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모델 된 왕비호 `독설과 단순 악플의 차이는 공감대`
2008.12.09 18:20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연예인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한 개그맨 왕비호가 12월 8일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은밀히(?) 게임광고를 촬영했다.
게임업계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을 준비 중인 왕비호를 만나기 위해 게임메카는 8일 저녁 스포츠 액션게임 ‘슬랩샷 언더그라운드(이하 `슬랩샷`)’의 광고영상을 촬영 중인 논현동을 찾았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것만큼 ‘비호감’ 이미지를 기대하며 개그맨 왕비호, 윤형빈(29)을 영상 촬영 직전에 만나보았다.
▲ 두꺼운 화장 아래의 감춰진 `왕비호` 윤형빈, 인터뷰 내내 그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
하키게임? 슬랩샷 언더그라운드? 누구~?
스스로 연예계 안티를 자처하고 악플러를 불러들이는 독한 컨셉과 달리 실제로 만난 왕비호의 이미지는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꺼운 분장이 진짜 얼굴을 가리기 전, 맨 얼굴의 그는 차라리 조용하고 예의 바른 보통의 젊은이에 가까웠다. 가수 임재범을 연상시키는 낮고 굵은 목소리에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공손한 태도, 어디에서도 독설의 기운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광고모델이 된 ‘슬랩샷’을 해보았냐는 질문에도,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직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기대했던 홍보문구와는 다르다. 이거야말로 ‘슬랩샷? 누구~?’인 상황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왕비호라는 자신의 독한 이미지와 강렬한 몸싸움이 특징인 하키게임 ‘슬랩샷’의 개성적인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오픈베타테스트를 실시한 `슬랩샷`은 비호감 캐릭터인 그를 이용한 공격적인 UCC 광고를 준비 중이다. 왕비호는 오래 즐겨야 하는 RPG보다 잠깐씩 즐기는 스포츠게임이나 FPS게임이 짧지만 강렬한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개그맨 동료들이나 밴드 친구들과 함께 FPS게임을 즐기는데, 게임에서 실제로 개그맨이라고 이야기하면 믿는 사람이 없어요. ‘에이, 그러면 난 연예인 누구다’라고 저 쪽에서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요. 거짓말로 받아들이고 어차피 안 믿으니까 저도 쉽게 이야기했다가, 안 믿으면 ‘사실은 아니다’라고 다시 말할 때도 있어요(웃음).”
밴드라니? 게임 이야기를 듣다가, 밴드라는 이야기에 갑자기 귀가 솔깃해졌다. 알고 보니 그는 실제로 홍대 등지에서 ‘오버액션’이라는 록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었고, 얼마 전에는 밴드의 오리지널 창작곡이 담긴 싱글 음반을 발표했다. “라이브가 아니면 공연 안 해요. 얼마 전에는 러브레터에도 출연했었죠.” 슬며시 웃으면서 자신의 이중생활(?)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여태껏 조용하게 이야기할 때는 이 친구의 어느 면에 왕비호의 인격이 숨어있나 싶었다. 그런데 밴드에 대한 칭찬을 했더니,“제가 잘났으니까요.”라는 비호감(!)적인 발언을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게 또 왕비호스럽다.
그에게 왕비호 캐릭터 탄생비화를 물었다. 왕비호의 탄생 ‘윤형빈은 죽었다’ “원래 독한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편안한 이미지로는 인기가 없더라고요. 팬이 안 생긴다면 안티팬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모 아니면 도’라고 마음먹고 변신했어요. 솔직히 처음부터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유행이 독설이나 직언 같은 게 통하는 분위기였거든요.” |
왕비호는 어느 날 ‘스타골든벨’에 나온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띨파니’로 놀림 받고, 그것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일반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쉬이 일어나는 연예인에 대한 농담 섞인 비난이 `개그콘서트` 같은 공개코미디에서도 가능할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공개코미디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윤형빈은 죽었다.”라고 말하며, ‘왕비호’라는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스스로 가장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스타일과 의상을 골랐다. 동대문 시장을 수십 번 들락거리며 의상을 찾았고, 그가 “국민요정 정경미”라고 부르는 여자친구의 조언에 따라 지금의 붉은색 하트무늬가 그려진 티셔츠를 골라냈다. “독설을 하는 캐릭터니까 티셔츠는 반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골라줬어요.”
왕비호 캐릭터 탄생비화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은근한 여자친구 자랑이다. 이것도 비호감 컨셉의 일부일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 진심으로 보인다. 왕비호는 자신의 독설개그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악플’의 차이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상처를 주는 악플과 제 독설의 가장 큰 차이는 공감대죠. 제 독설은 현장에서 사람들이 듣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에요. 정말 심한 말을 하면 사람들이 듣고도 웃지 않아요. 저 정도는 나도 생각하는 거라고 사람들이 공감하니까 웃을 수 있거든요. 누군가에 대한 독설을 할 때는 일주일씩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자료를 보면서 준비를 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 연예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알기 위해서요.”
독설과 단순 악플의 차이는 ‘공감대’
이번 슬랩샷 ‘독설영상’을 준비하면서 해당 시나리오와 현장에서의 진행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그는 내용을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에도 “아유, 이거 나가면 게임 쪽에서도 안티 많이 생길 것 같은데요.”라고 엄살을 부리며 입을 다물었다. 왕비호는 이번에도 팬이 아닌, 안티를 모으게 될까? 나중에 공개될 영상에서 다른 게임들을 향한 그의 독한 발언이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 지 궁금해졌다. 현재까지 얻은 정보로는 그는 `슬랩샷`의 경쟁상대로 지목된 다른 온라인 게임들을 향해 `독설`을 쏟아낼 분위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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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개 촬영이 이루어진 스튜디오 풍경 |
왕비호 캐릭터가 뜨면서, 요즈음 해당 연예인이 그의 독설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인기의 증명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실제로 그는 연예인을 만나면, “한번 오세요, 욕 먹으러.”라고 말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의 독설개그는 해당 연예인에 대한 비난과 홍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의 개그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의 적절하게 ‘치부’를 지적할 수 있을 때다.
왕비호는 자신이 홍보하는 ‘슬랩샷’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독설을 퍼 붇지는 않을까? “한 번 오세요, 욕 하러.” 물론, 당연히 게임을 직접 해보고, 냉정하게 평가해달라는 단서가 붙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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