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유저를 좌절시킨 게임 운영 잔혹사 TOP5
2015.11.26 19:56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뭇 게이머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음게임에서 서비스하는 ‘검은사막’ 속 버그 하나가 조용히 수정되었다가, 하루 만에 다시 종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죠. 문제의 버그는 말과 같은 탑승물에 본래 무게 제한을 초과하여 짐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본래라면 분명 고쳐져야 할 오류입니다. 그러나 ‘검은사막’ 유저들은 이러한 버그 패치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검은사막’은 작은 물약 하나에도 저마다 무게가 있어서, 너무 많은 물건을 챙길 경우 캐릭터가 느려져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제아무리 탑승물에 짐을 나눠 싣는다 해도 사냥을 시작한지 1시간이 채 못 되어 가방을 비우러 귀환해야 하죠. 지역간 빠른 이동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주기적으로 먼 길을 오가며 사냥에 임해야 했습니다.
얼마 전 뭇 게이머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음게임에서 서비스하는 ‘검은사막’ 속 버그 하나가 조용히 수정되었다가, 하루 만에 다시 종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죠. 문제의 버그는 말과 같은 탑승물에 본래 무게 제한을 초과하여 짐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본래라면 분명 고쳐져야 할 오류입니다. 그러나 ‘검은사막’ 유저들은 이러한 버그 패치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검은사막’은 작은 물약 하나에도 저마다 무게가 있어서, 너무 많은 물건을 챙길 경우 캐릭터가 느려져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제아무리 탑승물에 짐을 나눠 싣는다 해도 사냥을 시작한지 1시간이 채 못 되어 가방을 비우러 귀환해야 하죠. 지역간 빠른 이동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주기적으로 먼 길을 오가며 사냥에 임해야 했습니다.
▲ 탑승물의 무게 제한이 사라지는 버그를 되돌린 '검은사막'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문제는 무게 제한이 상당히 빠듯한데다, 용량을 늘리려면 과금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버그는 일종의 가뭄 속 단비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운영측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문제라며 버그를 고쳐버렸다가, 반발이 심하자 이번에는 도로 망가트렸습니다. ‘탑승물의 무게 제한 방식이 이전 방식으로 다시 변경되었습니다’라는 애매한 문장과 함께 말이죠.
‘검은사막’ 버그 롤백 사태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운영측이 직접 수정했던 버그를 부활시킨다는 독특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예전부터 국내 게임계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운영 ‘잔혹사’가 왕왕 있었죠. 필자도 한 명의 게이머로서 실망을 금치 못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과거의 안 좋은 사건사고들을 모아봤습니다.
5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3’ 에러 37, 지금은 서버가 혼잡한 상태입니다
▲ 헬십리를 뚫고 사왔는데 왜 게임을 못하니... 왜 게임을 못해 (사진출처: 위키)
5위는 액션RPG의 대부 ‘디아블로 3’가 출시 초기에 일으킨 에러 37 사태입니다. 이 무시무시한 에러는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디아블로 3’를 한 순간에 사각형 애물단지로 전락시켰죠. 에러 37 증세란 바로 심각한 서버 장애로,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고 간혈적으로 서버가 ‘뻗어’버려 게임 자체가 먹통이었습니다.
문제는 ‘디아블로 3’는 인터넷 연결 없이는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는 않아 여론이 나쁜데, 서버 장애까지 터져버리니 게이머들의 불만이 폭주했죠. 장장 11년간을 기다린 끝에 받아본 게임이 거의 한달 동안 꿈쩍도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시 수많은 게이머가 ‘지금은 서버가 혼잡한 상태입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주십시오(에러 37)’이라는 문구에 가로막혀, 컴퓨터 앞을 뜨지도 못하고 머리만 쥐어뜯어야 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서버 접속 인원을 제한하거나 대기열 시스템을 도입, 혹은 서버 변경을 권유하는 등 온갖 미봉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했고, 해명조차 두루뭉실하여 더욱 더 원성을 샀죠. 일각에선 해외 서버에서 온 유저들이 원흉이라는 낭설이 돌아,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끝내는 공정거래위원회에까지 민원이 쏟아져 블리자드코리아에 대한 법리 검토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 바로 이 느낌이다, 게임한테 거기를 발로 차인 기분 (영상출처: IFHT 유튜브)
4위,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 뽑기 확률 버그?
