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꽉 찼다’ 공개 서비스 하루 앞둔 ‘테라’
2011.01.10 18:16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속이 꽉 찬 ‘테라’ 이제 하루 남았다.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NHN 한게임이 서비스하는 ‘테라’가 공개서비스를 불과 하루 앞두고 있다. 개발인원 200명, 개발비 400억원, 개발기간 4년이라는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수치를 뒤로 한 채, 마침내 완성된 결과물을 시장에 선보이는 셈이다. ‘테라’는 최초 공개당시부터 지금까지 ‘대작’이라는 꼬리표를 늘 뒤에 달고 다녔다. 때문에 창조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기본 이상의 성과를 내줘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지난 3차 비공개 테스트 이후 여론의 부정적 반응에 한방 얻어맞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가장 힘들다는 그 순간을 딛고 일어섰으니 오히려 디데이가 홀가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현재 시장에서 ‘테라’가 내뿜는 바람은 가히 태풍과 견줄만하다. 특히 흥행 예고를 증명할 수 있는 사전선택 서비스에서 27대의 서버가 조기에 꽉 차버린 기이한 현상은 ‘테라’의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시장이 국내산 웰메이드 MMORPG에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블루홀 스튜디오 김강석 대표의 “대한민국 업계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발언이 새삼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현재 ‘테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꽉 차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게임 자체의 모습에서도, 서비스에서도, 제작자와 유통업자의 의지에서도 말이다.
블루홀 스튜디오의 박현규 게임디자인 팀장은 “개발기간이 길어진 만큼 게임 콘텐츠는 준비가 모두 끝난 상황”이라며 “게임 내부 상황에 맞춰 업데이트 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대비해 그때그때 ‘맞춰서’ 업데이트하겠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발언인가. 하긴 유저들의 의견을 토대로 ‘엘린’이라는 동물 종족을 단 몇 개월 만에 인간형으로 둔갑시켜버린 능력을 보건대, 단순 ‘립서비스’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만큼 추가 콘텐츠를 위한 업무 프로세서가 치밀하게 설계돼 있다는 의미이며, 그간 시장조사와 유저 행동 패턴 분석에 심사숙고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에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공개 서비스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에 솔직하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이거면 충분하다.
▲ 테라 사전 서비스 현황, 서버도 꽉 찼다
블루홀의 거시적인 준비태세 만큼 서비스사인 NHN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NHN 입장에서는 ‘테라’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게임
서비스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 회복이다. 그간 NHN은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서비스의 미숙함과 게임 본태의 근본적인 문제로 좋은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것. 때문에 이번 ‘테라’는 대작이라는 명분 아래 NHN의 불명예와 불신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NHN은 이에 맞춰 만반의 준비를 해 놨다. 서비스의 질적 성장과 양적 팽창을 동시에 이뤄내 그간 노하우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 이례 없이 유저들과 소통하는 전문 집단을 구성하고, 서비스 도우미인 ‘테라피디아’를 오픈했으며, 네이버의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인맥 찾기’ 등의 부가 서비스까지 준비한 걸 보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지 바로 알 수 있다. 공개 서비스 초기에 가장 문제될 수 있는 서버에 대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해 해결 한다”는 각오로 대비한다고. 의미를 그대로 옮겨 쓰면 할 수 있는 건 꽉 채워 서비스 해보겠다는 거다. 그 어느 때보다 의지를 활활 불태우고 있으니 굳이 소화기 들고 꺼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요컨대, 블루홀과 NHN은 ‘테라’의 성공을 위한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니까. 다만 앞으로 블루홀은 자신들이 직접 빚은 게임의 본태를 믿고 발전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NHN 역시 서비스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결과에 관계없이 ‘테라’는 ‘테러’가 될 일이 없을 것이다. 양 측은 오늘 밤새 서비스를 준비하며 “진심이 아니라면 사양 하겠다”는 유저들의 심리를 곰곰이 되새겨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