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폴 베타 체험기, 압축된 쾌감에 다리가 풀렸다
2014.02.18 15:56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타이탄폴' 베타테스트 트레일러 영상(영상출처: EA 공식 유튜브 채널)
최근 국내에서는 신작 FPS 소식이 거의 들려오고 있지 않지만, 해외로 눈을 옮겨 보면 불꽃 튀기는 AAA급 FPS 전쟁이 한창이다. ‘콜 오브 듀티’ 와 ‘헤일로’ 가 각각 차기작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헤일로’ 시리즈를 만든 번지의 신작 ‘데스티니’,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탄생시킨 이들이 새로 제작한 ‘타이탄폴’ 이 가세해 4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중 1번 타자로 나선 이가 바로 ‘타이탄폴’ 이다. ‘타이탄폴’ 의 제작사인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든 인피니티 워드의 창립자와 핵심 멤버들이 액티비전과의 불화 끝에 2011년 새로 설립한 스튜디오다.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멤버들은 ‘흥행하는 게임을 만드는 법’ 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들로, 그들의 새로운 IP인 ‘타이탄폴’ 역시 출시 전부터 유난히 큰 기대를 받았다. 과연 ‘타이탄폴’ 은 차세대 FPS를 이끌어 갈 재목이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일까? 게임메카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타이탄폴' 베타테스트(PC버전)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았다.
▲ 고로, 직접 플레이 해 봤습니다
파일럿과 타이탄을 오가며
‘타이탄폴’ 의 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제목에도 나오는 거대 병기 ‘타이탄’ 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기본 플레이는 인간 캐릭터인 ‘파일럿’ 으로 진행하게 되지만, 시간과 업적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언제 어디서나 ‘타이탄’ 을 소환할 수 있다. ‘타이탄’ 은 직접 탑승해 전투를 벌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사용법이지만, 파일럿을 졸졸 따라다니게 하며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거나 어깨 위에 올라타 전투를 벌이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일단 기본 유닛인 파일럿을 다루게 된다. 파일럿은 기본적으로 작고(타이탄에 비해) 재빠르다. 다양한 미래형 총화기를 통해 강력한 타이탄에게도 어느 정도 맞설 수 있으며, 벽을 타고 달리거나 이중 점프, 은신 등을 사용해 맵 전체를 자유자재로 활보할 수 있다. 아마 초반에는 이러한 조작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익숙해지면 이동만으로도 재미가 느껴질 정도다.
눈에 띄는 점은 이처럼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조작이 부드럽고 비교적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타이탄에 탑승하거나 이중 점프를 통해 높은 담벼락을 기어오르고, 벽에서 벽으로 옮겨 달리는 등의 액션 등에는 섬세한 거리 조절이 요구되지 않는다. 직관적인 조작만으로 원하는 움직임을 낼 수 있기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내가 정말 잘 하는 느낌’ 을 받게 해 준다.
파일럿의 종류는 처음에는 2~3가지 정도가 주어지지만, 기본적으로 게임 내 정해진 클래스는 없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주무기와 보조무기, 대 타이탄 무기를 적절히 조합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주무기의 경우 근거리 오토 타겟팅이 적용되는 ‘스마트 권총’ 부터 일반적인 라이플과 샷건, 스나이퍼 라이플 등을 갖추고 있으며, 사이트나 기타 특성도 적용할 수 있다. 아직 베타테스트라 그런지 무기 라인업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 파일럿의 종류, 기본적으로 3개 타입이 주어지지만 무기 조합에 따라 더 만들 수도 있다
▲ 근거리 오토 타겟팅이 가능한 '스마트 권총' 사용 장면
이처럼 일반적인 FPS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타이탄폴’ 의 백미는 역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만나볼 수 있는 거대 로봇 타이탄이다. 타이탄은 신장 약 24피트(7.3미터)의 탑승형 로봇으로, 강한 화력의 주무기와 몸을 보호하는 실드, 적을 초토화시키는 특수 기술과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액티브 실드 등을 갖추고 있다. 기본 움직임은 다소 둔해 보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걸음 단위 자체가 인간과는 다르며, 달리기와 대쉬 기능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기동성을 선보인다.
파일럿은 자신이 소환한 타이탄에 언제나 탑승할 수 있으며, 하차 역시 자유롭다. 타이탄이 파괴되더라도 파일럿이 살아 있다면 게임은 끝나지 않으니, 위급한 순간에는 타이탄을 버리고 긴급 탈출해야 한다. 특히, 탑승석 부위는 타이탄의 약점이므로 적 타이탄을 노릴 때는 이 부위를 집중 사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이탄 역시 클래스가 주어지지만, 무기를 통해 그 특성이 달라진다. 또한 Q버튼을 통해 전방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액티브 실드를 발동시키거나 순간적으로 다가와 적 타이탄의 탑승석에 있는 파일럿을 강제로 끄집어내 공격하는 등의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일럿보다 더욱 섬세한 조작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타이탄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 타이탄 역시 클래스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 일단 눈높이부터가 다르다
특유의 빠른 템포와 높은 긴장감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전반적인 템포가 매우 빠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배틀필드 4’ 나 ‘콜 오브 듀티’ 멀티 모드 등의 현대전은 평상시에는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면서도 전투 장면에서 화력을 쏟아붓는 식으로 진행되어 호흡을 꽤나 길고 침착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타이탄폴’ 은 매 순간이 숨가쁜 이동과 전투, 킬/데스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파일럿의 이동 속도가 매우 빠르다. 대쉬 상태에서의 이동 속도는 타 FPS와 비교했을 때도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며, 이중 점프와 벽 달리기, 은신과 고공 긴급탈출 등 입체감을 부가하는 요소도 상당수다. 반면, 화력에 비해 파일럿의 내구도는 상당히 낮아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적의 공격 한 방에 죽는 경우가 많다. 즉, 체계적이고 정적인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 강력한 화력과 쉴 새 없는 전투는 마치 ‘기어스 오브 워’ 를 연상시키지만, 동적인 정도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이라 게임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된다.
