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세계관은 질보다 양의 문제` 블루홀 황지용 시나리오 파트장
2009.04.20 09:23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블루홀 스튜디오의 차세대 MMORPG ‘테라’는 2009년 게임 첫 공개부터 ‘논타겟팅’ 논쟁을 일으키며 화려한 데뷔를 했다. 이후 올 여름 테스트를 앞두고 새로운 종족과 직업, 몬스터 등 그들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매달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온라인 게임을 통틀어 가장 취약한 부분의 하나로 손 꼽히는 것이 바로 게임의 세계관, 스토리다. 우리는 게임 안에서 ‘노가다’를 하기 위하여 접속하지 않는다. 게임 안에 또 다른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 도대체 한국 MMORPG의 세계관은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블루홀 스튜디오의 게임 디자인팀에서 기획 시나리오를 맡고 있는 황지용 파트장을 만나보았다. 인터뷰에 앞서, 우리는 이것이 ‘테라’의 세밀한 스토리나 종족, 클래스를 듣기보다 MMORPG의 세계관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에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이 야심 찬 프로젝트 ‘테라’의 세계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MMRPG 세계관 만들기는 공동 작업, 중요한 것은 방향성
게임메카: 현재 ‘테라’의 세계관과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어느 한 개인의 작업인지 공동 작업인지 궁금합니다. 황지용 파트장: 당연히 공동 작업입니다. 저를 포함한 기획팀 멤버들과 아트팀 멤버들이 모여서 의논을 합니다. 물론, 그 전에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전체적인 방향성부터 구체적인 기획을 마쳤죠. 세계관이란 것은 결국 비주얼과 연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트팀에서도 어떤 비주얼을 추구할 것인가 의견을 내놓고, 세계관의 세부적인 부분은 저와 기획팀 멤버들이 채우게 되는 거죠. 기획팀에서 시나리오 파트에서 개별 퀘스트의 내용을 쓰게 되면, 제가 그 시나리오나 퀘스트 내용이 전체 방향성에서 어긋나지 않았는지 검토하게 되죠. 예를 들어, 이런 지역에 들어가는 이런 콘텐츠는 어떤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죠. |
|
▲ `테라` 게임 디자인팀 황지용 시나리오 파트장 |
게임메카: 그렇다면 ‘테라’의 세계관은 어떤 시공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습니까?
황지용 파트장: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판타지 세계이죠. 사실 세계관이란 게임 내 개별 콘텐츠를 소화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실제 게임 콘텐츠가 어떤 방향성이냐가 더 중요한 것이죠. 사실 스토리 차원의 세계관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테라’는 대략적으로 약 10~15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유럽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죠(웃음). 우리의 고민은 전통적인 판타지에서 어떤 차별점을 가져갈 것인지 중요했죠. 하지만 기반이 되는 판타지 세계는 훼손되지 않아야겠죠.
게임메카: MMORPG에서 퀘스트 내용이 되는 영감이 되는 텍스트나 소스가 있나요?
황지용 파트장: 아무래도 원천 소스가 되는 것은 다양한데 소설이나 영화, 게임 등 많은 것들이 바탕이 되죠. 구체적인 것을 가져오기 보다는 여러 가지 소스에서 분위기나 모티프를 차용해 오는 것이 맞습니다.
종족 같은 경우에는 방향성이 기존의 꽃미남, 꽃미녀 일색 보다는 다양하고 재미있게 변형이 올 거에요. 휴먼이나 다른 종족들의 비주얼도 글로벌 서비스를 생각하고 기존보다는 덩치도 더 크고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되었죠. 사실, MMORPG에서 스토리란 비주얼을 만들면서 있는 요소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쪽이 더 가깝습니다.
게임의 비주얼과 세계관은 한 몸과 같은 것, ‘유기성’ 강조
게임메카: 실제로 세계관을 만들 때부터 시장성 같은 것도 고려해서 만드나요?
황지용 파트장: 당연히 고려해서 만들죠. 아무래도 외형적인 부분이 우선되고, 스토리되는 부분은 그 다음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외형적인 부분이 좌지우지한다기 보다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게임의 방향성이 더 우선시됩니다. 방향성에 맞게 비주얼과 세계관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어야 하죠. 어느 한 쪽이 끌려가는 것은 아니죠.
또 스토리, 세계관, 방향성은 다 구별해서 말하고 이해해야 해요. 방향성은 게임의 콘텐츠 성격을 말하는 거에요. 우리 게임이 PvP게임인 것인지, 종족전 위주의 게임인지, 혹은 드래곤은 등장하지 말자는 것인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전체 게임의 컨셉, 콘텐츠가 방향성이에요. 매우 세세하게 만들어진 것이라서 하나로 정의할 수는 없어요.
