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헬싱의 믿기 힘든 모험, 인디개발사 ‘디아블로’ 따라잡기
2013.06.11 01:00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 인디게임 치고는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한 '반 헬싱의 믿기 힘든 모험'
지난 5월 23일, 스팀을 통해 ‘반 헬싱의 믿기 힘든 모험(The Incredible Adventure of Van Helsing)’(이하 반 헬싱)이 출시됐다. ‘반 헬싱’은 헝가리의 인디 게임개발사 네오코어게임즈가 제작한 게임으로, 주인공인 반 헬싱이 펼치는 모험을 주 내용으로 다룬다.
‘반 헬싱’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틀을 그대로 빌려온 게임이다. ‘모험’을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 전개와 곳곳에 숨겨져 있는 퀘스트, 그래픽의 느낌까지 ‘디아블로 3’의 자취가 가득하다. 톡 까놓고 말해, ‘반 헬싱’이 롤모델인 ‘디아블로 3’ 만큼의 완성도를 갖추고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면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검증된 인터페이스와 그리 나쁘지 않은 그래픽, 조작감도 썩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고로, 이번 리뷰에서는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콘텐츠를 중심으로 ‘반 헬싱’과 ‘디아블로 3’의 다른 점을 조목조목 짚어보고자 한다. 애초 ‘디아블로 3’를 롤모델로 삼은 게임이고, 콘텐츠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을 한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 '반 헬싱의 믿기 힘든 모험' 런칭 트레일러 (영상출처: 유튜브)
그래픽 – ‘디아블로 3’에 견주어도 손색 없음!
핵앤슬래쉬 장르에 쿼터뷰를 사용하는 게임의 그래픽 수준은 주변 배경과 캐릭터의 조화로 결정된다. 특히 ‘디아블로’ 시리즈의 경우 중세 판타지의 분위기를 잘 살린 그래픽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물리 효과 및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이질감 없이 배경과 어우러져 쿼터뷰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화면을 구현한다.
▲ 늪지 주변의 무성한 수풀이 안개와 어우러져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기계과학 기술이 발달한 맵, 지역을 이동한 느낌이 시각적으로도 물씬
이런 ‘디아블로 3’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만큼, ‘반 헬싱’은 적당한 수준까지 그래픽을 끌어올렸다. 사막과 공장, 숲 등 스토리가 진행되는 배경의 변화를 유저가 명확하게 느낄 만큼 분명한 차이를 뒀으며, 맵이 변함에 따라 등장하는 몬스터도 다양하다. 작은 인디 게임 개발사가 이 정도까지 공을 들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픽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다.
인터페이스 – 이왕 검증된 시스템을 사용할 거면, 사족은 붙이지 말자
‘디아블로 3’의 큰 장점은 바로 간결한 시스템과 편리한 조작감이다. 한글화 역시 훌륭하게 잘 이루어져 있지만, 굳이 글을 읽지 않아도 모든 인터페이스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자랑한다. 조작감 역시 핵앤슬래쉬의 재미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간소화된 기술 단축키와 공격 패턴을 제공해 조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배제해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 한 눈에도 알 수 있는 스킬트리, 효과만 읽으면 끝
▲ 장비 장착에 따라 변하는 능력치도 어렵지 않게 확인 가능
▲ 어느 장소에서 살아나느냐에 따라 지불하는 비용이 다르다는 것도 쉽게 인지 가능
‘반 헬싱’ 역시 그 노선을 충실히 따른다. 공격과 이동은 마우스만으로도 충분하고, 회복 아이템을 사용할 때나 주요 기술을 변경할 시에만 키보드를 이용한다. 특히, 이미 ‘디아블로 3’를 통해 검증된 조작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와 기존에 ‘디아블로’ 시리즈를 즐겼던 유저라면 별다른 학습 기간 없이 쉽게 ‘반 헬싱’을 플레이 할 수 있다.
▲ '분노'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주어지지만, 낯선 시스템이라 자세히 읽어도 애매하다
반면, 차별화를 주기 위해 추가한 시스템들이 오히려 완성도를 반감시킨다. 가령 ‘반 헬싱’에는 각 기술을 특화시키는 옵션 외에도 ‘분노(Rage)’ 게이지를 이용해 스킬 스택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체력과 마력 게이지 주변에 노랗게 차오르는 ‘분노’의 정도에 따라 지정한 기술에 부가 효과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스택을 적용했을 시 가시적인 효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아 괜한 사족을 달았다는 느낌을 준다.
콘텐츠 – 좋다는 거 다 넣어서 푹 고았습니다만…
‘반 헬싱’의 주요 콘텐츠는 아이템 파밍과 카타리나 육성, 디펜스 게임 총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아이템 파밍은 ‘디아블로’ 시리즈에서도 접할 수 있었던 콘텐츠지만, 파트너인 카타리나를 성장시키는 것과 유저가 함정을 강화하며 요새를 지키는 디펜스 게임 방식의 콘텐츠는 다소 생소한 선택이다.
