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장르혁명! `정통` 향한 `퓨전`의 도전, 성공할까?
2009.06.23 12:32게임메카 이덕규 기자
`정통이냐, 혁신이냐`, `익숙함이냐, 새로움이냐`, `안정이냐, 변화냐`
게임 개발자들이 온라인게임을 만들면서 늘 고민하는 문제다. 한국게임은 장르의 정통성을 지키려는 게임들과 룰을 깨고 재구성하려는 게임들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이른바 ‘정통’과 ‘퓨전’의 대립이다.
한국형 온라인게임의 정통은 ‘바람의 나라’와 같은 초창기 게임에서 시작됐다. 이후 ‘리니지’로 이어지면서 장르의 정통성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두 게임이 규정한 한국형 MMORPG의 공식은 지금까지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 당시 게임은 대중적인 놀이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수적인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려면 기존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야 했다.
▲ 카트라이더, 퓨전 · 캐주얼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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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퓨전게임’의 도전은 레이싱게임에서 시작됐다. ‘와일드 랠리’, ‘시티레이서’ 등 1세대 레이싱 게임은 대부분 사실성에 집착했다. ‘시티레이서’는 서울의 지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고, ‘익스트림 랠리’는 현실과 가까운 물리엔진을 고집했다. 때문에 초창기 레이싱게임은 라이트유저의 접근이 어려운 비주류 장르에 속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카트라이더’는 게임의 사실성보다 가벼운 캐주얼성에 승부를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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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되어 `리니지`에서 확립된 한국형 MMORPG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어려운 조작을 배제하고 누구나 쉽게 화려한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투개념을 도입해 레이싱이면서도 액션게임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사실성을 강조한 기존 레이싱게임의 공식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카트라이더’가 인기를 끌면서 두 가지 이상의 소재나 장르가 혼합된, 이른바 `퓨전게임`의 시대가 도래했다. 장르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캐주얼게임은 독특한 개성과 쉬운 접근성을 내세워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다.
레이싱과 MMORPG를 접목한 ‘레이시티’, 레이싱에 FPS를 도입한 ‘아크로익스트림’ 등 실험적인 작품들도 나왔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단순한 아바타게임에 RPG를 접목시킨 캐주얼 MMORPG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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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레이싱게임 시티레이서(좌)가 사실성을 강조한 반면 `카트라이더`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때부터 퓨전장르를 내세운 캐주얼게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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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농구를 접목시킨 ‘프리스타일’은 ‘스포츠게임은 리얼해야 한다’는 공식을 깼다. 이때부터 장르나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 소위 캐주얼 게임의 ‘장르실험’이 활발해졌다.
패러디게임 ‘큐링’, 큐브라는 독특한 공간을 활용한 ‘어니스와 프리키’ 등 새로운 장르의 개척도 돋보였다. ‘어니스와 프리키’ 개발자 이세민 실장은 인터뷰에서 기존장르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지적했다.
“PC방에서 담배 하나 물고 한 손으로 마우스 클릭 하는 게임들이 있어요. 심지어 졸면서도 하는데, 이런 건 누가 봐도 게임이 아니죠. 새로운 재미를 만들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게임이 많을수록 게임산업은 발전할 겁니다.”