게임메카: 플레이어 연합에 속하는 ‘케스타닉’ 종족과 몬스터 종족인 ‘데바’는 애초에 같은 혈통을 지닌 하나의 종족이었다는 설정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아이온’의 아바타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데바’와 ‘케스타닉’ 종족의 탄생배경이 마치 엔씨소프트와 블루홀 스튜디오(前 리니지3 개발팀)의 관계를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이것은 일종의 기획상의 ‘이스터에그(Easter egg)’인가요?
황지용 파트장: 사실, 전혀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에요(웃음). 앞서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개발 프로세서를 살펴보면, 말씀하신 아이디어는 공동 작업 과정에서 나오기가 어려운 부분이에요.
‘데바’라는 단어는 상당히 많이 쓰이는 단어에요. 판타지에서는 보기 드문 단어가 아니죠. ‘데바’의 컨셉은 타락한 천사인데, 악마 자체가 ‘데빌’이라는 단어도 있기 때문에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는 거죠. 사실 저는 ‘아이온’의 테스트를 하기 전 까지는 ‘데바’라는 단어가 쓰이는 지도 몰랐어요. 그다지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아서요.
게임메카: 나중에 알고 나서, 오해를 살만하니 내부에서 바꾸자는 이야기는 없었나요?
황지용 파트장: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데바’는 게임 내 비중도 크지 않고 몬스터 종족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 플레이어 연합인 케스타닉 종족(위)과 몬스터의 하나인 데바 종족(아래)은 애초에 하나의 혈통이었다. 악신을 숭배하며 대륙의 지배자를 자처하던 데바 종족은 끝내 타락하여 변방으로 쫓겨난다는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
테라의 몬스터 데바, 아이온 의식해서 만든 거 아니야
게임메카: ‘테라’의 세계관이나 배경 스토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키워드 같은 것이 있나요?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고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황지용 파트장: 시나리오에서는 ‘고난’을 강조했어요.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고난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공감할만한 내용을 쓰자고 생각했죠. ‘테라’에는 신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등장하죠. ‘테라’의 신들은 연애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죠.
게임메카: MMORPG에서 세계관은 캐릭터 배경, 시나리오 퀘스트 등 유저들의 게임 몰입을 돕고 향후 업데이트되는 콘텐츠를 예상하는 것 이상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황지용 파트장: 아무래도 세계관이 게임 내 요소들과 유저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지 조종하는 역할을 하죠. 무엇보다 동기유발이 되죠. 게임 내 배경이나 몬스터 같은 것에도 왜 무엇을 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부여해주고요.
그래픽 향상, 고비용 개발구조로 전환되면서 세계관 놓쳤다
게임메카: 그 동안 한국에서 제작되는 MMORPG의 세계관이 무엇이 문제였다고 생각하시나요?
황지용 파트장: 사실 저도 몇 가지 게임 같은 경우는 게임 내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게임 내 구현되는 요소로는 약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부분은 노력이 대단히 많이 들어가죠. 차라리 옛날 텍스트 게임 시절에는 더 많이 신경 쓴 면이 있는데 게임 자체가 그래픽 수준이 월등히 높아지고 고비용 구조로 바뀌면서 오히려 신경을 더 못 쓰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 MMORPG의 세계관은 질보다는 양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게임은 기본적으로 공동작업이며 양적인 작업이에요. 패키지에 비교해도 그 내용이 굉장히 방대하고 게임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협업이 되지 않으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요.
MMORPG 중에서 비교적 세계관이 잘된 게임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에버퀘스트’ 정도가 되는데, 우리나라 게임이 절대적으로 내용적인 부분에서 양이 적어요. 단순히 퀘스트 뿐만 아니라 게임 내 장치나 배경, 행동에 대한 더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테라’도 그런 면에서 양적인 면에서 신경 써서 채우려고 하는 거죠.
▲ 황지용 파트장은 "플레이어 혼자 멋있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 속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겠다."고 말했다. |
마찬가지로 그 동안 국내 MMORPG의 내용이 서양 판타지 일색인 것은 상대적으로 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적인 내용을 다룰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자라면서 우리가 접해왔던 소스가 모두 서양 판타지였어요. 지금도 게임의 재료가 되는 많은 것들이 서양 판타지죠.
최근에 무협 게임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소스 자체가 많아졌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힘든 길을 걷겠다는 것으로 보아야 해요. 절대적인 소스가 부족하고 동양 판타지 혹은 무협의 모양을 하고 있어 온전히 한국적인 내용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보고 있어요.
많이 본 뉴스
- 1 “노안 때문에…” 드퀘 3 리메이크 플레이 포기 속출
- 2 PS 스토어 ‘몬헌 와일즈 유사게임‘ 주의보
- 3 창세기전3 리버스, 유니콘 오버로드와 유사성 논란
- 4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5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6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
- 7 ‘미드 안 주면 던짐’ 롤 챔피언 선택 방해 대응책 낸다
- 8 전염병 주식회사 이후를 다룬 ‘애프터 주식회사’ 공개
- 9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10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