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미래 기술? 국내 게임사 실무에 적극 활용 중
2024.04.25 18:44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게임과 AI는 초창기부터 떼놓을 수 없는 관계였고, 챗GPT를 필두로 촉발된 ‘대AI시대’에서는 더 긴밀해졌다. 국내에서도 주요 게임사 다수가 AI 조직을 꾸리고, 관련 기술을 활용해 유저들에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실무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게임업계에 대폭 확장됐다. 이에 게임메카는 2024년 현재 국내 주요 게임사의 AI 기술 연구 및 실제 활용 현황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넥슨, 마비노기 시각장애인 돕는 음성 AI 공개
넥슨은 현재 700명 규모의 인텔리전스랩스를 운영 중이다. AI 연구 및 연구개발을 담당하며, 넥슨 플랫폼과 게임에서 수입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게임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 특히 넥슨는 20년 이상 서비스하는 게임 다수를 보유한 만큼 용도가 비슷한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를 토대로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선보인 것은 시각장애인의 플레이를 도울 수 있는 마비노기 AI 음성 안내 기능이다. 실제로 마비노기를 즐기는 한 유저가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됐고, 이에 마비노기 개발팀과 NPC 블로니 성우, 인텔리전스랩스 마케팅개발실 내 음성 AI 개발조직이 공동으로 게임 아이템 설명과 UI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생성형 AI 음성 기술을 응용한 보이스 크리에이터도 있다. 유저와 자주 소통하는 디렉터 음성을 기반으로 생성 AI를 만들어 영상 콘텐츠에 활용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게임별로 업데이트 때마다 소개 영상을 반복적으로 자주 생성하는데, 이 부분에도 음성 AI를 도입해 작업시간을 50배 단축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야기한 라이브 서비스 강점이 오롯이 반영된 대표 사례는 2023년에 다른 게임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출시한 게임 서비스 솔루션인 ‘게임스케일’이다.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핵이나 작업장 등 불법 프로그램 감지, 방어, 탐지, 매칭 등에 쓸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서 출시 3시간 만에 14만 명 이상의 어뷰징 유저를 잡아낼 수 있었고, 70종 이상의 해킹 툴이나 데이터 변조 수단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게임 내에서 부적절한 이미지를 잡아내는 ‘이미지 탐지’도 게임스케일에 포함된다. 성인, 혐오, 잔혹 등 특정 키워드를 토대로 탐지해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특정한 도메인이나 물체를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유저가 자유롭게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임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이 문제라면 관련 이미지를 탐지하는 방향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유저 경험을 토대로 코디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맞춤형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등 신작에 AI 적극 도입
넷마블은 2014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해 2018년에는 넷마블 AI센터를 설립했다. 게임 AI 개발에 중점을 둔 마젤란실, 데이터 기반 기술을 연구하는 콜럼버스실, 최근 신설한 빅데이터실로 구성되어 있다. 마젤란실은 생성형 AI 기술과 강화학습 기반 AI 플레이어 기술, 기계번역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콜럼버스실은 글로벌 유저 데이터 기반으로 게임 내 어뷰징 탐지, 허위 클릭을 판별해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광고 사기 탐지 기술 등을 선보였다.
실제로 넷마블은 2020년에 A3: 스틸얼라이브에 플레이를 도와주는 음성 AI ‘모니카’를 도입한 바 있다. 게임 실행 후 유저가 ‘모니카, 메인 퀘스트 시작해 줘’라고 말하면 퀘스트가 자동으로 실행된다. 퀘스트 외에도 여러 게임 메뉴를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음성을 분석해 캐릭터 표정을 만들어주는 생성 기술 등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넷마블 오인수 AI 센터장은 “유저 몰입도 향상은 물론 개발 기간 단축 등 부가적인 순기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은 24일 출시된 신작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에도 도입됐다. 게임 내에는 지역 임무를 수행하며 개방해나가는 ‘모험의 서’가 있다. 이 모험의 서에 생성 AI를 도입해 사람들이 평상시 사용하는 자연어 형태로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 내 핵심 콘텐츠인 세력전에 대해 ‘세력전은 어디에서 하나’라는 질문을 텍스트로 작성해 검색하면, 세력전젱 관련 정보를 하단에 나열해주는 식이다.
