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메이커 소셜 OBT, 딸이 커가는 모습은 보여줘
2012.12.21 17:54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 명작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가 SNG로 부활했다
남녀노소 모두를 딸바보로 만들었던 명작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가 웹 기반 SNG ’프린세스 메이커 소셜(이하 프메 소셜)’이란 이름으로 국내에 입양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엠게임을 통해 공개서비스 중인 ‘프메 소셜’은 원작의 세계관과 육성 요소(플레이 방식)를 계승하면서 새롭게 SNS 요소를 더해 주목받았다. 앞으로 ‘프린세스 메이커’ IP(지적재산권)를 토대로 MMO장르의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딸 키우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이 대장정의 첫 단추로 끼워질 ‘프메 소셜’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원작 계승했다던 ‘프메 소셜’, 그런데 첫인상은 정반대?!
‘프메 소셜’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한 ‘프린세스 메이커 2’의 세계관을 계승했다. 이에 예비 부모(플레이어)들은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며 ‘프메 소셜’ 접속으로 이어진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 접속과 함께 마주한 딸과 집사 큐브의 첫인상에 일단 실망하게 된다.
▲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린세스 메이커 2' 게임 화면
▲ '프린세스 메이커 소셜' 게임 화면
대대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일러스트, 특히 딸의 생김새에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느냐/마느냐가 결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프메 소셜’은 게임 내 모든 캐릭터 일러스트(몬스터 포함)를 3등신의 SD화 시켰다. 이는 소녀에서 아가씨로 성정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원작 ‘프린세스 메이커 2’와 정반대다. 또한, SD 캐릭터로 고정된 딸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알아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원작은 한 살 한 살 성숙해지는 딸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 바 있어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 '프린세스 메이커 2'의 인기 캐릭터 집사 큐브와 딸
‘프린세스 메이커’ 특유의 느낌을 잃었다는 것은 과거 ‘프린세스 메이커 4’ 사태를 떠오르게 만든다. ‘프린세스 메이커 4’ 사태는 ‘프린세스 메이커 3’까지 일러스트를 맡은 아카이 타카미 대신에 텐히로 나오토가 담당하게 되면서 기존 팬들과 큰 마찰을 빚은 사례다.
SD화 캐릭터로 잃은 것, ‘의상 입히기’의 재미
‘프메 소셜’에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SD화로 인해 여러 가지 의상을 딸에게 입혀보는 재미가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게임 진행 중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 드레스나 원피스 등의 각종 의상을 구입할 수 있고, NPC에게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입히기는 간단하게 캐릭터를 선택해 ‘꾸미기’ 아이콘을 클릭하면 언제든 착용/해제가 가능하다.
꾸미기 관련 콘텐츠에서 원작보다 뛰어나다 볼 수 있는 것은 전체 콘텐츠양으로, 머리 모양부터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종류별로 세밀하게 구현했다. 그러나 다양한 부위에 수많은 아이템을 꾸미면서도 왠지 허전함이 느껴진 것은 비단 필자만일까? 아무리 입혀보고 꾸민다고 해도 SD 캐릭터에게 원작 게임만큼 딸에게 의상을 입혀보는 재미를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 꾸미기 만큼은 원작보다 더 다양하다, 하지만 SD캐릭터라 매력을 느끼기에는...!
