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2007.08.31 18:48 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해외 퍼블리셔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시장 역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한국 퍼블리셔가 해외로 수출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해외 퍼블리셔들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 한국 개발사와 직접 해외 수출계약을 맺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국내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해외 퍼블리셔의 한국 진출, 개발사와 퍼블리셔 희비교차
중국 퍼블리셔 업체들의 한국 진출에 대해 국내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개발사들은 전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발사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가 바로 개발자금 확보다. 하지만 국내에서 투자를 받아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 자본이 유입된다면 개발자금 확보가 더욱 수월해 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또 개발자금을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내 퍼블리셔와 불리한 계약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그 양상이 달리질 것이란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CDC로부터 개발자금을 투자받은 고릴라바나나 김찬중 대표는 “많은 게임 개발사들을 고민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개발자금 확보다. 솔직히 말해 중국회사든, 한국회사든 개발사 입장에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필요한 타이밍에 투자해 주는 회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 게임 시장으로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된다는 사실은 개발사 입장에선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SP1’을 개발중인 실버포션 이건중 마케팅 팀장은 “국내 개발사들이 정체성을 잃지 않은 한도 내에서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아 게임을 개발한다면 오히려 국내 게임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퍼블리셔 업체들은 씁쓸해 하는 분위기다. 해외 퍼블리싱 업체들이 한국으로 진출하게 되면 좋은 게임을 놓고 경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빛소프트 이용식 국내 사업팀장은 “퍼블리셔 입장에서 본다면 게임의 해외 판권의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의 해외판권을 놓고 해외 퍼블리싱 업체와 경쟁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비용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넥슨 이지연 해외 라이센스 중화권 파트장은 “해외 퍼블리셔가 한국 개발사들과 해외 판권에 대해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게 된다면 국내 퍼블리셔와 경쟁구도에 놓이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따른 국내 퍼블리셔와 해외 퍼블리셔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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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2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CDC게임즈의 사업설명회. 중국 퍼블리싱 업체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
얕볼 수 없는 중국 업체의 동남아 현지화 능력과 자본
현재로선 중국 퍼블리셔들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중국 문화권 내에 속해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특화된 현지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퍼블리셔들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튼튼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데다가 중국, 동남아시아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특화된 컨텐츠를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퍼블리셔들이 중국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수출했던 것 역시 그들의 현지화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넥슨 이지연 해외 라이센스 중화권 파트장은 “중국, 동남아 게이머들의 성향과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은 조금씩 다르다. 중국 게이머들의 경우 한국 게이머들보다 PK(Player Kill)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 퍼블리셔들의 경우 이런 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에 특화된 컨텐츠 제작에도 능숙하다.”고 말했다.
한빛소프트 이용식 팀장은 “각 국가마다 게이머들의 성향은 조금씩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 온라인 게임에게 있어 아시아 최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현지 사정은 중국 업체들이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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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C게임즈의 게임 퍼블리싱 라인업, 아시아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공략을 준비중이다 |
중국 퍼블리셔의 한국 진출, 진통없이 끝날까?
중국 퍼블리셔들의 한국 진출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중국자본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거세게 일고 있다. 얼마 전 불거진 나인유와 오디션, 더나인과 그라나도에스파다, CCP와 UIFG(유아이퍼시픽 게임즈) 사태가 현재 게임계 화두에 올라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 측 기업의 일방적인 계약파기, 계약 불이행 등으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두 나라 기업들간 신뢰관계는 상당히 빈약해져 있는 상태다. 몇 일전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CDC 게임즈와 텐센트 역시 ‘우리는 믿을 만한 기업이다.’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소규모 개발사의 혼란을 가중 시킬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해외 판권 퍼블리셔와 국내 판권 퍼블리셔가 분리되어 있을 경우, 양측의 요청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적다. 보통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 퍼블리셔(해외 판권 계약업체, 국내 판권 계약업체)의 요청을 함께 처리하기엔 힘이 부칠 것이며 이로 인해 혼란이 가중 될 것이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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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텐센트는 서울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텐센트는 `우리는 믿을 만한 중국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이제는 체질개선이 필요한 때
중국 퍼블리셔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 됨에 따라 한국 게임계 역시 그에 걸맞는 체질개선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게임, 혹은 중국 퍼블리셔라는 고정관념은 현 시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게임시장의 글로벌화에 발 맞추어 국내 개발사와 퍼블리셔 역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진흥원 산업진흥팀 김형민 팀장은 중국 퍼블리싱 업체들의 한국 진출은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한국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들이 글로벌화에 맞는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진출이 가시화 된 해외자본은 중국 정도이지만, 이후 북미,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도 한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글로벌화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이 쌓은 노하우를 백분 활용한다면 이번 중국업체의 한국 진출은 게임의 글로벌 시장 감각을 익히는데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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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외판권이 중요한가 국내 시장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지 오래 됐으며 몇몇 인기 게임들이 단단히 자리를 굳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작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란 어려운 상태. 중국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텐센트, CDC 게임즈는 지난 사업설명회에서 온라인 게임을 한국에 퍼블리싱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두 업체 모두 국내보다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훨씬 거대한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개척지로 떠 오르고 있는 유럽, 북미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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