장기간 관련 기술을 연구해왔기에 넷마블은 자체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챗GPT 기술, 음성합성 AI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이들을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넷마블 AI스튜디오를 제작 중이다. 생성 AI 활용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난이도가 낮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일수록 AI 사용이 빠르게 늘어나리라 본다. 예를 들어 연기하는 음성에 맞춰 표정을 만드는 것은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실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부분에서 효용성이 크리라 본다”라고 전했다.
넷마블은 AI를 활용해 부수적인 업무 부담을 줄여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고민한다면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리라고 보고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넷마블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놀랍기는 하지만 실무 적용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기존 업무방식과 생성한 결과물 사이에 약간 차이점이 있다. 이에 둘 사이 갭을 줄여주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엔씨소프트, 개발 전 영역에 활용하는 AI 기반 창작도구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AI 연구조직을 설립했고, 올해 기준으로 엔씨 리서치(NC Research)라는 AI 연구개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엔씨 리서치는 AI 기술을 게임과 접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바르코 스튜디오와 바르코 서비스를 전담하는 바르코 센터와, 이에 필요한 AI 전 영역의 모델 학습과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AI 테크 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중 특기할만한 부분이 ‘바르코(VARCO)’다. 바르코는 엔씨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인 바르코 LLM, AI 기반 창작도구인 바르코 스튜디오, AI 챗봇이나 다국어 번역 등 서비스에 활용하는 바르코 서비스가 포함된다.
이 중 바르코 스튜디오는 신작을 포함해 개발 실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트, 텍스트, 오디오, 그래픽 등 게임 개발 과정 전반에 쓸 수 있는 여러 툴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이미지 생성 AI인 바르코 아트는 엔씨 IP를 학습해 실무 부서에서 콘셉트 원화, 이미지 리소스 제작에 쓰고 있다. 텍스트 역시 퀘스트나 캐릭터 대화 생성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MMO 콘셉트에 맞는 몰입도 높은 장편 스토리도 창작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리니지W 등 기존작을 통해 여러 번 선보인 다국어번역 기술인 바르코 MT는 실시간 채팅을 번역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 번역 등 글로벌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 바르코 MT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향후 출시될 모든 게임에도 적용할 예정이며, 서비스할 언어를 확장하고 품질을 개선해 좋은 유저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유저가 즐기는 콘텐츠에도 AI가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2년에 리니지에 선보인 ‘거울전쟁’이다. 거울전쟁은 AI로 구성된 혈맹이 기란 감옥에 침공한다는 콘셉트를 앞세운 정규 콘텐츠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여러 클래스로 구성된 AI 혈맹이 유저를 찾아 전투를 벌이고, 보스를 공략하며 다이나믹한 즐거움을 만들어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 인간과 같은 감정을 지닌 AI에 집중
스마일게이트는 2008년에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 AI 센터를 발족했고, 서강대학교 AI 대학원, 스마일게이트 트랙, 스마일게이트 연구센터 등과 협업하며 관련 인재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다른 게임사와 달리 스마일게이트에서 특이한 부분이라면 ‘인간과 같은 감정을 지닌 AI’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 AI센터 한우진 센터장은 “스마일게이트 AI 센터는 설립 초기부터 친구 같은 ‘휴먼-라이크 AI’와 재미있는 AI를 지향하는 ‘펀-AI’를 목표로 삼았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에 맞춰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지식, 개성, 특징을 지닌 맞춤형 AI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스마일게이트가 선보인 ‘한유아’다. 스마일게이트가 출시한 VR 게임 ‘포커스 온 유’에서 데뷔한 한유아는 생성형 AI를 탑재한 메타휴먼이며, 올해 1월에는 그녀가 직접 집필한 전자책 ‘답장은 우편함에 넣어둘게요: 메타휴먼 한유아가 사연에 답해드립니다’를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공식 SNS 채널에서 4개월 간 수집한 사람들의 사연에 한유아가 답변해준다는 콘셉트를 앞세웠다. AI가 쓴 책이라면 다소 딱딱할 수 있어 보이지만, 실제 작가처럼 본인만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 사람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며 감정교류에 나선다. 아울러 한유아가 생성 AI를 활용해 그린 일러스트도 책에 담겼다.
