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욘드더게임 "우린 15년째 한방 쓰는 사이"
2014.01.16 17:18게임메카 정지혜 기자
게임을 쉽게 만드는 방법 딱 하나를 뽑으라면, ‘마음이 잘 맞는 팀원을 찾기’다. 게임 개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동료가 됐든, 사용자가 됐든 사람을 이해하기는 하루 이틀 안에 이루어지 않는다. 최소 15년을 함께 한 사이라면 모를까.
‘미친 즐거움’으로 뭉친 5명의 소년들
게임 개발사 파비욘드게임은 스타트업이기는 하지만 꽤나 묵은 회사다. 함께 게임을 만들어 온 지가 벌써 15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정식 법인으로 뛰어든 지는 2010년이지만, 그보다 오래전부터 인디 개발팀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파비욘드더게임의 전신인 팀 아렉스(RX)는 2003년에 설립됐다. 물론 팀 아렉스가 설립되기 훨씬 전부터 이들은 함께 게임을 만들어 왔다. 무려 중학생 때부터다. 가산 중학교 동창으로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여기에 초등학교 때 PC통신으로 알게 된 친구가 합류하기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 "다들 중학생 때부터 게임 개발하는 게 아닌가요?" 파비욘드더게임 최윤석 디렉터다
기껏해야 14살, 15살인 중학교 시절이다. 게임 하기를 좋아할 수는 있는 시기지만, 이 나이 때에 게임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는 청소년들이 어디 있으랴. 물론, 파비욘드더게임 최윤석 디렉터는 “열심히 찾아보면 꼭 학교에 몇 명 정도는 이런 이상한 아이들이 있지 않나요?”라며 반문했지만 말이다.
각 반에서 차출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친구, 글을 잘 쓰는 친구, 혹은 컴퓨터를 잘하는 친구들은 뜻이 맞아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자의 부모님들도 귀엽다며, 이들의 게임 개발을 지원해주셨을 정도다.
당시 주택에 살던 최윤석 디렉터의 부모님은 방 하나를 개발실로 내어 주었고, 작은 방이지만 하교 후 이곳에 모여 게임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표출할 수 있었다.
런 도로시, 수사기록, 암중모색, 파툼, 그리고 다시…
15년 우정에도 해체의 위기는 있었다. 꿈은 정말 컸다. 중학생이지만 개발실까지 마련할 배짱이니 말이다. 다만 만든 게임은 대부분 실패작이었다. 게임의 크기가 얼마나 커질지도 모르고 기획을 내뱉고, 만들다 버리고, 재수정 후 다시 기획을 바꾸니 종국에는 게임 자체를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대표 마인드가 게임은 무조건 어려워야 한다고 해서 만들고 수거한 게임도 수두룩하다.
그러던 사이 중학생이던 소년들도 수염이 거뭇거뭇한 어른이 됐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자 응원해주던 부모님 시선도 영 껄끄러워졌다. 게다가 한 명은 게임 개발때문에 사랑하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웃어넘길 수 있는 작은 고민들이지만, 당시에는 여자친구의 “내가 중요해, 게임이 중요해”라는 물음에 정말 개발을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심각했다. 어차피 제대로 완성된 게임도 없었기 때문에 부담은 적었다.
마지막으로 한 개만 만들고 멋지게 마침표를 찍어 보려고 했는데, 팀 아렉스(RX)를 형성하고도 4년이 지난 시점인 2007년이 돼서야 그나마 ‘제대로 됐다’고 평가할 게임이 나오고야 말았다. PC용 원형탄막회피 런게임 ‘런 도로시’, 지금의 ‘롤링플래닛’의 원작이다.
▲ 파비욘드더게임의 지금을 만든 게임 '런 도로시' (사진제공: 바른손게임즈)
홈페이지에 가면 즐길 수 있다 (바로가기)
재결속 계기가 된 ‘런 도로시’를 시작으로 파비욘드더게임은 2010년 ‘암중모색’, ‘수사기록’ 등을 발표하며 인디 개발팀으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암중모색’은 국제 독립 게임 및 인터렉티브 미디어 페스티벌인 인디케이드 2010에서 ‘Jury Award for Overall Excellence’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3년에는 PC 웹게임 ‘파툼’을 론칭하면서 파비욘드더게임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지금은 카카오 플랫폼으로 모바일게임 ‘롤링플래닛’을 출시했다.
15년
지난 10일 카카오로 출시된 파비욘드더게임의 첫 모바일 타이틀 ‘롤링플래닛’은 2007년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던 PC게임 ‘런 도로시’를 리메이크한 게임이다. ‘롤링플래닛’은 독특한 게임성과 재미있는 캐릭터로 현재 카카오 인기 게임 순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새로운 출발작이 된 '롤링플래닛' (사진제공: 바른손게임즈)
최윤석 디렉터는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기기에서 시작하게 된 지금, 과거 2007년에 그랬듯이 한 번 더 치고 오르고 싶다”며, “’런 도로시’를 리메이크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어린 시절 친구들이라도 15년 동안 함께 게임을 만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 공통된 목표에서 출발, 지금까지 함께 향유하고 즐긴 시간이 길어 서로가 너무 닮게 된 덕분이다.
‘선이 굵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14세 남학생들의 원대한 목표에서 시작된 꿈은 파비욘드더게임에 여전히 자라고 있다. 15년 동안 다양한 선택지를 거치면서 ‘우정(?)’의 힘으로 분기점을 넘어왔고, 지금은 또 다른 선택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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