▲ 피파온라인, 정통의 반격과 퓨전의 좌절
정통게임의 반격은 2006년 월드컵 붐을 타고 시작됐다. ‘퓨전’과 ‘대중성’을 강조한 캐주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수준이하의 게임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6년 축구게임 열풍이다. 당시 독일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국내시장에 축구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때 출시된 축구게임만 해도 족히 30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대부분 게임들이 월드컵에 맞춰 급조된 졸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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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비현실적인 연출과 조악한 게임성로 축구라기 보다는 B급 슈팅에 가까웠다. 유저들도 국적불명 축구게임에 싫증 내기 시작했다. 축구게임 중 유일하게 성공한 게임이 ‘피파 온라인’이다. ‘피파 온라인’은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사실성을 강조한 정통축구게임이다. ‘피파 온라인’은 동시접속자 1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한편 대작 MMORPG ‘헬게이트’의 실패도 퓨전게임의 후퇴를 재촉했다. 작년 초 서비스된 ‘헬게이트’는 액션, FPS, MMORPG 등 다양한 장르를 조합한 퓨전게임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독특한 게임성으로 발매전만 해도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당시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아이온`의 인기를 가볍게 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유저들은 퓨전RPG ‘헬게이트’보다 정통MMORPG ‘아이온’에 손을 들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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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특수를 타고 수준이하의 축구 게임들이 쏟아져 나올때 `피파온라인`은 정통성을 내세워 성공했다 |
설상가상, FPS와 MMORPG를 합친 ‘헉슬리’마져 실패하면서 퓨전게임은 또 한번 좌절한다. 이때부터 정통장르는 퓨전을 밀어내고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FPS 붐을 일으킨 ‘서든어택’도 과거 ‘카스’에서 시작된 밀리터리FPS 공식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게임들이다. ‘던전앤파이터’는 20년 전 오락실에서 유행한 횡스크롤 방식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잘나가는 게임만 인기를 끌고 그렇지 못한 게임은 관심 조차 못받는 온라인게임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가 서비스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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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온과 헬게이트는 `전통`와 `퓨전`의 극단을 보여준 대작들이다. 결국 유저들은 퓨전MMORPG 헬게이트 보다 정통MMORPG 아이온을 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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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로 부활한 퓨전의 재도전
그러나 올 여름부터 ‘하이브리드’이라는 이름으로 퓨전게임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하이브리드 게임은 두 종류 이상의 장르가 혼합된 온라인게임으로 ‘퓨전’과 같은 개념이다.
위메이드는 MMORPG와 RTS를 혼합한 ‘아발론 온라인’으로 하이브리드 게임의 포문을 열었다. 엠게임의 신작 ‘아르고’는 판타지배경에 SF요소를 가미한 하이브리드 게임이다. 기존 RPG와 RTS, 여기에 퍼즐을 접목시킨 점이 특징이다. 그래픽 또한 실사와 카툰랜더링의 복합적인 느낌을 보여준다. `아르고`는 올여름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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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리드’이라는 이름으로 퓨전게임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RPG + RTS + 퍼즐의 `아르고`(좌). RTS + RPG + FPS의 로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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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올스타도 하이브리드 게임 ‘로코’를 내놓는다. ‘로코’는 RTS, FPS, RPG의 무려 3가지 장르를 혼합한 전략액션게임이다. 여기에 퓨전 캐주얼게임의 붐을 일으켰던 ‘카트라이더’의 후속작 ‘에어라이더’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에어라이더’는 기존 레이싱 게임에 비행장르를 가미해 전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넥슨의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개썰매 경주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교역, 육성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요소를 첨가했다. 조작법의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탁구게임 ‘엑스업’은 마우스를 라켓처럼 휘두르는 ‘마우스 스윙 타법’을 통해 온라인게임 최초로 체감형 게임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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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는 액션성과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정통 MMORPG의 필수조건인 `타게팅 방식`을 과감히 배제했다 |
특정 장르의 공식을 거부한 자유로운 형식의 게임들이 늘고 있다. 하반기 기대작 ‘C9`와 ‘마비노기 영웅전’은 외형은 MMORPG이지만 조작은 액션게임에 가깝다.
MMORPG ‘테라’는 액션성과 파티플레이를 살리기 위해 MMORPG의 필수조건인 ‘타게팅 방식’을 배제했다. 블루홀스튜디오 박현규 기획팀장은 “기존 MMORPG는 대상을 먼저 정하고 공격하는 방식을 쓰다 보니 리얼리티가 다소 떨어졌다”며 “논타깃팅 방식으로 전투의 현실감과 재미를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통에 대한 퓨전의 도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게임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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