원작을 계승 그리고 발전, 하지만 여타 게임과 비교해보면 ‘평범’
‘프메 소셜’은 원작과 같게 딸의 이름과 나이를 정하고 17살이 될 때까지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한 달을 열흘씩 나눠 학습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무사수행을 진행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은 원작의 향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원작의 경우 작은 아이콘 하나에 각 일과(학습, 아르바이트)의 특징을 잘 묘사해 호평받은 바 있다. ‘프메 소셜’ 역시 도시의 풍경과 일과 아이콘을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꾸며 굳이 설명을 보거나 읽지 않아도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 더욱이 딸의 상태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오른쪽 아래에 아바타(딸)를 고정시켜 놓아 클릭 한 번으로 기분 변화나 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 원작 이상으로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
▲ 다양한 알바와 학습, 그리고 파스텔톤의 그래픽
여기에 딸의 컨디션(스트레스) 수치를 자주 확인해야 하는 것도 원작과 같다. 조금 다른 점은 컨디션에 따라 의욕이 넘쳐 뭐든 잘하게 되는 버프가 생성되기도 하고, 반대로 컨디션 난조로 병에 걸려 치료가 필요 할 때도 있다. 원작에 없는 새로운 변화이자 좀 더 딸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도록 유도해 앞으로의 업데이트가 기대되는 요소다. 또한, 수십 개에 이르는 방대한 엔딩(콘텐츠) 덕에 계속해서 둘째, 셋째를 키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 NPC 마다 개성을 부여한 것은 좋았지만, 일일이 클릭해 넘겨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편의 시스템은 원작과 비교했을 때 추가된 콘텐츠일 뿐, 여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은 여느 웹게임이 내세우는 흔한 장점이며,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제작된 인터페이스 및 컨디션 시스템은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를 포함한 게임이라면 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해 신선하다고 보긴 힘들다.
▲ 같은 화면을 수십, 수백번 보는 것도 고역이다
공개서비스라 믿기 어려울 만큼 준비가 덜 된 모습
‘프메 소셜’의 아쉬운 점은 공개서비스 단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준비가 덜 된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예로, 게임 속에서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계절에 따른 배경의 변화가 없다. 단순하게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낙엽이 지고, 겨울엔 눈이 오는 사소한 변화도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지금이 몇 년도 몇 월인지, 내 딸의 생일과 나이도 쉽게 지나치기 일쑤다.
▲ 그 흔한 사계절 변화도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학습과 아르바이트 진행 과정이 2배(속도)로 고정되어 있어 게임 플레이가 시간이 갈수록 지루해진다. 이전 테스트 당시 4배까지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이 같은 불편함은 오토 플레이를 최대한 방지하고자 또는 캐시 판매를 고려한 선택이겠지만, 타 웹게임과 비교하면 너무 손이 많이 간다. 더욱이 일일이 같은 대사와 과정을 확인하려니 눈의 피로가 누적되고 지속해서 클릭까지 해야 하므로 손가락도 저릴 정도다.
또한, ‘프메 소셜’의 부제이기도 한 소셜 요소도 칭찬하기 어렵다. 현재 ‘프메 소셜’은 와글(SNS)을 통해 친구들과 간단한 메시지만 주고받을 수 있을 뿐, 직접 게임과 연동되는 부분은 없다. 최소한 딸의 상태나 성장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라도 구현한 채 공개서비스를 진행했어야 하지 않을까
▲ 여기에 게임의 부제라 할 수 있는 '소셜'은 현재 게임 내 아무런 기능이 없는 상태
‘DD파일’을 추가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도
‘프메 소셜’은 ‘프린세스 메이커 2’ 세계관 계승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오마쥬 요소 외에는 별개의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IP를 활용한 게임치고 첫 인상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여러 차례 플레이하게 만드는 방대한 엔딩과 퀘스트 수는 여타 웹게임과 비교할 때 확실히 많은 편에 속해, 애정을 갖고 플레이한다면 꽤 긴 시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득 ‘프린세스 메이커’와 관련된 과거 일화가 떠오른다. 큰 인기를 끌었던 ‘프린세스 메이커 2’와 달리 후속작 ‘프린세스 메이커 3’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을 때, 유저들은 ‘DD파일’이 없는 결과라며 우스갯소리로 커뮤니티를 달군 바 있다. 차라리 ‘프메 소셜’에도 좀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DD파일’처럼 유저들의 눈을 확 잡아끌 요소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 다양한 엔딩만으로는 역부족, '프린세스 메이커'만의 특별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