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갈 때까지 간 게임업계 `마케팅` 경쟁
2010.07.30 21:47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메카만평
돈독이 오른 건가요? 아니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가요?
최근 게임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조금이라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게임업계가 돈만 밝히는 산업이 아닌 영화나 음반 시장과 더불어 엄연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한 이때, 찬물 뿌리는 기업이 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분명 손해를 무릎 쓰고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온 개발사도 있는데 말이죠.
라이브플렉스는 30일 자사의 MMORPG ‘드라고나 온라인’ 홍보모델로 일본 유명 AV모델인 ‘아오이소라’를 발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오이소라에 대한 감정은 없습니다. 그녀 역시 포르노 배우라는 이미지를 벗고 연기자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AV 모델을 홍보 모델로 선정한 ‘저의’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슈업을 위한 것이겠죠. 게임이 이슈를 받기 위해 게임성이나 콘텐츠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슈를 끌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형국입니다.
돈 없는 중소기업이라 어쩔 수 없다고요?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최근 ‘스타크래프트2’ 마케팅과 함께 광고를 진행하면서 불법 옥외광고로 구설수에 휘말렸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옥외광고는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진행된 홍보 방법으로 이를 아는 회사들은 마케팅 비용 자체에 벌금이 포함시킨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알면서 저지르는 불법’이다 이거죠. 지난달 24일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국내법을 준수하겠다.”고 밝힌 한정원 대표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국내 아이템 중계 사이트 양대 산맥 중 하나인 IMI(아이템 매니아)는 ‘100% 현금거래 인정’, ‘생계형 온라인게임’이라는 강력한 타이틀로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상 초유 ‘아파트’ 경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써니파크의 ‘룬즈오브매직’도 1억 연봉을 준다는 마케팅으로 유저를 현혹했던 이야소프트의 ‘아이리스 온라인’도 같은 부류입니다. 모두 이슈를 끌어 모으기 위한 마케팅이죠. 그래도 예전에는 부끄러운 줄은 알고 쉬쉬하며 했는데 대놓고 하는걸 보니 이제 이 바닥도 갈 때까지 간 모양입니다. ‘남자들이 많이 만져 준 몸, 색녀같다’ 등 막말 발언으로 계산된 논란을 일으킨 한 케이블 방송 VJ를 욕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죄송해요. VJ님 여기도 이 모양이네요."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일수록 ‘마케팅’ 경쟁은 가열되는 법입니다. 막장으로 치 닿느냐 선의의 경쟁을 하느냐는 모두 업계의 자정 노력에 달린 것이죠. 이렇게 윗물 아랫물 안 가리고 흐려지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졌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벌써 영화나 음반시장보다 몇 배나 커져버린 게임 시장은 투자자가 몰려 자금의 흐름이 빠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어보자’라고 성장한 개발사는 생존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선 언제나 돈의 논리가 앞서는 법이고 게임성을 떠나 누가 이슈를 더 끌어 모으느냐 또, 회원 유치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결판나기도 하니까요. 이 때문에 개발자는 창작자에서 월급쟁이로 전락하고 게임은 재미를 주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로 추락했지만 뭐 어떻습니까. 여전히 돈이 되는 사업인걸요. 저 역시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슈가 터지면 더 좋은 각도의 모델 사진을 얻기 위해 연신 카메라 렌즈를 갈아 끼울지도 모를 일이죠.
돈을 좇아 진행되는 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글 역시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에 속해 있을 수 있습니다. 묻힐 바에야 기사 한 줄 더 나가서 논란이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게이머들의 눈입니다. 마케팅 비용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빠져 나갈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눈 앞에 보이는 현란한 문구에 속을게 아니라 게임을 보는 눈을 키울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