▲ 아이템 파밍 외에 조합도 가능! 단,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어야 할 것
▲ '디아블로'의 보석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에센스'
▲ 우수수 떨어지는 아이템은 게이머를 춤추게 한다
아이템 파밍 콘텐츠는 핵앤슬래쉬 장르의 꽃이나 다름없으며, ‘반 헬싱’ 역시 완성도 높은 파밍 콘텐츠를 구현했다. 예를 들어 원거리 공격에 주력한 반 헬싱인 오컬트 헌터를 육성하는 유저라면, 신체 보정치보다 집중력 능력치가 붙은 아이템이 더 필요하기 마련이다. 일반과 매직, 레어, 에픽 등급으로 나뉜 장비들은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더 좋은 효과로 무장하고 몬스터를 더 효과적으로(?) 썰 수 있는 근간을 제공한다. 더불어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다른 부가 효과를 가지고 있어, 지속적인 아이템 파밍에 대한 욕구를 끓어오르게 만든다.
▲ 플레이어의 뒤를 지켜주는 파트너, '카타리나'
▲ 원거리 탭을 선택하면 적절히 떨어져서 몬스터를 일점사 할 줄도 알고
▲ 특별한 상호작용이 있는 주변 기물을 지나가면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스토리 상 파트너인 여자 유령 카타리나를 육성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반 헬싱’의 콘텐츠 중 유일하게 ‘디아블로 3’와의 차이점이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이 파트로, 게임 진행과 몬스터 처리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치며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특히 근거리와 원거리, 대기 모드 스위칭에 따라 적을 대처하는 방법이 세심하게 변하며 높은 수준의 AI를 보유해 화력 지원이나 보조에 부족함이 없다. 즉, ‘잘 키운 카타리나 하나 열 파티원 안 부럽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능력치 보정을 위해 육성하는 ‘펫’ 과는 달리 카타리나가 직접 스토리 진행에 관여하거나 반 헬싱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등 상호작용이 더욱 강화되어 미묘한 애착(?) 마저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콘텐츠들은 ‘반 헬싱’의 게임성을 완성한다. 좋은 아이템을 장착할수록 캐릭터와 카타리나는 강해지고, 갈수록 패턴이 다양해지는 적에게도 무리 없이 대처하는 모습에 뿌듯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쉽고 간단한 조작법까지 더해져 기존 핵앤슬래쉬 장르를 즐기던 유저라면 꽤 만족할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숨겨진 던전을 찾는 건 덤!
반면, 밀려드는 적대 세력을 처치하는 디펜스 게임은 왜 삽입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니게임이라기엔 유저가 임의로 함정을 배치하고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는 등 핵심 콘텐츠 수준으로 시스템이 세세하게 구현됐고, 스토리 진행 상 개연성은 충분하나 디펜스 게임을 배치하기 위해 억지로 에피소드를 추가한 듯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 요새 장치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꽤 신경 썼지만…
멀티플레이 역시 다른 유저와 협력해 던전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디아블로 3’ 처럼 파티원이 늘수록 몬스터가 강해진다. 다만 ‘반 헬싱’을 즐기는 유저가 ‘디아블로 3’만큼 많지 않아 파티 결성 자체가 어렵고, 유일한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반 헬싱이 모든 스킬을 연마 가능해 멀티플레이를 해야 할 만큼 협력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맹점으로 남는다.
▲ 이미 죽인 몬스터 주변을 지나가 봤자 새 몬스터는 안 나온다
결정적으로 ‘반 헬싱’은 괜찮은 콘텐츠를 모아놨음에도 불구, 모든 던전과 퀘스트가 일회성에 지나지 않아 유저를 지속적으로 잡아 두지 못한다. 아이템 파밍을 주요 콘텐츠로 삼는 게임이라면 반복 플레이는 필연적임에도 ‘반 헬싱’은 한 난이도의 맵을 완료하면 그 곳의 몬스터를 다시 사냥할 수 없다. 난이도를 변경하더라도, 이미 몬스터가 어떤 위치에 나타나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연 ‘모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총평 - 웰메이드 인디게임!
‘반 헬싱’은 작은 인디 개발사가 만들었지만, 꽤 잘 만든 게임이다. 롤모델로 삼은 ‘디아블로 3’의 핵심 요소를 잘 파악해 기본적인 핵앤슬래쉬 장르의 재미도 제공하고, 그래픽 역시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산은 다소 높았다는 생각이 든다. ‘디아블로 3’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새로운 콘텐츠도 추가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개선했으나, 모태를 뛰어넘을 만한 매력은 발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격이 14.99달러(한화 약 1만 7천원)로 저렴하고, 본편 플레이 시간이 5-6시간 정도로 길지 않으니 스트레스 없이 가볍게 즐기는 게임으로서는 제 역할을 다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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