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골프 팡야로 한국 패키지 시장의 희망이 되고 싶다’ 엔트리브 김배헌 프로듀서
2008.04.25 19:33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 ‘스윙 골프 팡야 2nd 샷!’의 개발을 맡고 있는 김배헌 프로듀서 |
"한국에도 다시 패키지 시장이 생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장기전이 될 것이다. 유통구조나 불법복사, 한글화 부분에서 천천히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겠나. Wii나 스윙골프 팡야2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Wii의 국내 동시발매 게임 소프트웨어이자 유일한 국내 게임 타이틀인 엔트리브의 골프 게임 ‘스윙 골프 팡야 2nd 샷!’의 개발을 맡고 있는 김배헌 프로듀서. 그는 온라인 팡야의 디렉터를 시작으로 Wii용 ‘스윙골프 팡야 2nd 샷!’과 현재 개발 중인 PSP 버전의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Wii의 일본 발매 당시 테크모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동시 발매 타이틀이 되었던 전편 없이 이번에는 후속편의 한글판이 발매된다.
4월 26일,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 있을까?
게임메카: 스윙 골프 팡야 2nd 샷! (이하 스윙골프 팡야2)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배헌 프로듀서: 온라인으로 4년 동안 서비스되었던 팡야가 모태가 된 게임이다.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팡야가 유저 간 재미를 찾는 게 묘미라면 스윙골프 팡야2는 콘솔 게임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Wii 플랫폼은 방에서 혼자 게임 하던 사람을 거실로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다. 스윙골프 팡야2는 Wii가 지향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골프게임이다.
게임메카: 전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배헌 프로듀서: 전편은 일본에서 Wii의 동시발매와 맞춰서 개발 시기가 굉장히 빠듯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려웠던 스윙 동작의 조작을 개선하고, UI(유저인터페이스) 디자인도 보다 간편하게 새로 작업했다.
캐릭터 보이스도 추가되고 전작에서 호응이 많았던 파티 게임(미니게임)도 늘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와 여럿이 하기 모드가 있는데 특히,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투어모드가 콘솔만의 특징이다. ‘말판’같은 루트를 타고 가면서 숨겨진 코스도 찾을 수 있고 보스 라이벌을 만나기도 하는 과정도 재미있게 구성했다.
▲ `팡야섬` 투어모드, 맵을 이동하여 라이벌과 대결하며 복장과 아이템을 얻는다. |
“테크모와의 공동 개발 ‘번역기’에 최적화된 말투도 연습”
게임메카: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윙골프 팡야2는 엔트리브와 테크모의 공동 개발작이다. 일본 개발사와는 어떻게 작업을 진행 중인가?
김배헌 프로듀서: 우리는 두 번에 걸쳐 성공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콘솔 게임은 무엇보다 개발 스케줄이 가장 중요한데, 빠른 결정을 통해 적시에 게임을 내놓아야만 한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에 비해 콘솔 게임의 경우 포스트프로덕션(사전제작)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양 측 개발자간의 미팅을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가졌다. 한국과 일본, 양국을 오가며 번갈아 가면서 만났다. 실제 업무는 매일 온라인 상으로 이뤄지고, 인터넷으로 양 사가 동시에 접근 가능한 인트라넷을 통해 작업을 하고 있다.
팡야의 원소스는 엔트리브에서 제공하고, Wii에 맞게 그래픽 리터칭을 하는 것과 같은 전반적인 제작 진행은 테크모에서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양 측 모두 기획에도 참여한다. 전체 제작 인원은 약 8:2의 비율로 테크모의 제작 인원이 훨씬 많다.
게임메카: 그 동안 개발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없었나?
김배헌 프로듀서: 테크모 개발자들과 많이 친해져서 스스럼없어졌다는 것? 꼭 일어로만 개발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미팅 때는 통역분이 계셨고, 매일 하는 작업 같은 경우에 변역기를 써서 게시판에서 대화를 나눴다. 번역기 성능이 좋으니까. 다만 번역기에 최적화된 문법으로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일단 번역기에 최적화된 문법이란,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고 일본어 뉘앙스를 고려해서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고하십시오’같은 경우에는 일본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이런 말은 ‘잘 부탁 드립니다’라고 써야 한다. 개발진을 새로 투입할 때마다 ‘번역기 말투’를 가르쳤다.(웃음) 인사할 때 예의를 지키는 법,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감사를 표하는 법, 사소하게 보여도 서로의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어->일어->한국어로 번역해서 확인 후에 보냈다. 그런 확인 과정을 안 거치면 가끔 황당하게 번역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아, 일본 개발사들은 야근 안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개발 초기에는 오십 명에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전사적으로 이백 명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발매 스케줄을 맞춰야 하니까. 책상 밑에서 자다가 나오는 분도 보았다.
