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성인을 위한 퓨전 MMORPG 로우, 니트로젠 이장욱 대표
2009.03.27 09:16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블리자드 노스 출신의 게임 개발자 이장욱 대표가 새로운 신작 게임 ‘로우(L.A.W)’를 게임메카를 통해 최초 공개했다. 그의 게임업계 복귀는 유아이퍼시픽게임즈(이하 UIPG) 이후 사실상 2년 만이다.
이장욱 대표는 과거 블리자드 노스 시절, ‘디아블로’의 게임 그래픽을 맡았으며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개발이사, 한빛소프트의 개발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장욱 대표는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UIPG 이야기부터 꺼냈다. 당시 MO게임을 만들고 있었던 그는 UIPG 코리아를 끝으로 미국지사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5개월 정도 진행했다. 비즈니스 문제로 좌절된 프로젝트였지만, 그에게 쉴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게임업계에 획을 그을만한 일을 해보자”
이장욱 대표는 2007년 9월부터 “게임업계에 획을 그을만한 일을 해보자.”는 결의를 가지고 멤버들을 모았다. 새로운 게임개발사를 설립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것. ‘니트로젠’을 설립하고 약 1년 동안 신작 MMORPG ‘로우’의 개발에 집중했다.
핵 전쟁으로 파괴된 300년 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휴먼 종족과 돌연변이 종족의 처절한 전투를 그리고 있는 액션 MMORPG ‘로우’는 본격적인 성인 취향의 게임이다.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액션, 전투 중심의 게임 시스템. 북미에서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장욱 대표에게 ‘로우’의 개발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꿈과 같다. 이 대표로부터 MMORPG ‘로우’의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들어보았다. “몇 년 간 개발을 하면서 MMOPRG는 한국이 대중화를 시킨 종주국이나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블리자드 게임을 모방하는 수준에만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자로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나름대로 욕심이 생겼죠. 누군가는 만용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개발자가 그런 욕심이 없다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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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트로젠 이장욱 대표이사 |
그가 직접 게임 스토리와 핵심 시스템의 기획을 맡았고, 세부적인 디자인이나 시나리오 작업은 기획자에게 맡겼다. 그에게 ‘로우’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SF와 판타지가 만났다, 퓨전 MMORPG ‘로우’의 탄생
“로우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스타일리쉬 액션 MMORPG입니다. 배경에는 SF적인 요소와 판타지가 모두 섞여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이나 세계관이 디스토피아에 가깝기 때문에 SF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게임 내 캐릭터들의 능력은 판타지 적이죠. 기존의 무기들이 무색할 만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퓨전입니다. 게임 시스템은 전략적인 공성전과 함께, 레벨의 한계를 벗어나서 고레벨과 저레벨이 겨룰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대표는 ‘로우’에서 표현하는 SF란 공상과학 만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깔끔한 모습보다는 문명이 파괴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로우’의 분위기는 영화 ‘매드맥스’나 ‘터미네이터’ 등 에서 묘사하는 황량하고 어두운 세계의 이미지와 가깝다.
‘로우’의 경우 자체 개발엔진을 제작하는 데만 약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대신에 개발 툴을 완성했기 때문에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장욱 대표는 그래픽 전문가답게 게임의 보여지는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온’이나 ‘테라’같은 최신 게임에서 선보여지는 것처럼 말끔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로우’의 비주얼에 대해 한 마디로 ‘터프한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게임 그래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망가(일본만화)’ 스타일에 꽃미남, 꽃미녀 일색으로 나오는 게임이 대부분이죠. 따라서 그래픽 쪽에도 망가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북미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양키센스’라고 불리는 그림이 존재하죠. 대체로 외국에서는 실사풍 그림을 많이 그리죠. 현재 그래픽 외주 작업을 해주시는 분들이 해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주로 일하시는 분들이 그림 스타일이 좀 달라요. 하지만, 무조건 북미취향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워요. 결국엔 아시아인들이 리터칭을 했고, 글로벌 버전으로 제작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만 고려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장욱 패밀리가 떴다! 효율성을 선택한 개발 시스템
현재 ‘로우’의 제작에는 니트로젠에서 일하는 소수정예 10여명의 개발자 이외에도 이장욱 대표의 북미 네트워크가 대거 동원되었다. 대부분이 3D 그래픽 스튜디오나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자들인 외주 개발자들은 캐릭터 원화 및 모델링, 배경 원화 및 모델링 네 가지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스타워즈’ 등 최신 영화,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한 인력도 있다. ‘외주’라고 하더라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값싼 인력을 활용하여 그래픽 리소스를 채워 넣는 차원이 아니다. 최근 니트로젠처럼 개발 초기에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창업하여 자체 개발엔진을 제작하는 경우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판타그램, 웹젠출신으로 액션 RPG ‘모나크’를 개발하는 마이어스게임즈도 8명의 개발진이 참여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퀄리티를 끌어내고 있다. 핵심은 ‘효율성’에 있었다. “아무래도 최소한의 자금으로 개발을 진행하면, 퀄리티 위주로 디자이너를 뽑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력을 테스트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만약 작업물이 내부 기준에 못 미치거나 아예 생각과 다른 게 나왔다고 사람을 자를 수는 없으니까요. 여기에 내부 작업물을 외부에 작업을 주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양의 차이도 큽니다.” |
휴먼 종족과 돌연변이 종족이 게임내 주요 자원인 ‘파워스톤’을 다투고 벌이는 전쟁을 그린 ‘로우’의 개발은 현재 내부 알파 테스트 단계.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고 게임 엔진을 최적화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하여 게임 콘텐츠를 추가하기 직전이었다. 게임 시연이 이루어진 개발자의 노트북에서도 게임은 무리 없이 돌아갔다. 이장욱 대표는 ‘로우’에 대해 성인을 위한 강력한 MMORPG라는 정의를 내렸다.
