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향수를 자극하는 `할배검` 좋지 아니한가?
2012.03.02 18:39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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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그랜드파더 진짜 `할배검` 됐다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할배검’이 오랜만에 화제에 올랐습니다. ‘디아블로2’에 이어 ‘디아블로3’에서도 ‘할배검’이 등장한 것입니다.
지난 25일,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디아블로3’의 한글 아이템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른 아이템은 ‘메피스토’를 수천 번 잡게 했던 전설의 아이템 ‘할배검’입니다. ‘더 그랜드파더(The Grandfather)’라고 불리는 이 양손검은 전작에서도 ‘할배검’이라 불리며 많은 ‘바바리안’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한글 아이템 명칭에 대해 유저들은 크게 둘로 나뉜 입장에 섰습니다. 특히 ‘할배검’에 대해 익숙한 명칭이니 마음에 든다는 의견과 너무 억지스러우니 영어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표기한 이름을 사용하자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디아블로2’ 게이머들이 은어처럼 사용하던 ‘할배검’을 공식 명칭으로 선택한 블리자드의 태도가 안일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업적에 추가되어 큰 논란을 불러왔던 민감한 단어 ‘아구창’, 영화 ‘13일의 금요일’이 떠오르는 ‘토막토막’, 이것만 쓰면 치킨업계를 휘어잡을 것 같은 ‘닭잡이’, 드는 것만으로 우스워질 것 같은 ‘우스캉’ 등의 이름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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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이템 한글 명칭이 공개되어 큰 화제에 올랐다
게임메카 독자 sonicyim님은 “국내 현지화를 할거면 이런 식으로 화끈(?)하게 현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블리자드가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네요. 어설프게 `파이퍼볼` 이라고 반만 한글화하는 것 보다야 `화염구`가 더 정서에도 좋고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한 반면 시스위리어 님은 “이번거는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장난치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이것저것 유저들 의견 수렴해서 만들어 주는건 좋은데, 디아블로가 가벼운 느낌의 게임은 아니잖아ㅡㅡ 뭐야 이게”라고 쓴 소리를 냈습니다.
관련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유저들이 장난 반 비꼬기 반으로 던진 것을 덥석 물어버린 블리자드의 태도를 비판하는가 하면,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 게이머 역시 ‘더 그랜드파더’를 보면 저절로 ‘할아버지’를 떠올린다며 ‘할배검’이라는 명칭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할배검’과 같이 ‘디아블로2’의 인기 아이템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좋은 방법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아이템 명칭의 전체 한글화 작업에 대한 여론 역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있습니다. 특히 ‘할배검’과 같이 유명한 장비로 언급되는 ‘윈드포스’가 ‘바람살’로 현지화된 것에 대해 어색하니 영어 명칭을 쓰자는 의견과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도 부르다 보면 입에 붙으리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바람살’이 뜻 전달도 쉽고 멋있는 순수 한글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영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유저들은 ‘아이템 이름’ 자체를 고유명사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국내 브랜드 ‘삼성’이 해외에서도 ‘삼성’으로 불리듯, 개발사가 붙인 고유명사인 ‘장비 명칭’을 현지화를 통해 훼손하면 원래 주고자 했던 의미와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이야기입니다. 게임메카 wps3515님은 “참 이름 막장으로 지었구나. 난 영문판 할련다... 디아2처럼 영문판부터 출시해라”라고 언급하셨습니다.
한편 현지화를 찬성하는 쪽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영어보다 한글이 친숙하고 의미도 이해하기 쉽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도 많이 사용하면 괜찮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입니다. 또한 원어 발음을 선호하는 것은 영어권 국가에 대한 사대주의라는 따끔한 지적도 있습니다. 게임메카 독자 kcmcta님은 “디아블로3의 할배검 착용 모습이 궁금하군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블리자드는 25일에 공개한 한글 아이템 명칭을 안내한 게임 가이드 섹션을 다시 영어로 변경한 후, 유저들을 대상으로 이름을 공모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공모에 올라온 아이템은 ‘더 그랜드파더’와 ‘윈드포스’, ‘위자드 스파이크’, ‘메이지피스트’ 4종입니다. 현재 올라온 의견은 크게 영어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표기해 사용하자는 것과 한글 현지화를 찬성하며 직접 생각한 이름을 공모에 올리는 방향으로 나뉩니다.
유저들이 직접 내놓은 의견 중에는 ‘고대의 아버지’, ‘폭풍의 종말’, ‘마법사의 갈망’ 등 진지한 것도 있고 ‘장수칼’, ‘마법 주먹’, ‘바람활’처럼 영어 뜻을 간단하게 한글로 푼 종류도 있습니다. 그 중 원래 뜻대로 ‘그랜드파더’를 ‘할아버지’라 부르자는 의견이 눈에 뜨이는군요. 왠지 휠윈드를 돌 때마다 죄송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현지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 블리자드의 한글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며, 이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2’에도 대대적인 로컬라이징이 진행되어 거센 찬반토론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번역’을 뛰어넘어 그 나라의 언어로만 전할 수 있는 느낌과 재미를 반영하려 노력한 블리자드 한글화 팀의 노력이 아닐까요?
영어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적는 선에서 그쳐도 큰 불만이 없을 로컬라이징에 일부 유저의 비판을 감수하며 보다 적합하고 멋진 단어를 찾아 게임과 접목하려는 의지 하나는 높이 살만 합니다. 게임메카 여치여우곰님은 “꼭 영어로 하란 법 있나? 몇 개는 좀 무리한 게 보이지만 그래도 느낌 있는 현지화를 위한 블자의 노력은 가상하다”라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아이템 명칭은 아직 확정된 바가 아니라 ‘할배검’의 향방은 아직 미궁 속에 있습니다. 과연 전작처럼 ‘할배검’을 들고 ‘휠윈드’를 돌 날이 과연 올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