▲ 저 날개 하나 달기가 왜 이리 힘든지 참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4위는 올해 초 ‘마비노기 영웅전’에 몰아친 캡슐형 아이템 뽑기 확률 조작 의혹입니다. 당시 넥슨은 ‘스칼렛 플루트’라는 캡슐형 아이템을 한정 판매했는데, 여기에는 ‘검은 엘쿨루스 날개’라는 아주 희귀한 아바타가 들어있었죠. 이걸 단번에 뽑는다면 좋겠지만, 혹여 운이 따라주지 않는 유저를 위한 구제책도 마련됐습니다. 뽑기에서 높은 확률로 나오는 ‘일렁이는 불조각’을 320개 모으면 무상으로 ‘검은 엘쿨루스 날개’로 바꿔준다는 겁니다.
‘스칼렛 플루트’ 30개 묶음에 4만 9,600원이니, 무조건 ‘일렁이는 불조각’을 뽑는다는 전제 하에 약 50만 원 정도면 날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항상 불조각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일렁이는 불조각’을 하나도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뽑기를 하면 무조건 1개가 나온다는 겁니다. 반면에 불조각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점점 더 획득이 어려워지는 듯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넥슨은 ‘일렁이는 불조각’이 없는 유저가 무조건 1개를 뽑는 것은 단순한 버그이며, 어떠한 확률 조작도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아예 유저들에게 불조각 획득 데이터를 공개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의혹에 대처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뿌리내린 불신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유료 아이템이 조작 의혹에 휩싸였으니 아무래도 게임을 즐기기가 꺼림칙하죠. 그렇게 수많은 유저가 ‘마비노기 영웅전’을 등졌습니다.
▲ 이에 넥슨은 관련 데이터를 유저가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3위, 스마일게이트의 ‘큐라레’ 123시간 점검, 책 전부 다 태워!
▲ 정말로 이 난리가 날 줄은 '레바'도 몰랐을 것이다 (사진출처: 공식카페)
3위는 지난 8월 발생한 모바일 CCG ‘큐라레: 마법도서관’ 123시간 점검 사태입니다. 점검만 5일 밤낮을 이어한 셈이니, 수년간 대적할 자가 없던 ‘마비노기’ 96시간 점검을 크게 따돌린 놀라운 기록이죠. 당시 ‘큐라레’ 운영측은 웹툰 작가 ‘레바’와 콜라보레이션을 기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때에도 무슨 점검을 창창한 대낮에 7시간씩이나 하냐는 불만이 나왔는데, 결국 그게 배부른 소리가 됐죠.
본래라면 오후 5시에는 끝나야 할 점검이 7시로, 다시 8시 반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연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운영측은 ‘물리적인 기기 결함 및 데이터 오류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는데, ‘레바’ 업데이트 와중에 무언가 ‘와장창’한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필 ‘레바’가 콜라보레이션을 홍보한다고 그린 만화가 ‘도서관은 X뿔, 책 전부 다 태워 X발!’이라는 내용이라(…), 도서관이 전소되어 오픈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죠.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던 운영측은 결국 무기한 점검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그야말로 무슨 쓴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 점검 연장에 따른 보상 대책 마련 등 발 빠른 대응이 유저들의 성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당초 약속을 어기고 123시간 점검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점은 분명 큰 잘못이지만, 한편으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뛰어난 위기관리 사례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 대응이 얼마나 좋았으면 유저들이 고생한다고 의문물품을 보냈다 (사진출처: 공식카페)
2위, 넷마블의 ‘이데아’ GM 망언, 이 답답한 사람아…
▲ "운영자가 자기 입으로 말하겠소?" ...말했네 (사진출처: 위키)
2위는 불과 일주일 전 벌어진 모바일 RPG ‘이데아’ GM 망언 사태입니다. 게임명과 동일한 닉네임을 쓰는 공식카페 관리자가 유저인척하며 막말을 쓰다가 적발된 무척 민망한 사건이죠. 모든 사건은 ‘사령관’이라는 한 명의 유저에게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희귀한 R등급 아이템을 얻은 저레벨 유저들이 이를 장착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과금을 유도하기 위한 더미 계정의 바람잡이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죠.
