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가 되살린 게임 ‘엑스틸’ 장용호 개발팀장, 원병우 사업팀장
2008.09.25 18:30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온라인 게임의 수명은 몇 년일까? 게임산업의 태동기에 시작했던 ‘바람의 나라’, ‘리니지’가 10년의 세월을 이기며 서비스하는 것을 보면 온라인 게임의 수명은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것이 맞다.
반대로, 유저들의 외면 속에서 채 일 년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는 것도 최근의 상황이다. 실제로, 새로운 게임을 내놓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한 번 유저들의 외면을 받은 게임을 새롭게 살리는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의 ‘엑스틸’이 ‘재런청’이라는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저 때문이라고 말한다. 2005년 서비스 이후, 오랫동안 콘텐츠 업데이트가 없었던 ‘엑스틸’은 9월 초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단순한 콘텐츠 추가 수준이 아니라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바꾸고 기체 및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제작했다. ‘런칭’보다 어렵다는 ‘재런칭’에 나선 ‘엑스틸’의 지난 2년 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들을 장용호 개발팀장과 원병우 사업팀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 엔씨소프트 `엑스틸` 원병우 사업팀장과 장용호 개발팀장 |
게임메카: 엑스틸 소식은 오랜만이다. 재런칭이라니.
원병우 사업팀장: 엑스틸의 재런칭 계획은 올해 초부터 고민해 온 문제였다. 두 번에 걸쳐 고객간담회를 실시하고, 새로운 나온 콘텐츠와 유저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보았다. 엔씨소프트 고객들 중에서도 처음으로 R&D센터를 소개했던 것도 엑스틸 유저들이다.
‘광클’ 유저의 열정이 엑스틸을 되살렸다
게임메카: 재런칭은 런칭보다 어렵다는데, 어떻게 계획하게 되었나.
원병우 사업팀장: 엑스틸 자체의 가입인원은 많다. 처음 플레이엔씨 오픈 당시에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가입한 유저 숫자가 70만 명 정도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매니악한 게임이라 호응이 적었다. 그런데 미국이나 대만에서는 본격 메카닉 게임이 온라인 캐주얼게임으로, 그것도 고퀄리티로 나왔다고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 동안 국내는 거의 제쳐두었던 것도 사실이다. 적자상황이었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느 날 대형포털 사이트에 엑스틸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보니 클랜원들이 ‘게임이 재미있으니까 유저를 좀 늘려보자’는 생각으로 조직적으로 검색을 했던 것이다. 동영상 사이트 같은 곳에도 유저들이 자체 제작한 동영상들이 많이 올라간 것을 보았다. 유저들의 그런 열정에 감동했다.
장용호 개발팀장: 엑스틸 개발 초기부터 몸 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메카닉 액션장르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엑스틸은 화려하고 빠른 메카닉 액션과 당시로서는 언리얼 2.5 엔진으로 개발되어 높은 그래픽이 장점인 보기 드문 게임이었다.
문제는 콘텐츠와 접근성이다. 엑스틸의 경우, 2006년 말에 국내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 해외 서비스에서 맞춰서 게임을 보완하면서 거의 원점부터 새롭게 게임을 개발했다.
당시 새로운 내용을 바로 국내에 적용해보는 문제도 고민했다. 그러나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에 손을 대야하고, 국내 게이머들이 반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 함부로 적용할 수가 없었다.
게임메카: 그렇다면, 해외 서비스 버전을 기반으로 국내에 재런칭하는 것인가?
장용호 개발팀장: 맞다. 역(易) 로컬라이징 버전이라고 봐야 한다.
새롭게 만든 게임이 먼저, 북미에서 서비스되고 유저들의 이용이 꾸준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의 경우 동시접속자 숫자가 5천 명 정도고, 북미서비스도 성공적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고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상황이라 국내 게이머들이 오히려 해외 서버로 가서 게임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결국 유저들이 보유한 파츠 같은 아이템은 게임머니로 보상하는 방식으로 초기화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만들었다.
▲ 게임 데이터 초기화까지 감행할 정도로 인터페이스부터 게임모드까지 대규모 업데이트였다. |
엑스틸 재런칭은 해외버전의 역로컬라이징
게임메카: 어떤 부분들이 바뀌고, 또 추가되었는가?
