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첫 테스트, 전작의 흑역사는 잊어라
2014.01.08 18:09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위닝일레븐’ 의 두 번째 온라인 도전,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NHN엔터테인먼트와 코나미가 합작한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첫 테스트를 진행했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는 지난 2012년 말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후속작이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은 과거 ‘플스방’ 시절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추억을 온라인에서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제작되었으나, 그래픽과 게임성 등에서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와 함께 결국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전작의 뼈아픈 실패를 설욕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고 있었다. 과거 ‘국민 축구게임’ 으로 불린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물론, 현재 국내 축구게임 업계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피파 온라인 3’ 와의 맞대결까지. 수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온라인게임에 두 번째로 도전한 ‘위닝일레븐’ 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역대 온라인 축구게임 사상 최고의 퀄리티
일단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놀랍게 발전한 그래픽이다. 사실, 테스트 전 공개된 스크린샷과 영상을 보고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전작에서는 사전에 공개된 스크린샷과 인게임 그래픽 사이의 차이가 워낙 커 실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 보니,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의 그래픽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는 콘솔 버전 ‘위닝일레븐 2014’ 에 사용된 폭스 엔진을 한 단계 발전시킨 폭스 엔진 2.0을 사용해 선수들의 3D 모델링은 물론 표정이나 모션, 잔디와 공 묘사 등 모든 부분에서 최상급의 표현을 구현했는데, 사전 공개 스크린샷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캐릭터들이 경기장을 뛰어다니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사실 이것만 봤을 때는 거짓말일 줄 알았는데
▲ 진짜 저 그래픽이었다
그래픽의 진가는 리플레이 화면 등 확대샷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무게중심 이동이나 시선, 방향 전환에 따른 관성 등이 여실히 느껴진다. 뛰어가는 선수의 옷깃이나 머리카락 휘날림까지도 느껴질 정도다. 아쉬운 점이라면 경기장 묘사나 채광, 관중 등의 요소가 조금 뒤떨어져 멀리서 봤을 때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조금 덜하다는 점인데, 일단은 이 정도만 해도 국내에 출시된 그 어떤 스포츠게임보다 좋은 그래픽이다.
전작에서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이 그래픽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는 이 문제로 곤란을 겪을 일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라이벌 격인 ‘피파 온라인 3’ 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이다. 실제로 문득 ‘피파 온라인 3’ 를 보니 한 세대 이전의 게임을 보는 느낌까지도 들었다.
▲ 그래픽 뿐 아니라 모션과 질감 표현 등도 최고 수준이다
▲ 자책골을 넣었을 때의 실망한 표정. 기본적으로 무표정인 ‘피파 온라인 3’ 보다 실감난다
▲ 다만 멀리서 봤을 때 확 티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
템포가 빠르고 실력차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플레이
축구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임성 부분은 전작과 달리 '이제 정말 위닝일레븐의 온라인화가 이루어졌구나' 라는 점이 느껴질 정도로 발전했다.
일단 패키지로 출시된 원작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위닝일레븐 2010~2011’ 정도와 비슷해 보이는데, 이와 동시에 과거 ‘위닝일레븐 10’ 시절의 조작감도 상당수 남아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최신 기술에 PS2 시절의 느낌을 더했다고 하는데, 허언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전작에 비해 캐릭터 컨트롤이나 패스 감각은 좀 더 세분화 되었다. ‘위닝일레븐 2011’ 에서 도입된 패스 방향과 세기 조절 기능이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능은 잘 사용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패스를 보내게 되는 양날의 검이다. 만약 패스를 쉽게 하고 싶다면 경로 검색 정확도를 높이면 되는데, 이 경우 옛날 PS2 시절의 직관성 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경로 검색 정확도 등 게임 설정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으로, 패스가 원하는 선수에게 향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유저들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경기 진행 속도다. 패스를 받고 트래핑한 후 공을 갈무리하는 부분, 급출발 및 급정거 등에서는 다소 반응이 느린 듯한 느낌이 들지만, 원터치 플레이나 선입력, 드리블 돌파 등은 기존의 축구게임들보다 월등히 빠르다. 전반적으로 공방 진행 속도가 꽤 빠른 편이며, 트래핑과 방향 전환에 있어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공격의 경우 매뉴얼 드리블과 대쉬 상태의 차이가 꽤 크며, 속도가 빠른 선수의 경우 수비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달리기 때문에 실력만 있다면 1대 다수를 상대로 한 드리블 플레이도 가능하다. 수비 역시 패스경로 차단은 비교적 쉬워졌지만, 대인수비나 태클 등의 성능이 조금 약해진 면이 있어 전략적인 조작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공격 측에서는 잠잠히 있다가 폭발적인 공격을 펼쳐나갈 수 있으며, 수비 측에서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컨트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사실 이것은 장단점이라기 보다는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만의 색채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패키지 게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닝일레븐’ 을 꾸준히 즐겨 온 사람이라면 다소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신작 시리즈에 적응한다고 생각하면 보다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파 온라인 3’ 의 경기 리듬에 불만을 느꼈다면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 의 플레이 감각이 몸에 맞을 수도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다. 일단 ‘피파 온라인 3’ 와 취향 차이를 두고 겨룰 정도의 느낌을 준 것만으로도 이번 테스트는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 게임 리듬의 변화는 직접 겪어보고 적응해야 할 부분
▲ 패스의 경우 설정 변화를 통해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플레이에 다양성을 더해주는 전술 설정 부분은 꽤나 친절하고 간략화되어 구현되어 있다. 전술 설정은 복합 전술과 보조 전략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으며, 전술을 클릭할 시 간단한 설명과 움직이는 화면이 나와 설명해 주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전술을 쉽게 찾아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다.