MMORPG는 성인을 위한 장르, 표현의 자유 최대한으로
“저는 MMORPG는 성인들이 즐기고 누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게임이 선정적이거나 무조건 과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MMORPG 장르의 진짜 재미를 알려면, 성인이 되어야지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어서는 이장욱 대표의 성인 게임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없었다. MMORPG는 미성년자는 즐기면 안 된다는 이야기인가? 좀 더 들어보았다.
“로우는 MO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섬세한 액션 조작에서 오는 즐거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대신에 액션 연출에서 보다 많은 이펙트와 애니메이션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보다 역동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할 생각입니다. 상대를 공격하거나 상처를 입을 때도 피 같은 게 튀어도 좀 더 실감나야죠. 표현의 자유나 게임 시스템의 자유도가 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장욱 대표는 ‘로우’가 가진 장르적 한계를 성인이라면 가능한 표현의 자유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한 것. 하복엔진이 도입되었고, 다양한 지형 지물을 이용한 전략적 전투가 가능하다. 게임 내 주요 거점인 ‘파워스톤’ 채집지역을 두고 벌어지는 각개 전투 및 인스턴스 던전에서도 이 같은 묘미는 최대한 살릴 예정이다.
▲ `로우`의 배경세계관이 되는 스토리는 이미 한 권의 책 분량이상으로 완성된 상태. |
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소나 선물시장 같은 개념으로 유저들이 채집한 파워스톤을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투, 거래, 배틀시스템 등 성인들이 MMORPG에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준비하겠다는 것. 눈부신 그래픽을 포기하는 대신에, 기본 사양도 낮은 수준으로 맞추었다.
가내수공업형 장인개발자, 이장욱 대표의 MMORPG
이장욱 대표는 요즘 10년 전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로 돌아간 마음가짐이다. 그는 북미 SNK 스튜디오에서 ‘사무라이 쇼다운’의 컨버팅 작업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의 이력을 쌓았다. 블리자드 노스를 비롯하여 그가 몸 담았던 한국 개발사들은 경험뿐만 아니라 현재의 든든한 개발동지들을 만들어주었다. 비교적 개발을 늦게 시작한 덕분에 나이차는 10년 이상 나기도 하지만 생각이 통한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 이 대표는 수 백 명의 개발자들이 투입되어 하나의 MMORPG를 개발하는 요즈음에 와서는 오히려 낯선 인물일지 모른다.
“공장제 시스템에서 분업화도 성과가 있죠. 하지만 각자 책임을 갖고 가내수공업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창의적인 발상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즐거움, 아시나요? (웃음). 프로들이 모이다 보면 게임에 대한 생각이나 제안도 많지만, 시행착오는 오히려 적어지는 장점이 있죠. 이런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의견을 반영해주지 못하고, 조직의 일부로만 활용하면 의지를 잃게 됩니다.”
▲ `탄트라`를 개발한 니트로젠의 정의규 개발이사(CTO)가 노트북으로 직접 게임 시연을 선보였다. 캐릭터나 오브젝트의 그림자 효과 및 초목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우`의 게임스크린샷 및 플레이 동영상은 가까운 시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
이장욱 대표는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 없이 개발을 하면 안 된다는 고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로우’를 통해 이른바 ‘예술’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MMORPG의 30%에 해당하는 게임성은 창의적인 부분이 들어가야 하고, 나머지 70%는 게임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차라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MMORPG는 무엇보다 유저 간 상호작용을 최대한으로 만들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개발사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니트로젠이 개발하는 신작 MMORPG ‘로우’는 2009년 말, 첫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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