장용호 개발팀장: 기존의 4개의 게임모드에 깃발뺏기모드와 클랜전 모드가 추가되면서 모두 6개의 게임모드가 제공된다. 클랜 랭킹 시스템이 추가되고, 인터페이스가 전면 교체되었다. 사운드와 밸런스도 새롭게 제작되었고 파일럿 성장 시스템과 튜트리얼과 연습모드가 추가되었다.
엑스틸이 대전게임이기 때문에 레벨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나눴던 채널도 통합했다. 레벨 별로 유저들이 방을 만들 수 있는 것이 가능하며 아이템 구매 부분도 제한을 풀어서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단순히 기능성 아이템이 아니라 로보트 혹은 메카닉의 경우 커스트마이징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낫다고 판단했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파츠 같은 경우에, 되팔기도 가능해졌다. 영구 아이템이 사라졌고, 대신에 기간제에 내구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게임메카: 큰 변화가 있었는데, 기존 유저들의 반발은 없었나?
장용호 개발팀장: 워낙 대규모 업데이트라 서버를 3일 정도 내렸다.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운드 부분에서 가장 반발이 컸다.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적 캐주얼한 음악을 넣었는데, 기존의 둔탁하고 육중한 음악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유저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곧 새로운 음악을 제작할 예정이다.
원병우 사업팀장: 게임머니 문제도 있다. 게임머니가 대체로 상향 조정되었는데,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하여 이 간극을 줄인 것 때문에 반발하는 분들이 있다. 단순히 한 게임에서 얻은 결과만이 아니라 방어전 보상이라는 게 있어 일정 기간마다 점수 랭킹에 따른 추가적인 보상이 늘었다. 그런데 게임머니는 그대로인데, 내구도가 추가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보상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게임을 서비스한 지 3년이 된 게임이라 일주일 된 업데이트가 무조건 좋을 수가 없다.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활동 유저들의 숫자는 다섯 배 정도로 늘어난 것 같다.
접근성 높이고 진입장벽 낮추고, 두 번의 실수는 없다
게임메카: 아직, 따로 광고나 마케팅은 안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병우 사업팀장: 플레이엔씨 때 실수를 많이 한 것 같다. 서버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런칭보다는 게임의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20대에서 30대 남성 유저들, 로보트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이 찾아와준다면 좋겠다.
게임메카: 이번 재런칭이 끝은 아니지 않은가, 신규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 장용호 개발팀장: 올해 안에 신규 무기타입을 추가할 예정이다. 엑스틸은 기본적으로 3인칭 게임(TPS게임)이지만, FPS게임 느낌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현재 연막탄, 섬광탄, 수류탄 같은 부분도 고려 중인데 밸런스 붕괴 위험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또 지난 유저 간담회에서 여성형 메카닉 로보트에 대한 제안도 있었고, 추가할 예정이다. 되도록 아름답게 나오길 바라며 원화 작업 중이다. 이것도 유저간담회에서 받은 아이디어인데,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신규 메카닉 아이디어 공모전도 생각 중이다. 그 동안은 해외 서비스를 먼저 했지만, 이제부터는 국내 먼저 서비스할 방침이다. 이번에 ‘에어로볼트’, ‘비지란트’라는 새로운 기체가 나왔는데, 미국이나 대만에서는 아직 안 나왔는데 한국에 먼저 적용된 기체다 . |
게임메카: 새로 시작하는 어려운 시점이다.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용호 개발팀장: 2년 동안 기다려주신 유저들에게 감사한다. 예전에는 유저들 사이에서 엑스틸 개발자가 2명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현재 9명까지 늘어났으니 걱정하지 마시라(웃음). 그 동안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반응이 좋아도 실제로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은 즉각적으로 유저들이 반응하고, 또 그걸 직접 볼 수 있어서 개발자로서 보람이 느껴진다.
게임은 초보 유저들이 적응이 수월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빠른 게임 진행이 가능하도록 데미지도 커지고 게임을 캐주얼하게 접근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게임이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지금 요구하시는 부분도 빨리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이번에 이루어진 것처럼 천천히라도 꼭 이루어질 것이다. 기대해주시고 기다려주시길 부탁 드린다.
원병우 사업팀장: 엑스틸을 보면서 이렇게 유저들에게 사랑 받는 게임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대중적인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은 개발자와 유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항의가 많으면“개발팀 어렵고 사업팀 어려우니까 우리 좀 잘해보자.”라고 말해준다.
플레이엔씨 게임이라는 사실은 장점도 단점도 아니다. 유일한 메카닉 액션게임으로서 참 재미를 보여주겠다. 유저분들의 ‘광클’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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