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계약 갈등, 돈 보다 유저를 먼저 생각하라
2011.04.08 11:15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2007년 4월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스페셜포스’ 재계약 이었다. 당시 서든어택과 함께 FPS 시장의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스페셜포스’는 대한민국 대표 FPS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입지가 굳건했다.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은 재계약이 가까워지면서 부터다.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와 서비스사인 네오위즈와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재계약이 불투명하게 됐다.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있겠지만 ‘쩐의 전쟁’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결국 1차 재계약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드래곤플라이 박철우 대표는 ‘스페셜포스’ 독자서비스를 천명하며 네오위즈와 결별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문제는 회원 DB였다. 계약서상 회원DB 이양에 대한 내용이 없어 드래곤플라이가 네오위즈부터 회원DB를 받아낼 권리가 없었던 것이다. 회원 DB없이 독자서비스를 진행하기엔 걸림돌이 너무나 많다. 당장 1,000만 명이 넘는 누적회원의 재가입 문제가 그렇다. 액티브 유저의 계급이나 캐시아이템 보상 문제는 두말 할 것도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런 혼란의 최대 수혜자로 경쟁작인 ‘서든어택’이 부각되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팥 빠진 빵을 들고 있는 드래곤플라이 입장도 안쓰럽지만 팥만 쥐고 있는 네오위즈 입장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결국 2007년 5월 17일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고 스페셜포스 단독 서비스 계획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지난 5일 CJ E&M에서 주관한 ‘2011 신작 및 전략 발표회’ 현장에서 다시 재연되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CJ E&M 게임부문 남궁훈 대표 서든어택 재계약 관련된 질문에 “아직 본 계약 방향에 대해서는 밀고 당기기 하는 입장이다.”라며 (재계약이) 쉽게 결론이 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든어택’ 재계약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서든어택 개발사인 ‘게임하이’가 넥슨에 피인수되면서 현재 ‘서든어택’에 대한 판권은 넥슨이 쥐고 있다. 독자적인 게임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넥슨이 ‘자체 서비스’을 하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은 굳이 관심법으로 꿰뚫어보지 않아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역시나 논란의 핵심은 회원DB와 관련된 내용이다. 계약서에 어떻게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회원 DB에 관한 주도권은 CJ E&M이 쥐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치 2007년 드래곤플라이와 네오위즈간의 갈등이 2011년에 CJ E&M과 넥슨으로 그대로 옮겨 붙은 형국이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좋은 선례가 있다. 과거 ‘와우’ 중국서비스를 둘러싼 더나인과 넷이즈의 갈등이 이와 유사하다.
지난 09년 4월 블리자드는 ‘와우’ 중국 서비스 파트너사인 ‘더나인’과 계약을 중료하고 ‘넷이즈’와 손은 잡는다고 밝혔다. 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결단이지만 블리자드의 이 결정은 얼마 후 400만 중국 와우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재계약 실패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더나인은 회원DB를 넷이즈에 넘겨주지 않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설상가상 여기에 ‘판호’ 문제까지 겹치며 중국 와우 서비스는 무려 8개월 동안 중지되었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와 더나인, 넷이즈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이런 `머니게임`의 가장 큰 희생량은 와우를 즐겼던 게이머였다. 고래 3마리의 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꼴이다.
재계약을 두고 힘겹게 줄다리를 하고 있는 넥슨과 CJ E&M은 블리자드의 이런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곰곰히 고민해보자. 대한민국 대표 FPS로 성장하기 까지 누구 도움이 가장 컸는지 그리고 앞으로 미래 역시 누구와 함께 가야하는지를. 서든어택의 주인은 언제나 `게이머`였다. CJ E&M과 넥슨은 주인을 보필하는 성실한 일꾼의 자세를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