게임메카: 스윙골프 팡야2 국내판에는 다양한 성우진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 화려한 일본판 성우진에 비하여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는데?
|
김배헌 프로듀서: 후속작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게 작년 초였다. 국내발매도 염두 해두고 이번에는 보이스를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우 섭외하는 과정도 테크모와 다 같이 진행했다. 세계관에서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웠다. 애초에 온라인 팡야에는 음성이 안 들어가고, 유저들이 각자 상상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일본 온라인 팡야 유저들을 대상으로 성우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초특급 성우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국내의 경우 일본에 비해 시장이 매우 작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 내 설문조사를 통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케이블, 공중파를 통틀어 300명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엄선했다. 국내에서 가장 잘 하는 성우분들을 섭외했다고 자부한다. |
▲ 15명의 캐릭터 음성을 국내 성우를 통해 듣는다 |
게임메카: 스윙골프 팡야2가 온라인 대전이 불가능하다는 부분이 약점이 되지 않을까?
김배헌 프로듀서: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생각한다.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온라인 팡야가 있기 때문에, 스윙골프 팡야는 가족과 친구, 친지들이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
“Wii 한국 독자코드 정책, 개발사로서 적극 지지한다”
게임메카: 국내에서 정식 발매되는 Wii의 경우, 하위 기종인 게임큐브와의 호환이 안되고, 한국 독자코드로 발매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발매되는 타이틀의 구동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정책에 불만을 터뜨리는 게이머들도 있다. 개발사 측의 생각은 어떤가?
김배헌 프로듀서: 기본적으로 닌텐도가 그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 개발사로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안 돌아가고 일본판이 안 돌아가는 것은 매니아로서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유럽, 북미 지역코드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 코드가 따로 있다는 것은 한국 시장을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코드가 아니라 `한국` 코드다. 만약에 닌텐도가 국내에서 1~2년 사업해보고 말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유저들한테는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현재 국내에서 정식 발매되는 타이틀들이 대부분 매뉴얼 번역만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팔리는 패키지 판매량이 보통 3,000~4,000개가 전부인데, 매니아들은 모두 발매 전에 전부 사버리는 상황이다. 그러면 한글화 타이틀이 나와도 사는 사람은 없고, 유통사들은 무조건 빨리 수입해서 발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닌텐도가 소심한 결정을 했다면, 만에 하나라도 사업이 안 되면 철수하고 기존의 대원이나 다른 업체에 유통을 맡겨버릴 수 있다. 닌텐도는 그 욕을 다 먹겠다는 입장이다. 큰 결단을 내린 거라고 생각한다. 런칭 행사 당시 개발사 오후 타임에 참석했었는데, 닌텐도가 한국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개발사들을 많이 지원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많이 도움을 받았다.
한국에도 다시 패키지 시장이 생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장기전이 될 것이다. 유통구조나 불법복사, 한글화 부분에서 천천히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겠나. Wii나 스윙골프 팡야2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케이블용 광고를 만들어 제작하는 것도 선례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 지난 14일에 있었던 닌텐도 Wii 런칭 컨퍼런스의 모습. 한국 닌텐도 코다 미네오 대표. |
게임메카: 새로운 가정용 게임기로써 Wii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배헌 프로듀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Wii나 NDS 플랫폼은 사양 자체는 차세대기도 아니고, 성능도 부족하다. 하지만 저비용으로 게임기를 만들 수 있고 저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체감형이라는 새로운 재미요소를 만들었다.
접근성이 용이해서 게임을 안 하는 대중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고, 그들이 게임산업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굳이 장단점을 다른 게임기랑 비교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시장을 개척했다고 보았으면 좋겠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체감형 게임이 많이 나왔지만, 앞으로 깊이 있는 게임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많이 남아있는 부분이다. 개발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재미있는 게임이 게임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고성능 게임에 비해 제작기간이나 개발인원, 기술이 덜 들고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
게임메카: ‘패키지 게임 개발은 개발자들의 로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상, 국내 패키지게임 시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엔트리브에서 패키지 타이틀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김배헌 프로듀서: ‘로망’이라는 점은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에 와서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고, 오히려 패키지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에 1세대들에게나 로망이다. 콘솔이든 온라인이든 일이 바쁘고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온라인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시즌 별로 매회 별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유저와 실시간으로 호흡한다. 드라마에서 ‘시청률 떨어졌으니 불륜 넣어!’하는 것과 비슷할까.(웃음) 콘솔은 영화를 개봉하는 것과 비슷하다. 게임메카: 닌텐도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좋은 의미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배헌 프로듀서의 생각은 어떤가? 김배헌 프로듀서: 닌텐도가 이야기하는 부분에 공감한다. 독창성을 통해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팡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얼굴에서 미소가 나면 좋겠다. 국내 개발사로는 처음으로 Wii와 동시 발매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스윙골프 팡야2를 통해 가족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
|
▲ "꼭 손목 스트랩을 하고 치세요!" |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4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5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6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7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8 [포토] 금손 코스어 집합,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
- 9 2B가 된 이브, 스텔라 블레이드 X 니어 DLC 출시
- 10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