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결제 대행사 기준에 맞춰 '성인용 콘텐츠' 규제 예고

▲ 15번 금지 항목을 추가한 스팀 가이드라인 (자료출처: 스팀웍스)

스팀은 다양한 게임 플랫폼 중에서도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편이었다. 적절한 연령 제한과 태그 표시만 있다면, 대다수의 성인용 게임의 출시를 막지 않았다. 그러나 콘텐츠 배포 규칙 및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결제 대행사 등의 기준에 위배되는 '특정 성인 콘텐츠'를 제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밸브는 최근 개발자용 도구 서비스인 스팀웍스(Steamworks) 내 문서 업데이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혐오 발언, 부적절한 연령 제한이 설정된 성인 콘텐츠, 명예 훼손 등 '배포해서는 안 되는 콘텐츠' 기준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새롭게 추가된 금지 항목의 내용은 '스팀의 결제 대행사, 관련 카드 네트워크 및 은행, 또는 인터넷 네트워크 제공업체가 정한 규칙 및 기준을 위반할 수 있는 콘텐츠. 특히 특정 종류의 성인 전용 콘텐츠'다. 정확히 어떤 업체의 어떤 기준이 여기에 포함되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이를 토대로 스팀이 특정 성인 콘텐츠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스팀에서 배포 중인 수많은 성인용 게임들 (사진출처: 스팀)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4월 영국 정치인들의 요구로 성인 게임 '노 머시(No Mercy)'가 '성폭력 조장'을 이유로 판매 중단된 사례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근친상간이나 비합의적 행위 등 과격한 내용이 포함된 게임들이 향후 스팀에서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로 인해, 기존에 유통이 허용되던 특정 작품들도 스팀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간주되어 게임이 삭제되거나 특정 지역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결제 대행사들의 기준이 콘텐츠 업계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는 성인용 콘텐츠가 업로드된 일부 플랫폼에 대해 비자(VISA)카드 등의 사용 불가 판정이 내려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DLsite', 'FANZA 동인', '만화 도서관 Z' 등이 카드 결제 금지 조치를 당했고,  미국에서는 2022년 미성년자 성인물 불법 업로드 관련 소송이 발단이 되어 신용카드사들의 성인 콘텐츠 규제가 강화되기도 했다. 비자카드 본사는 자신들이 콘텐츠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특정 결제 대행사가 규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연 스팀이 성인 콘텐츠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지에 대해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밸브 측 공식 입장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