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지사로 우뚝 선 그리 코리아, 한국형 MORPG로 승부한다
2013.11.16 00:22지스타 특별취재팀
▲ 그리 코리아 임명훈 부사장
지난 반년, 그리 코리아(GREE Korea)는 참 힘겨운 과정을 지났다. 150명 가까운 규모에서 절반으로 축소되고 사장도 바뀌었다. 많은 이들은 한국 지사가 문을 닫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반대로 그리 코리아는 '점핑테일'이라는 신작을 카카오로 출시하더니 이번에는 한국 최대 글로벌게임쇼인 지스타 2013에는 '로스트인스타즈'와 '점핑테일'을 들고 B2C에 참가해 본격적으로 팬들을 만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GREE)는 일본 기업 중 가장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한 회사다. 많은 수의 일본 기업이 지사를 설립하지 않은 채 한국인 마케팅 담당자만을 영입해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었다. 그중 처음으로 그리는 지역 법인을 설립한데다 규모도 일반 중소기업과 같은 150명의 인재를 채용했다.
투자 후 열매를 거두기까지 1년 정도 지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즘 운이 나쁘게도 본사 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그리 코리아에서는 서비스 중인 게임 중 가장 실적이 좋았던 MORPG '로스트 인 스타즈'를 제외하고, '배틀코드 온라인', '소울 아일랜드', '만테카 히어로' 등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인원감축을 진행했다. 희망퇴직 이후 끊임없이 하락하는 실적까지, 그리 코리아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무엇이 변했을까. 지스타 현장에서 임명훈 부사장을 만나 어려웠던 '선택과 집중의 시간' 이후 그리 코리아에 찾아온 변화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선택과 집중 그후, 그리 코리아 독립하다
▲ 그리 코리아의 대표작인 '로스트인스타즈'
▲ 이번 지스타 그리 코리아 부스의 메인으로 섰다
▲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MORPG '로스트인스타즈'
- 오랜만이다. 지스타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먼저 묻고 싶다.
임명훈 부사장(이하 임): 감회가 새롭다. 그리는 일본 기업이지만, 그리 코리아는 한국 사람들이 만드는 회사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한국의 게임쇼에 들고 오프라인에서 대중을 직접 만나 소개할 수 있는 일이니 흡족할 따름이다. 일단은 첫걸음을 잘 뗐다고 생각한다.
- 지스타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임: 대표 타이틀인 '로스트인스타즈'가 7개월 만에 iOS 론칭을 하게 된 시점이기도 하고, 6개월간 갈고 닦은 부분이 이제 윤곽이 드러난 시점이라 나올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본사와 그리는 종속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완전 독립적인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 코리아의 능력으로 살아갈 수 있고, 경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개발실도 돌아가고 있다.
- 그리 코리아의 현재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한데.
임: 사실 그동안 일본 기업이 국내 게임산업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또 사업 성과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난히 언론의 도마에 자주 오르내렸다. 물론 국내 지사가 처음에는 성장, 팽창 위주의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 맞다. 지금은 사업 방향의 수정이 올 초에 일어났고, 그에 따라 나쁜 일도 아픔도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그리 코리아의 독립이다. 그간 본사와 그리 코리아와의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였다면 지금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 코리아의 힘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경영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은 신규 제품도 제작되고 있고,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점핑테일' 이후로는 새로운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어 내부 사정은 긍정적이다.
- 그간 일본 회사다 보니까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임: 리더가 있어도 해당 지역을 담당하는 로컬의 인력이 시장에 맞춰서 게임을 제작 하고, 경영의 방침이나 결재에서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본사에서 정해진 틀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다른 방식이다. 한국 실정에 맞는 전략과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다.
- 그렇다면, 한국 실정에 맞는 전략은 어떤 것인가.
임: 전략은 단순하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가진 높은 품질의 게임을 만들어서 시장과 승부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특화된 게임은 '로스트인스타즈'와 같은 MORPG다. 지금처럼 단순히 소셜랭킹을 이용하는 원터치 방식의 게임을 넘어서는 것을 만들지 않으면 모바일은 멈춰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시장이 있겠지만 메리트가 없다. 유저를 게임에 머물게 하고, 게임에서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그리 코리아는 '로스트인스타즈'를 통해 운영과 네트워크,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걸맞은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 코리아의 다음 타이틀은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규 프로젝트는 이제 기획 마지막 단계에 있다. MORPG가 될 것이고, '로스트인스타즈'에서 한 단계 더 발달한 작품이다. 시간이 더디더라도 시장에 꼭 필요한 게임을 내놓을 것이다.
▲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모바일 MORPG 시대를 열었던 '로스트인스타즈'
- '로스트인스타즈'는 MORPG 초기 시장에 나와 선전한 게임 중 하나인데, 해외 수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특히 일본에 본사가 있는 만큼 일본 출시 등을 고려해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임: 굳이 같은 계열사라고 본사를 통해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로스트인스타즈'는 운영이 필요한 게임이다. 본사가 가지고 있는 전략이나 특성 등과 맞지 않는다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사에서도 무리해서 한국에 '도리랜드'(일본 내 그리 최고 인기 타이틀)를 서비스하라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서로의 전략이 틀리다. 그리 플랫폼은 소셜게임이나 웹 브라우저 게임이 아직 강세이기에 '로스트인스타즈'는 다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 코리아에게 본사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는 하지만, 굳이 기대지 않아도 되는 때부터 의존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 코리아도 하나의 회사이니까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가면서 얻어내는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면 서로의 단점을 감쌀 수 있고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그리 코리아의 방향성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임: 어느 회사든 좋은 시기가 있으면 나쁜 시기가 있고, 위기가 있으면 그것을 넘어서야 성장할 수 있다. 그리 코리아는 한국 개발자들이 만들어 나가는 한국 회사로 거듭났다. 그리 코리아의 게임은 가장 먼저 한국 시장에 공개할 것이고, 코리아 이름을 달고 세계 시장에서 뛸 것이다. 이러한 도전이 나중에는 또 다른 롤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 코리아를 거쳐간 사람들, 그리고 현재 있는 개발자들 모두 자랑스럽고 행복해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 그리 코리아의 새로운 타이틀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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