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공백 뚫고 부활한 '마스터오브오리온' 첫 체험기
2015.08.18 09:41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몇 년 전 게임업계를 강타한 ‘복고 바람’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쉔무 3’ 킥스타터와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소식이 큰 호응을 이끌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명맥이 끊긴 고전 IP를 다시 부활시키거나,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명작으로 남았던 타이틀을 리메이크한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개발되는 중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고전 IP 유전자를 물려받은 작품 중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을 뿐 아니라,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리메이크의 좋은 예’로 거론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2K게임즈에서 출시한 ‘엑스컴’ 리부트작이 좋은 예다. 원작의 재미를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으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으니까.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명작인 ‘마스터 오브 오리온’을 워게이밍이 리부트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이 게임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확립한 아버지이기도 하면서, 첫 작품으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는 타이틀이다. 그야말로 원조격인 프랜차이즈가 돌아오는 셈이다.
▲ '마스터 오브 오리온' 트레일러 (영상제공: 워게이밍)
리부트된 ‘마스터 오브 오리온’을 게임스컴 2015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게임스컴 시연 데모는 4개 종족과 식민지 구축, 은하 탐험 등의 큰 시스템을 경험해볼 수 있는 버전으로, 약 30분 가량 시연이 진행됐다. 유닛 조립이나 전투와 같은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기본적인 UI와 워게이밍에서 추구하는 개발 방향 파악이 가능했다.
원작 시스템은 고스란히, 그러나 세련되게
우선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전반적으로 원작의 시스템을 많이 따라간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의 방식을 고스란히 계승한 작품이다. 원작 역시 특정 종족을 선택해 게임을 시작, 주변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고, 그 자원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최종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원작은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가 우주에 존재하는 종족의 수와 맵 크기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매번 다른 양상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고, 맵 크기에 따라 식민화 가능한 행성의 개수도 바뀌는 등 난이도 조절도 가능했다.
그리고 기술 개발에 따라 정찰함이나 우주 정거장, 함선 등 실제 게임 진행에 사용되는 유닛의 성능이 바뀌는 모습도 쏠쏠한 재미를 줬다. 한 예로 원작에 등장하는 정찰함 유닛은 최대 3턴까지만 주변 탐색이 가능한데, 연료 효율 증대 기술을 개발하면 4턴 이상 정찰할 수 있었다.
▲ 종족 선택 화면, 메인에 잡힌 종족은 '사일론'
▲ 손 넷 달린 외계인인데.. 애니메이션이 깜찍하다
마스터 오브 오리온’ 리부트 버전에도 이런 매력이 그대로 담겼다. 오히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해 리부트보다는 ‘HD 리마스터링’에 가깝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현대 기술을 접목해 시각적인 부분과 영상 연출을 좀 더 강화했다. 원작 팬들이라면 다 아는 ‘은하뉴스 GNN’도 한층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으로 감상할 수 있다. 행성을 식민화시킬 때마다 매번 다른 영상이 나오고, 게임 진행 중에는 몰입할 수 있게끔 필요한 버튼 외에 다 숨긴 UI도 적절했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 크게 새롭진 않으나, ‘마스터 오브 오리온’ 세계에 맞게 잘 녹여냈다.
▲ 예전엔 이랬던 GNN이 풀 3D로 다시 태어난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종족들은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랐고, 외형도 과거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경 쓴 티가 났다. 시연 버전에서 만난 사일론과 므샨, 알카리, 달락은 현대 기술로 새로 태어났지만 고유의 매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오히려 발전된 그래픽 기술을 접목해 더 생동감이 넘치는 편이었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설정을 맞출 때도, 플레이어게 한 마디씩 건네며 귀엽게 움직인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헤맬 때 조언을 주는 팝업창이며, 지금까지 배운 기술 확인이 가능한 ‘테크트리’ 시스템까지 삽입되어 한결 수월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발전 테마에 따라 자동으로 식민지에 인구를 배치한다든지 연구 방향을 바꿔주는 기능도 존재한다. 요즘 게임들 사이에 가져다 놔도 절대 꿀리지 않겠다는 확신마저 들 정도였다.
▲ 테크트리에서 특정 단계를 찾고 싶으면 위쪽 검색란에 치고 누르면 된다
▲ 식민지 행성 관리 메뉴 모습
그러나 깊이는 그대로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은 본래 꽤 하드코어한 장르다. 전투에만 핵심을 맞춘 RTS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만, 보통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게임들은 전투 외에도 거점 관리와 기술 개발, 외교 등 세세한 부분까지 유저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선택이 미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탓에 더더욱. ‘마스터 오브 오리온’ 원작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깊이가 있었는데, 리부트 작품에도 그런 부분들이 강조됐다. 식민지와 주요 거점 세율 조정 시스템이나 우주 괴물 등 상당한 수의 변수가 존재해 생각 없이 플레이했다가는 웬만해선 의도된 결과를 끌어내기 힘들었다.
▲ 외교 화면
달락과 뭔가 교섭이 잘 될거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리고 다음 턴 버튼을 누를 때마다 1년이 소요되는데, 유닛들이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라서 동선을 계획적으로 잡고 움직여야 한다. 가령 정찰함으로 새로운 은하계를 발견했을 때 가끔 우주 괴물을 마주치게 되는데, 정찰함에는 포격 기능이 없어 싸울 수 없다. 이럴 때는 발견한 지역의 중요도에 따라 전함을 보내거나, 그냥 복귀하는 방법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나 우주 공항 통제, 그리고 여타 종족과의 교섭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완벽한 승리를 원한다면 더더욱. 완벽한 승리는 ‘마스터 오브 오리온’만의 독특한 승리 조건인데, 은하 의회에서 대표로 플레이어를 뽑으면 되는 방식이다. 말은 쉬워 보여도 병력과 식량, 기술도 수준급으로 갖춰야 하며, 주변 종족과 다 사이가 좋아야 해서 멋대로 행동하기도 힘들다.
▲ 정찰하다 해적 행성이라도 나오면 난감
사실 고려할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 녹록한 게임은 아니었다. 원작의 핵심인 전투와 기술 개발, 그리고 유닛 조합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극히 큰 틀만 맛본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워게이밍의 목표가 원작을 100% 재현하는 것이고, 주요 콘텐츠를 담을 틀을 튼튼하게 만들었으니 결과물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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