이에 곧장 ‘푸드득’이란 유저가 ‘이 사람, 저번에 사파이어(캐시) 퍼줬을 때 많이들 뽑은 거지’라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언쟁에 불과했죠. 그런데 이어서 GM ‘이데아’가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습니다. ‘이 답답한 사람아, 그럼 운영자가 그렇게 했다 칩시다. 그랬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겠소? 님도 참 생각이 짧네, 그냥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를 해요.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
운영자가 자기 입으로 ‘운영자가 자기 입으로 말하겠소?’라고 말하는, 마치 양심선언을 하는 듯한 촌극이 일어난 겁니다. 거기다 어투가 ‘푸드득’과 너무나 유사하고, 글 내용도 해석에 따라선 ‘바람잡이’ 행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칩니다. 결국 이 사건은 넷마블 한지훈 사업본부장이 직접 진화에 나서기에 이르렀죠. 공식 해명에 따르면 문제의 글은 어디까지나 한 GM의 일탈이었으며, ‘푸드득’과 동일인 여부와 ‘바람잡이’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했습니다.
▲ 한 GM의 실수로 인해 결국 넷마블 사업본부장이 직접 나섰다 (사진출처: 공식카페)
1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키리의 약속과 믿음, 무엇에 대한 약속과 믿음인가
▲ 운영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회자되는 전설의 '키약믿'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
대망의 1위는 2011년 8월 말부터 9월까지 진행된 ‘던전앤파이터’ 키리의 약속과 믿음 이벤트입니다. 이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클로저스’로 이어지는 넥슨발 유료 아이템 대란의 시발점이자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이죠. 여기서 약속과 믿음이란 훈훈한 미덕 같은 것이 아니라, 1만 1,700원짜리 ‘키리의 약속’과 3만 6,700원짜리 ‘키리의 믿음’ 2개 유료 아이템을 뜻합니다.
일주일간 한정 판매된 이 ‘약속’과 ‘믿음’은 장비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은 물론 강화수치까지 소실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종의 방어막입니다. ‘던전 앤 파이터’에서는 강화수치가 높아질수록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실패 시 아이템이 증발할 위험이 있습니다. 기존에도 증발을 방지하는 아이템을 팔긴 했지만, 어차피 강화수치가 초기화되기 때문에 함부로 시도할 순 없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키리의 약속과 믿음’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장비를 보존해주는 겁니다.
이 이벤트는 크게 2가지 폐단을 낳았습니다. 첫째, 강화가 실패해도 장비가 보존되자 견물생심하여 거금을 쏟아 붙는 유저가 넘쳐났습니다. ‘키리의 믿음’을 10개만 구매해도 어느새 30만 원이 넘어가는데, 어린 학생들이 여기에 현혹되며 사행성 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실제로 당시 ‘키리의 믿음’은 ‘던전 앤 파이터’에서 선보인 유료 아이템 가운데 단일 상품으로선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둘째, 게임 내 경제와 밸런스가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개당 3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유저가 ‘키리의 믿음’을 사용하면서, 게임 내 고강화 아이템이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장비의 강화 수치 1개로도 엄청난 성능 차이를 보이는 ‘던전 앤 파이터‘ 특성상, 무과금 유저들은 엄청난 박탈감에 휩싸였습니다. 기존에 힘들게 고강화 아이템을 확보했던 고수들이 몰락했음은 물론입니다. 4년이 지난 현재에도 ‘던전앤파이터’는 살아남았지만, 결국 ‘키리와 약속과 믿음’은 서비스가 끝나는 그 날까지 가져갈 주홍글씨가 돼버렸습니다.
▲ 이후 네오플은 '키약믿'이 실수였다며 강연을 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