한우진 센터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인간을 감성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 감성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확한 답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슬픔과 기쁨, 다양한 감정요소에 공감하고, 이에 기반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실시간 영상 변환 기술, 음성 스타일 변환 기술, 리소스 창작지원 연구개발, 욕설 및 혐오 분류 모델, 빅데이터 분석 모델 등 게임 개발을 보조하는 AI 기술 다수를 연구하고 있다. 한우진 센터장은 “AI는 게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업계에서 중요한 도구로 등장할 것이다. 특히 게임의 경우 데이터 분석이나 제작 효율화는 물론 게임 내 AI, 즉 스스로 플레이하는 AI의 지능 수준이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미래 게임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 사내 97%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AI에 관련해 크게 두 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게임과 게임 개발에 접목할 수 있는 AI 기술 전반을 개발하는 딥러닝본부가 있고, AI전략을 수립하고 기술 확보 및 지운을 위한 AI 전략팀이 전략실(Sterategy Dept.) 산하에 있다. 딥러닝본부에는 언어모델 등 각 분야를 연구하는 조직과 연구한 내용을 실제 게임과 게임 개발 과정에 활용하기 위한 툴을 만드는 서비스 조직 등이 속해 있다.
이를 토대로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응용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실제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크래프톤 AI전략실 김도균 담당은 “게임 내용을 이해하는 LLM을 학습하거나 플레이가 가능한 봇을 만드는 것, QA나 현지화, 엔지니어링 등 게임 제작 과정에서 전문가 수준을 갖추는 것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넘어 실제 활용 사례도 소속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배틀그라운드에는 안티치트와 봇 개발에 관련해 펍지스튜디오와 딥러닝본부가 협업 중이다. 여기에 올해 연말에 선보일 예정인 버추얼 프렌드는 챗GPT 수준의 자연어 처리 및 언어모델이 적용된 AI 플레이어로, 유저와 같이 멀티플레이를 하며 친구처럼 놀아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올해 출시를 예정한 인조이에도 프롬프트를 입력해 의류 패턴, 텍스처 등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앞으로 서비스하는 게임 다수에 AI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크래프톤에서 특기할 부분은 AI를 활용하는 직원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김도균 담당은 “사내 AI 기술 활융률은 작년 말 기준으로 97%에 달한다. 실제로 회사에 돌아다녀보면 많은 분들이 한쪽 모니터에 챗GPT를 켜두고 일하고 있으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라고 답변했다. 자체 개발과 함께 깃허브 코파일럿, 챗GPT 등 외부 모델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 오픈AI와 챗GPT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맺어 전사에 가장 좋은 버전의 챗GPT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외부 도구 사용 비중이 높은 만큼 저작권 등 법적인 부분 체크에도 열심이다. 김도균 담당은 “외부 도구를 실무에 도입하기 전에 저작권 등 법적인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고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사내 법무팀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AI 기술 활용 가이드라인과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사내에 공유하여 임직원 개개인이 책임감 있게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로 업무 효율 높이는데 집중하는 게임사들
이 외에도 네오위즈, 데브시스터즈, 위메이드 등 여러 게임사가 AI를 실무에 쓰고 있다. 먼저 네오위즈는 AI연구소를 운영하며, 게임 개발과 서비스 측면에서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운영에서는 이상탐지, 커뮤니티 분석, 번역 등에 활용해 대응 인력과 시간을 개선하고, 개발 측면에서는 음성, 원화, 캐릭터 등 아트 직군에 상용화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기술본부 산하에 머신러닝 전담 엔지니어 2명이 소속된 데이터사이언스 셀을 중심으로, 게임 디자인을 효율화하는 도구 개발과 난이도 사전에 측정할 수 있는 자동 플레이 모델, 사용자 LTV(Life Time Value/생애가치) 예측 모델 등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개발 외적으로도 내부에 공유하는 기술설계 초안을 챗GPT로 준비하거나, 게임 인프라 및 서버 관리에 반복적으로 필요한 코드를 깃허브 코파일럿으로 작성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자사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 콘셉트 기획용 샘플 이미지와 원화 제작 초기 스케치 등을 AI가 맡고 있다. 이어서 사운드에서도 AI 딥러닝 기술을 비롯해 최신 기술 연구 및 적용을 지속하며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게임사 AI 기술 활용은 유저가 직접 즐기는 콘텐츠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뿐 아니라 제작 실무에 사용하는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확보한 기술을 게임 제작, 운영,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 AI나 머신러닝 등이 떠오른 지 얼마 안 된 만큼 내부에서 다방면으로 쓰며 노하우를 쌓는 느낌이다. 여기에서 좀 더 발전한다면 이후에는 유저가 게임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AI 기반 콘텐츠도 등장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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