수 있다. 전면전에 돌입하게 되면 적이 여럿 보충되는 만큼, 되도록 적을 조용히 처리하면 진행도 편하고 성취감도 느껴진다.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진짜 거미처럼 구역 전체에 거미줄을 둘러 적들을 쉽게 사냥할 수도 있다.
잡몹과의 전투가 액션과 난이도로 도전적인 즐거움을 준다면, 보스전은 스파이더맨 2 전투의 꽃이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초반부에는 보스전이 없고, 중반부터 보스전이 몰아서 등장하며 초반부 보스에 가까운 적들은 사실상 크레이븐의 부하 1, 부하 2인만큼 그 임팩트도 떨어진다. 진정한 의미에서 첫 보스에 가까운 리자드부터 보스전 구도와 연출, 전투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는데, 각 보스들은 각자 특징과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전투를 보여주고 다채로운 방법으로 싸움의 구도를 다각화한다. 리자드의 경우 1페이즈가 끝나면 추격전을 벌이게 되고, 크레이븐은 마치 도구가 주인공의 전유물이 아닌 듯 다양한 장비(총, 연막탄, 종, 창 등)을 활용해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보스 별로 특색과 개성이 뚜렷하고 대미지도 강력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다소 높지만, 친절한 세이브 시스템 덕분에 압박감이 덜하다. 보스는 2~3개 체력을 가지고 있는데, 체력바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전투가 저장되어 쓰러지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는 없다. 특히 최종 보스가 강력한 대미지와 어려운 패턴 때문에 약간 불합리한 난이도를 가진 만큼, 이런 세이브 시스템이 없었다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전투는 전반적으로 쉽지 않지만, 다양한 스킬과 장비, 전투 방식을 제공해 이를 활용할수록 더 재미있고 전략적인 싸움이 가능했다.
매 순간 놀랍고 즐거운 스파이더맨 테마파크를 선사하다
게임을 하면서 가장 놀랬던 부분은 정말 모든 곳에 디테일하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우선 이동의 경우 웹 윙이라는 글라이더가 추가되어 원래도 속도감이 높은 거미줄 이동을 더 빠르게 만들었다. 빠른 이동 기능이 해금되긴 했지만, 웹 윙을 활용해 비행하거나 거미줄을 타는 부분이 재미있어서 손이 잘 가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메인 스토리와 주요 퀘스트에 미니게임, 연출 등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유도했다. 초반부 피터와 메리 제인 왓슨, 해리가 테마파크로 향하는 메인 스토리에서, 플레이어는 그곳에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와 미니게임을 실제 체험 할 수 있다. 여기서 모든 놀이기구와 미니게임을 완수하면, 보상으로 놀이공원 안에서만 착용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얻을 수 있다. 이외에 미스테리오 미니게임 임무의 경우 음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마일즈와 어울리는 리듬게임이 등장하는데, 화려한 연출과 노트가 날아오는 속도, 음악과 노트 박자 등이 잘 어우러졌다. 분명 중요성이 낮고 잠시 등장하는 게임플레이 요소에도 섬세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발력을 엿볼 수 있었다.
PS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햅틱 피드백 기능도 충실하게 활용했다. 예를 들어 샌드맨 서브 퀘스트에서 적들을 무찌르고 나면 기억이 담긴 돌을 획득하고, 이를 쪼개야 한다. 이때 햅틱 피드백이 적용되어 실재로 돌을 쪼개는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외 전화나 방송이 나오면 패드에서 전화가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거나, 각종 퍼즐 풀이에도 진동과 반발감이 느껴진다. 또한 모든 스토리 진행에 진동 기능이 적용됐는데, 단순하게 스토리를 진행하는 구간, 이를테면 해리와 피터가 걷는 장면에서 발걸음에 맞춰 패드 진동이 발생한다. 다소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매 순간 자극을 줄 방법을 연구한 개발진의 노력이 느껴졌다.
오픈월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뉴욕 전역에 퀘스트 마커와 수집물이 흩어져있는 방식이다. 다소 단순하지만, 주인공이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슈퍼히어로라는 점 때문에 반복적이고 귀찮은 퀘스트가 사리에 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몇몇 수집물과 미니게임은 특정 캐릭터로만 진행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플레임’ 교단 관련 퀘스트, 치유 제단 임무는 피터로만 진행할 수 있고, 미스테리오 임무 등은 마일즈만 수행할 수 있다. 임무를 진행하면 다양한 재화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캐릭터 능력치를 강화하고 스파이더맨 수트를 제작할 수 있다. 과거 스파이더맨 영화부터 코믹스까지 등장한 다양한 의복을 모을 수 있고, 외형을 바꾸는 재미도 있었다.
슈퍼히어로 게임은 주인공이 고정되어 있고, 능력치 상승이나 사용하는 기술과 능력에 제약이 커 전투 시스템이 단조로워지기 쉽다. 그러나 스파이더맨 2는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 단조로워지기 쉬운 전투는 은신 제압, 방어와 회피 시스템, 스킬 등으로 보완했고, 보스전은 연출과 난이도 조절로 액션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 구간에 다양한 미니게임과 컨트롤러를 활용해 흥미를 더했다. 마블 스파이더맨 테마파크의 모든 놀이기구는 재미있었고 완성도 또한 뛰어났다. 스파이더맨 팬 뿐만 아니라 PS5를 보유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