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김대일 대표 '자, 이제 깊이를 경험할 차례입니다'
2013.10.31 14:41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서비스하고 펄어비스가 개발한 MMORG '검은사막'이 첫 테스트를 마쳤다. 일단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서버문제 등 크리티컬한 이슈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테스터들도 일단 게임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첫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는 99% 만족한다."
펄어비스의 김대일 대표 역시 위와 같은 소감을 전하며 테스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검은사막' 테스트 이전에 진행한 사전 체험행사에서 부담이 큰 듯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는데, 어제(30일) 다음 커뮤니케이션 본사에서 만난 그는 이런 부담을 훌훌 털어버린 듯 '미소'를 보였다. 특히 김 대표는 애초에 계획한 테스트 목적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무척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 펄어비스 김대일 대표
- 첫 테스트 목적 '안정성'과 '기술적 검증'
우선 '검은사막'의 첫 테스트 목적은 '안정성'이 컸다. '검은사막'은 고퀄리티 그래픽 - 심리스 월드 - 논타겟팅 전투라는 삼박자 조화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데, 사실 이걸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은사막'은 채널 개념조차 없어 한 지역에 다수의 유저들이 몰리고, 공성전을 진행할 때는 더 많은 개체수가 몰리기도 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다행히 '검은사막'은 관련해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말썽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김대일 대표는 다른 그 어떤 내용보다 이 과정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는 점에 큰 만족을 드러냈다.
"사실 기술적인 부분이 가장 신경쓰였어요. 잘 돌아가려나 걱정되기도 했고, 실험적인 성격으로 들어간 것도 꽤 있었거든요. 내부에서도 노심초사했는데, 테스트 기간 내내 큰 탈 없이 진행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기술적 검증을 끝마친 셈이니까요. 다음 스탭을 밟기 수월해졌어요"
확실히 이 부분은 '검은사막'에 고무적인 부분이다. 공식 홈페이지 테스터 게시판을 보면, 대부분 유저들은 '게임 내용'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김대일 대표가 걱정한 안정성이나 기술적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너무 깔끔하다보니 테스트 목적은 안정성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성 검증 정도로 보였을 정도였다.
물론 이렇게 유연하게 진행되다보니, 예상외의 수확도 있었다. 바로 테스터들이 선보인 광범위한 플레이 패턴이었다. 김대일 대표는 이를 가리켜 "당황스러웠을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다.
모두 알다시피 이번 테스트에서 '검은사막'은 친절하지 못한 게임이었다. 콘텐츠와 시스템의 기본 설명도 없었고, 초보자를 배려하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터들은 '검은사막'이 제공하는 갖가지 즐길거리를 만끽했다. 퀘스트부터 시작해 NPC친밀도(이야기교류), 하우징, 제작, 각종 미니게임, 교역, 공성전, PVP, PVE 등 게임성을 주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즐긴 셈이다. 그렇게 불편한데도 이렇게 즐길 수 있다니. 김대일 대표가 "당황스럽다"고 표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오는 '수확'은 테스터들의 플레이 패턴이 '검은사막'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잘 맞았다는 데 있다. 교역 위주로 게임을 즐긴 유저, 탐험에 푹 빠져 모험에만 집중하는 유저, 한 장소에서 온종일 사냥만 하는 유저 등 각기 다른 패턴을 지닌 테스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정해준대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선택해 게임을 즐기는 것. 이게 바로 '검은사막'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대일 대표는 "이번 테스터들의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봤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우리가 가고자하는 방향과 부합하고 있었다"면서 "방향성에도 고민이 있었는데 이번 테스트 결과로 확신을 갖게 됐고, 이제부터는 정말 다른 생각 없이 애초에 하려던 것에 집중하면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 다수가 만나는 공성전에서도 '검은사막'은 시스템적인 문제가 없었다
- 불편한 게임과 의도된 게임과의 차이
김대일 대표는 이번 테스트의 큰 이슈 중 하나였던 '불편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답은 명확했다.
"테스터 분들이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정말 많이 주셨어요. 충분히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개선해야죠. 하지만 방향은 명확합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유저들은 '의도한 불편함'과 '진짜 불편함' 두 가지를 모두 느낀 형태인데요, 전자는 계속 이어갈 것이고 후자는 당연히 개선될 것입니다"
김대일 대표는 과거 날이 갈수록 편해지는 게임 방향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그대로 게임을 즐기다보면 '게이머'가 아니라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소신에 기인한다. 이에 김 대표는 '검은사막'을 통해 최소한 유저들을 '게이머'로서 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떤 퀘스트를 받았다고 치자. 물품 배달 퀘스트다. 내용을 보니 어느 지역 특정 NPC에게 이걸 전달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확히 누구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그 일대를 돌아다니며 대상을 찾아야 한다. 대상을 찾으며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계속 다른 어떤 콘텐츠와 만난다. 다른 NPC에게 또 다른 무엇인가의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저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게 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콘텐츠를 계속 파생시켜 몰입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스킬 같은 경우에도, 어떤 것들은 '히든 스킬'이 있다. 이건 별도로 툴팁이 제공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발동되는지는 유저 스스로 체감하면서 발견해야 한다. 이런 걸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유저는 당연히 그 게임에 몰입하게 되고, 그래야 비로소 '내가 만들어가는 가상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게임을 쉽게 만든다면 다음 테스트에서 금방 바꿀 수도 있다. NPC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느냐, 띄우지 않느냐 그 하나에 따라서도 체감이 어마어마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김대일 대표는 최소한 유저들을 '바보'가 아닌 '게이머'로서 역할을 생각하고 있으니, 이 과정에서 타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가 의도한 불편함은 유저들의 반응과 평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쉽게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지양할 계획이에요. 최대한의 현실성을 반영해 '검은사막'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죠. 대신 기본적인 설명, 가이드라인, 튜토리얼 등은 확실하게 준비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 이번 '검은사막'의 1차 테스트에서 콘텐츠는 가장 '기본' 적인 것만 구현된 형태라고
- 다음 테스트에서는 '검은사막'의 깊이를 볼 수 있을 것
첫 테스트에서 여러 검증을 마친 '검은사막'은 내년 초 2차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대일 대표는 방향성이 확고해진 만큼, 다음 테스트에서 게임성을 만드는 각종 요소에 깊이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김대일 대표가 생각하는 '깊이'는 앞서 언급한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이나 게임적 난이도 등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만약 A라는 유저가 전투를 좋아한다면, 여기에 필요한 걸 연구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확실한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라는 유저가 교역을 좋아한다면, 풍부한 콘텐츠와 정교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부호가 될 수 있도록 돕고, 모험을 너무 좋아하는 C라는 유저에게는 각종 탐험에 필요한 것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만 즐길 필요는 없다. A-C-B, B-C-A 등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 패턴 역시 A, B, C가 끝이 아니라 A-Z까지 계속 키우는 것이 현재 김대일 대표의 큰 목표 중 하나다.
"우리는 유저 분들이 게임을 즐기는 패턴에 있어서 깊이를 줄 생각입니다. 낚시만 하더라도 지금은 그냥 물고기를 잡는 것뿐이지만, 이후에는 그 낚시를 통해 또 할 수 있는 여러 게임적인 내용을 연계할 계획이에요. 낚시 자체가 하나의 목표가 되고, 또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준비는 다 됐습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기술적인 검증을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게임을 채워나가는 것만 남았죠"
"검은사막의 두 번째 테스트는 내년 초에 진행됩니다. 테스터 분들이 많이 언급했던 완성도와 깊이를 보완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니, 앞으로 더 많은 기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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