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국룰'을 어긴 게임 TOP 5
2024.06.06 10:5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 사회에는 '국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국룰'이란 '국민적 룰(Rule)'의 약자로, 사회 전체적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적 행위를 뜻한다. 인터넷 밈에서 나온 말이기에 법이나 질서, 규범처럼 명문화되어 있진 않고, 다소 유머러스한 면이 많이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라면을 먹을 때 김치를 곁들이는 것, 비 오는 날엔 부침개를 먹는 것 등은 한국인으로서의 국룰이라 할 수 있다.
게임에도 이러한 국룰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게이머 사이 국룰로는 스타크래프트에서 게임을 끝낼 때 GG라고 쳐준다거나, 상대방의 실력을 극찬하고 싶을 땐 "게임 더럽게 하네"라고 말해준다거나 하는 등이다. 게임사와 게이머 사이에서도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립된 국룰이 여럿 있는데, 간혹 이 국룰을 어기는 게임들이 나온다. 오늘은 이런 게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TOP 5. 슈퍼피플 2
게임 뒤에 넘버링을 붙이는 것은 보통 전작과 별개의 후속작에 다는 것이 국룰이다. 큰 변화가 있는 업데이트의 경우 2.0이나 3.0 같은 소숫점 단위 패치번호를 써주거나 '시즌' 같은 수식어를 달아줌으로써 넘버링과 분리한다. 넘버링 신작과 업데이트 표기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는데, 이를 뛰어넘지 못한 채 섣불리 넘버링을 붙이면 두고두고 비판을 받는다. 오버워치 2만 해도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오랫동안 "이게 2.0이지 왜 2냐"라는 지적에 직면했다.
사실, 이 분야의 최고봉은 슈퍼피플이다. 첫 공개 당시만 해도 꽤 많은 관심을 모았던 하이퍼 배틀로얄이었으나, 앞서 해보기 출시와 함께 스팀에서 '복합적' 평가를 받으며 수많은 혹평에 직면했다. 시작 직후 4만 7,000명까지 올라갔던 동시접속자 수는 두 달도 안 돼 1/4토막이 났다. 이에 슈퍼피플은 출시 두 달 만에 2.0 업데이트와 함께 게임명을 '슈퍼피플 2'로 바꿨는데,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차기작이라 할 만한 초대형 변화도 없는데 2라는 넘버링을 붙인다는 것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효과도 미미했고, 게임은 10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TOP 4. 프로젝트 좀보이드 & 스타 시티즌
앞서 해보기나 펀딩 중 알파 테스트의 경우 기간이 짧으면 몇 달, 길어봐야 수 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초에 이런 시스템이 나온 이유가 정식 출시 전에 개발사가 자금을 미리 조달하고,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아가며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인데, 최근엔 이런 앞서 해보기나 펀딩 알파 단계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게임들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 그 끝판왕이 아래 두 작품이다.
먼저 앞서 해보기 계의 최강자는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있다.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초창기부터 존재했던 게임으로, 무려 12년째 앞서 해보기 중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방치하는 것도 아닌지라, 사실상 이 단계에서 정식서비스를 진행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펀딩 알파 계에서는 스타 시티즌이 독보적이다. 좀보이드와 같은 2012년 펀딩을 시작하고 알파 테스트 서버를 열었는데, 지금까지도 알파 테스트와 펀딩 형태로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위 두 게임은 사실상 정식 서비스 단계라고 봐도 중견 이상급 게임이지만, 여전히 앞서 해보기와 펀딩 알파를 자처하고 있는 중이다. 2034년에 [순정남]에서 이 주제를 다시 다루더라도, 이 두 게임은 여전히 현역 목록에 있을 것 같다.
TOP 3. 디아블로 4
작년 6월 발매된 디아블로 4. 이전 블리자드 패키지게임들이 그래왔듯, 일반판과 별도로 화려한 박스에 각종 굿즈들이 함께 들어있는 한정 소장판을 함께 판매했다. 약 16만원에 달하는 한정 소장판은 아트북, 양초, 천으로 만든 성역 지도, 마우스패드, 호라드림의 핀, 매트지 아트 프린트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작 디아블로 4 게임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게이머들로부터 '국룰을 어겼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게임 없는 한정판은 디아블로 4가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레드 데드 리뎀션 2, 배틀필드 1, 울펜슈타인: 더 뉴 오더, 미러스 엣지 등에서 게임이 포함되지 않은 소장판을 출시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디아블로 4로서는 선두도 아닌데 집중포화를 맞은 셈이다. 어쨌든 게임이 없는 패키지에 대해서는 한정판이나 소장판이라는 혼란을 불러오는 이름 대신 '굿즈 세트' 등으로 명명하는 것이 국룰일 것이다.
TOP 2. 부유천하
게임사 입장에서 온라인게임의 서비스 종료란 가장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 중 하나다. 보통은 몇 달 전에 서비스 종료 예고를 하고, 유료 결제분에 대한 환불 정책과 함께 마지막을 대비할 시간을 준다. 아무리 먹튀 게임이라고 해도 주 단위 시간은 주는 경우가 많고, 하다못해 게임 내 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라도 올린다. 작별 인사는 '국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웹게임 부유천하의 서비스 종료는 역대급 충격을 남겼다. 2011년 5월 2일 오후 1시 시작된 긴급 서버 점검은 완료 기한을 지정하지 않은 채 진행됐는데, 기한이 한도 끝도 없이 연장되다 결국 홈페이지 폐쇄와 함께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이런 식으로 서비스 종료를 할 수 있다는 충격과 함께 4대 명검이라 불리는 점검에는 항상 끝이 있다는 '국룰'까지 깨버린 사건이었다. 훗날 알려진 바로는 서비스사가 아닌 개발사의 일방적 서비스 종료 결정이었다고는 하는데, 이유가 어찌 됐건 서비스 종료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준 사건으로 아직도 게이머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TOP 1. 염소 시뮬레이터 3
넘버링이란, 보통 1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간혹 원점으로 돌아온다며 중간에 다시 1로 회귀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1편 다음에 나오는 후속작은 외전이나 서브타이틀이 없는 이상 '2'인 것이 국룰이다. 하지만, 게임계의 모든 국룰을 파괴하겠다며 작정하고 나타난 염소 시뮬레이터에게 이러한 국룰은 깨부셔야 할 장애물에 불과했나 보다. 8년 만에 나온 후속작 이름은 '염소 시뮬레이터 3' 였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지적하자 개발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가 2편을 안 냈었던가요?"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지만, 게임 폴더명이나 실행파일명이 'Goat2' 인것을 보면 명백한 확신범이다. 나중에 또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번엔 뭘까? 3 다음이지만 4는 아닐 것 같고, 5? 6? 어쩌면 빼먹은 2를 다시 한 번 써먹을 지도... 아니면 1편에 '1'이라는 넘버링이 없었으므로 1을 붙일까? 아니면....... 생각할수록 혼돈에 빠지는 것 같으니 그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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