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체험판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2024.04.24 23:00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콘솔 업계에서 국산게임이 점차 힘을 더하고 있다. 작년 출시된 P의 거짓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게임 시상식 BAFTA 어워드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가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그 입지를 넓혀가는 추세다. 현재 그 선두에는 오는 26일 출시 예정인 스텔라 블레이드가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국산게임 중 첫 소니 세컨드 파티 타이틀이자 PS5 독점작으로 첫 공개부터 화제에 올랐다. 지난 3월 29일 공개된 체험 버전은 미형의 캐릭터와 액션성 부분에서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제작을 담당한 시프트업 김형태 디렉터는 앞서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는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게임이다. 본편은 체험판에서 느끼지 못한 매력을 많이 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스텔라 블레이드는 국내 유저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 게임메카는 출시 전 미리 게임을 제공받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직접 게임을 해본 결과, 체험 버전보다 한층 폭넓은 전투 시스템과 비주얼을 살린 준수한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SF 사이에서 그리는 이브의 여정
스텔라 블레이드는 네이티브라는 괴생명체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이브는 인류가 지구에 파견한 강하부대원 중 한 명으로, 네이티브들을 물리치며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나간다. 체험 버전은 ‘에이도스 7’을 중심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을 그렸다면, 본편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묘사한 다른 지역뿐 아니라 SF 느낌을 살린 다양한 장소를 만나볼 수 있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SF 세계가 공존하는 설정은 시프트업의 다른 타이틀인 승리의 여신: 니케가 떠오른다. 다만 니케는 게임 특성상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된 반면, 스텔라 블레이드에서는 이러한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주요 거점이 되는 도시 ‘자이온’은 그러한 세계관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으로, 폐허와 초고도 문명이라는 대비되는 소재를 같은 장소에 배치하여 게임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관이 매력적인 만큼 전달력 역시 중요한데,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를 비주얼 요소로 해결했다. 국내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대표가 직접 디렉팅을 맡은 만큼, 비주얼 부분에 있어서는 본편에서도 더없이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임은 후반부로 갈수록 SF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데, 그럴수록 세밀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린 그래픽으로 플레이어를 스텔라 블레이드의 세계에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그 외에도 미형의 캐릭터와 세밀하게 묘사된 크리쳐로 보는 맛을 더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코스튬으로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으며, 각각의 특색 있는 비주얼을 가진 다양한 보스가 등장한다. 이에 더해 역동적인 카메라 연출로 비주얼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지루할 틈이 없다, 다채로운 전투 스타일
스텔라 블레이드의 기술들은 광범위 피해를 입히거나 공격력 버프를 얻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화려한 연출을 더해 기술마다 보는 맛을 살렸다. 덕분에 새로운 기술이 개방되면 ‘이번엔 어떤 기술일까?’라는 두근거림이 앞선다.
게임은 새로운 스킬 트리나, 강력한 기술인 버스트 스킬 등 이전에는 잠겨 있던 신규 기술이 열리는 주기가 꽤 길게 설정되어 있는데, 전투가 단조로워질 때쯤 정확하게 새로운 기술이 개방된다. 실제로 기자의 경우 모든 기술을 해금한 시점은 게임을 60% 정도 진행했을 때였으나, 나머지 40%를 포함해 게임 전체적으로 반복적인 전투에 의해 지루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이렇게 개방된 기술들은 엑소스파인이라는 장비로 각자 스타일에 맞게 강화할 수 있다. 엑소스파인은 치명타 확률 증가, 패링 난이도 완화 등 단순한 효과부터, 일정 시간 동안 소모 비용 없이 스킬을 난사할 수 있는 버프를 주거나, 치명타 발생시 주변에 광역 피해를 주는 등 독특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엑소스파인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패링을 중심으로 한 반격 위주의 전투, 액티브 스킬을 몰아치는 공격적인 전투 등 다채로운 스타일을 구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총기를 활용한 액션도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총기만을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걸리는데, 처음에는 특정 무기 사용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이전까지의 근접 전투에서는 느끼지 못한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어둡게 설정되어 있는 맵과 흉측한 비주얼의 크리쳐, 여기에 총기가 주는 타격감이 더해지며 마치 바이오하자드를 플레이하는 듯한 색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로 그리는 깊이 있는 스토리
기자의 경우 메인 스토리 위주로 진행했을 때 일반 난이도 기준 15시간 만에 엔딩을 봤다. 콘솔 게임 중에서는 플레이 타임이 짧은 편이지만, 대신 별도로 준비되어 있는 서브 퀘스트의 볼륨이 상당히 컸다.
게임에는 주연급 캐릭터인 이브와 아담, 릴리 외에도 다양한 서브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중 일부에게서 서브 퀘스트를 수령할 수 있다. 서브 퀘스트는 잃어버린 언니를 찾는다던가, 아픈 동생을 치료해주는 등 단순해 보이는 의뢰에도 생각보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를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서브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메인 스토리 중에는 가보지 못한 장소가 열리거나, 이전에 만났던 보스와의 재전투를 벌어지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또 하나의 메인 스토리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볼륨도 꽤 큰 편이니, 꼭 서브 퀘스트도 맛보기를 바란다.
게임은 멀티 엔딩이나 최종 보스 클리어 시 개방되는 어려움 모드, 이후 업데이트 예정인 뉴 게임 플러스 등 다회차 플레이를 적극 권장한다. 다만 아직 다회차 플레이시 컷씬 스킵 기능이 없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추후 업데이트로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컷씬 중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간혹 어색할 때가 있다거나, 액티브 스킬 종류가 많진 않다는 점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수많은 장점을 보여주며 그러한 단점들을 극복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비주얼로 게임의 몰입감을 끌어올렸으며,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빠르면서도 묵직한 액션은 전투가 기다려지게 한다. 나아가 깊이 있는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로 볼륨을 챙겼다.
종합적으로 스텔라 블레이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으며, 시프트업이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도록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