비록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술 데이터 저장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데다 전술 설정 시간이 짧고 세밀한 설정을 지원하지 않아 활용도가 적었지만, 향후 공개서비스 시에는 이러한 전술 선택 부분을 통해 승패가 크게 판가름 날 듯 하다. 기본 설정대로만 플레이 할 경우 AI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전술 부분은 거의 필수 요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입장벽인데, 전술 설정에 대한 섬세한 튜토리얼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초보 유저들은 AI에 대한 불쾌한 기억만 가지고 떠나갈 공산이 크다.
▲ 전술의 경우 패키지만큼 깊이가 있진 않지만 나름 깔끔하게 잘 표현되었다
콘텐츠 방향은 신선하지만, 최적화는 아직 멀었다
일단 이번 테스트에서는 순수한 경기 콘텐츠만 선보여졌다. 컴퓨터, 혹은 유저 간 매치만을 지원했으며, 감독 전적이나 선수 관리, 리그, 채팅 및 상점 기능 등 전작에서 선보였던 온라인게임 특유의 콘텐츠는 일절 배제되었다. 덕분에 마치 콘솔에서 멀티플레이 대전을 하듯 원하는 팀을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그 팀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FC 바르셀로나 등 최상급의 팀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공개서비스 이후를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방향이 약으로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플레이에 따라 강해져 가는 팀을 보며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일단 제작진은 선수 강화로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는 방식을 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일단은 공개서비스 이후까지 지켜봐야겠다.
▲ 이번 테스트에서 지원하는 것은 오직 매치 모드 뿐
▲ 매 경기마다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부분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거슬리고, 또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클라이언트 최적화 부분이었다. 전작 역시 최적화 부분에서 최악이라고 할 만큼 낮은 점수를 받은 바 있는데, 차기작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아무리 첫 테스트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일단 로딩이 여전히 길고 잦다. 전술 화면을 불러오는 데만 해도 10초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3D 게임 화면도 아니면서 로딩 시간이 이렇게 길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전작에서 지적되었던 프랩스 멈춤 현상도 여전하고, 마우스 움직임 또한 반응이 눈에 띄게 늦으며, 유저 간 대전 시에는 간혹 에러가 발생해 클라이언트가 꺼지기도 한다.
연초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하려 서두르다 보니 미처 최적화가 덜 된 것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해 줄 수 있지만, 향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애써 만든 게임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약점임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다. 그래도 게임 내 랙은 거의 없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아 본다.
패드 지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패드 설정은 여전히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해야 하는데, 창 모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변경 시 게임을 종료해야만 한다. PS4 듀얼쇼크4 패드를 비롯해 나름 이름이 잘 알려진 레이저 및 로지텍 게임패드도 일부는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지원 패드 종류는 계속해서 늘려가야 할 부분인 듯 하다.
▲ 게임 내 패드 설정(위)은 한계가 있으며, 주 설정은 외부 프로그램(아래)이 필요하다
중계 또한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 김동완 캐스터와 서형욱 해설의 조합은 최상의 콤비임이 분명하지만, 이번 중계에서는 특유의 격양된 감정이 적절히 표현되지 않은 느낌이다. 여기에 간혹 나오는 농담성 멘트는 처음 들을 땐 웃음을 유발하지만, 같은 멘트가 너무 자주 나오니 진부한 느낌까지 든다. 특히나 ‘하프 타임엔 위닝온라인!’ 이라는 광고성 농담은 10초 넘게 재생되는데, 그 사이에 결정적인 상황이 나와도 일관성 있게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는 중계진을 보다 보면 흥이 깨기기 십상이다. 이밖에도 같은 멘트가 3번 연속 나오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해설(패스를 슛이라고 하는 등)도 상당히 거슬린다. 해설 조합 시스템의 문제는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라이선스 문제는 EA의 EPL 라이선스 독점 등으로 인해 여전히 몇몇 팀의 이름과 로고, 유니폼 등이 달라 ‘피파 온라인 3’ 에 비해 뒤쳐지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자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온라인이라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피파 온라인 3’ 에는 없는 국가대표 팀이 있기 때문에, 허전함을 상당수 메꿔 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시즌 효과를 확실히 받는다면 ‘피파 온라인 3’ 의 아성을 뛰어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 클럽팀 라이선스는 아쉽지만, 국가대표팀이 그 공백을 충분히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