킬/데스 빈도도 꽤나 높다. 현재 ‘타이탄폴’ 은 최대 6대 6의 대전을 지원하는데, 맵 내에는 수십 명의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유는 봇의 존재다. 봇은 일반적인 싱글플레이 FPS의 AI와 같은 존재로, 적군과 아군에 수십 명씩 존재한다. 이들 역시 파일럿과 마찬가지로 총을 쏘고 적 기지를 향해 돌격하지만, 공격력이나 이동 속도는 파일럿보다 월등히 떨어진다. 따라서 게임을 하다 보면 일반적인 6대 6 대전보다 적을 사살하는 횟수가 훨씬 높기 마련이다.
기자의 경우 첫 게임에서 10여분 동안 3킬 9데스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결코 좋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내내 지루함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으며, 오히려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유는 수십 명의 봇을 해치웠기 때문이다. 해치운 봇의 수만 30여 명에 달하니, 평균적으로 15~20초마다 1킬 씩은 꼬박꼬박 먹은 셈이다. 일반적인 FPS에서는 초보들이 킬을 하나도 못 기록한 채 게임을 접는 경우도 있는데, ‘타이탄폴’ 에서는 일단 봇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 화면 가득 보이는 수많은 봇들
▲ 아무리 초보더라도 아무것도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는 느낌은 없다
‘타이탄폴’ 의 재미는 타이탄 등장 시 절정에 달한다. 7미터 이상의 신장을 자랑하는 타이탄에 탑승할 경우, 개미떼처럼 돌아다니는 적을 한층 높은 차원에서 내려다보며 강력한 화력을 퍼붓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파일럿 입장에서 타이탄을 마주치게 되면 들키지 않고 신속하게 시야 밖으로 벗어나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커다란 타이탄을 혼란시킨 후 강력한 한 방을 선사하는 등 긴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에 위치하더라도 영웅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타이탄폴’ 의 진면목을 입증시켜주는 부분이다.
베타테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깊이를 입증시켜준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이탄폴’ 은 유저가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그만큼 컨트롤의 중요도가 높은 게임이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초보와 숙련 유저가 같은 캐릭터를 잡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차이가 확연했다. 이처럼 컨트롤 능력의 차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플레이어 간 실력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바꿔 말하면 파고들 깊이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 파일럿이라면 공중 활보는 기본이지
▲ 동료 '타이탄' 에 빌붙어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베타테스트지만 완성도는 상용화급
베타테스트의 게임 모드로는 데스 매치와 점령전, 그리고 ‘타이탄폴’ 만의 특수 모드인 ‘라스트 타이탄’ 이 있다. 앞의 두 모드는 간혹 ‘타이탄’ 을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을 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라스트 타이탄’ 의 경우 모든 플레이어가 기본적으로 타이탄을 탄 채 게임에 들어가며, 한 쪽의 타이탄이 모두 파괴되면 게임이 끝난다. 타이탄이 파괴되더라도 파일럿을 통한 기습이 가능하지만, 파일럿이 사망할 경우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리스폰은 없다.
전반적으로 게임 한 판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데스매치 모드와 점령 모드는 10분 내외, 라스트 타이탄 모드는 짧으면 2~3분, 길어도 5분 내외다. 재미의 강도가 높은 만큼 정신적 피로 누적도 빠르기에, 적절한 타이밍에서 게임을 끊어준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보다 게임이 길어지면 피곤할 듯 하다.
전반적인 게임의 특징은 앞서 말했듯 템포가 빠르고, 적과 아군의 위치를 나타내주는 레이더의 중요도가 높다. 다만, 강력한 화력에 비해 물리 엔진의 활용이 거의 없는 것은 아쉽다. 대부분의 건물과 옵셋들은 맵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타이탄의 미사일로 건물을 부수는 등의 전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 게임 초반부의 맵 파악 및 작전 수립은 쉽겠지만,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베타테스트 답지 않게 튜토리얼과 레벨 디자인이 잘 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튜토리얼의 경우 가상 현실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박스 안에서 15개 가량의 시범 스테이지를 진행하게 되는데, ‘포탈’ 의 애퍼쳐 사이언스 같은 느낌을 준다. 설명 자체도 꽤나 자세하고 친절한데다, ‘타이탄폴’ 의 세계관과도 잘 어우러져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맵 역시 아직까지는 2개 정도만이 선보여졌지만, 메인 공격로와 서브 공격로, 공중과 지하를 통한 기습 등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게끔 디자인이 매우 잘 되어 있다.
▲ 너무나도 잘 구성되어 있는 튜토리얼
‘타이탄폴’ 은 베타테스트를 통해 차세대 FPS를 짊어지고 나갈 자격을 충분히 입증했다. 아직까지는 맵과 모드가 한정적이긴 하지만, 고수와 초보 모두가 각자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FPS는 오랜만이었다. 그래픽적으로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PC에서 느낀 그래픽은 차세대 콘솔급까지는 아니고 PS3/Xbox360에서 잘 뽑힌 수준) 점이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될 듯 하지만, 웅장한 배경과 곳곳에서 터지는 폭염이 이러한 부분을 잘 상쇄시켜준다.
'타이탄폴’ 의 베타테스트는 오는 20일(목)까지 진행되며, 국내 정식 발매는 북미와 같은 3월 11일(PC, Xbox360)로 한국어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