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8비트 오징어가 훈남으로, 게임 캐릭터 변천사 TOP5
2015.12.03 20:22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이번 달부터 게임메카에서 지난 23년간 게임계 역사가 담긴 게임잡지들을 디지털화하여 무료 공개합니다. 2030 열혈 게이머라면 누구나 게임잡지에 대한 크고 작은 추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필자도 어릴 적 매달 PC파워진을 열독하던 것이 게임기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소속을 떠나 한 명의 게이머로서, 제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게임잡지를 다시 보게 되어 감개가 무량합니다.
오늘은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이번 달부터 게임메카에서 지난 23년간 게임계 역사가 담긴 게임잡지들을 디지털화하여 무료 공개합니다. 2030 열혈 게이머라면 누구나 게임잡지에 대한 크고 작은 추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필자도 어릴 적 매달 PC파워진을 열독하던 것이 게임기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소속을 떠나 한 명의 게이머로서, 제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게임잡지를 다시 보게 되어 감개가 무량합니다.
▲ 추억의 게임잡지를 디지털화하여 무료 공개했습니다 (바로가기)
92년 12월자 개임챔프 창간호를 뒤적이니 세월의 흐름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제는 15편 출시를 바라보는 ‘파이널 판타지’가 ‘화이널환타지V 대공개!’라고 특필되고, 현대전자가 슈퍼 컴보이(닌텐도 슈퍼패미컴)를 국내 시판한다고 홍보 중이군요. 특히, 충격적인 것은 부록 표지를 장식한 ‘소닉’입니다. 얼추 ‘소닉’이 맞긴 한데 배가 빵빵하게 나온데다 몸보다 머리가 더 큰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소닉’처럼 게임이 십수 년을 이어가다 보면 캐릭터의 외모도 자연히 변화를 거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과거에는 표현할 수 없던 디테일을 살거나, 유행에 따라 조금 더 세련돼 보이려고 디자인을 손보기 때문이죠. 마침 게임챔프와 함께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랐으니, 이번 순위 정하는 남자는 세월 따라 변화한 게임 캐릭터의 외모 변천사를 살펴보겠습니다.
5위 소닉 더 헤지혹(소닉), 똥배 나온 2등신이 팔다리 쭉 뻗은 훈남으로
▲ 왼쪽부터 초기 기획, 클래식, 모던, 붐 형태의 '소닉' (사진출처: 위키)
5위는 앞서 소개한 ‘소닉 더 헤지혹’입니다. 전성기에는 ‘마리오’를 위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던 세가의 마스코트죠. 91년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소닉 1’에서 첫 등장했으니, 게임계 최고의 노익장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간 무수한 시간이 흐른 만큼 디자인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은 물론이죠.
앞서 언급한 동그란 2등신 ‘소닉’의 공식 명칭은 ‘클래식 소닉’입니다. 91년부터 98년까지 활약한 가장 전통적인 외형이죠. 고전 게이머 중에는 이 ‘클래식 소닉’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으니 함부로 뚱뚱하다고 놀려선 안되겠습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팔다리 쭉 뻗은 ‘모던 소닉’은 98년 ‘소닉 어드벤처’부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던 소닉’은 신발에 노란 버클이 달리고, 신체 비율이 조정되고, 무엇보다 똥배가 들어갔습니다. 체형 변화 덕분에 인상은 훨씬 세련됐지만, 세부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됐죠. 그만큼 ‘소닉’은 시대를 초월한 독보적인 디자인을 지녔습니다. 세가 아메리카에서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기 전까진 말이죠. 미국에서 만든 ‘소닉 붐’은 여기저기 조악한 소품들을 붙여 원성을 샀습니다. 디자인이 이 모양인데 흥행까지 대판 망한지라 지금은 팬들에게 없는 자식 취급을 받고 있죠.
4위 그롬마쉬 헬스크림(워크래프트), 그래픽이 좋아져도 디자인은 한결같이
▲ 왼쪽부터 워크래프트 2편, 어드벤쳐, 3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속 '그롬' (사진출처: 위키)
4위는 전쟁노래 부족을 이끄는 호전적인 오크 ‘그롬마쉬 헬크스림’입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희한하게도 1, 2편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2, 3편에 나오는 캐릭터는 있는데, 세 편을 모두 개근하는 경우는 전무합니다. 그런 점에서 2편을 시작으로 3편과 ‘워크래프트 어드벤처’, ‘와우’ 하다못해 ‘하스스톤’까지 참전한 ‘그롬’이야말로 진정 시리즈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겠죠.
첫 등장 당시 ‘그롬’은 오크 기본 유닛인 ‘그런트’ 영웅이었습니다. 게임 상에선 일반 그런트와 외형이 똑같았지만, 초상화를 보면 ‘그롬’의 상징인 코뚜레와 검은 턱, 부리부리한 눈빛이 분명히 보이죠. 이 밖에도 게임에 나오진 않지만, 동시기 원화로 보아 장발과 말총머리도 처음부터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 눈여겨볼만한 요소는 배에 두른 복대(?)와 오른쪽 어깨만 가리는 견갑이 있겠습니다.
2편 이후 개발 취소된 ‘워크래프트 어드벤쳐’ 스크린샷을 보면 ‘그롬’이 다시 나옵니다. 당시 기술적 한계로 내복을 배까지 당겨 입은 듯한 괴악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디자인적 특징은 나름 충실히 계승했습니다. 이 모습은 그대로 3편을 거쳐 ‘와우: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 이릅니다. 여기서 강철호드 대족장에 오른 ‘그롬’은 배에는 해골을 붙이고, 여기저기 추가 장갑과 장식을 덧댄 멋들어진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보면 여전히 2편의 ‘그런트’ 영웅이 언뜻 보이는 것이 신기하죠.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디자인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블리자드의 힘인 듯 합니다.
3위 솔리드 스네이크(메탈기어), 온 몸으로 기술의 발전을 표현하다
▲ 왼쪽부터 MG 2편, MGS 1편, 2편, 4편 속 '솔리드 스네이크' (사진출처: 위키)
3위는 잠입의 대가인 특수부대원 ‘솔리드 스네이크’입니다. 흔히들 ‘스네이크’하면 98년 PS1로 출시된 ‘메탈기어 솔리드’의 주인공을 떠올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87년 MSX로 나온 ‘메탈기어’가 그의 데뷔작입니다. 계속 차세대기로 신작이 나온 덕분에 신세대 캐릭터 같지만, 실제로는 앞서 소개한 ‘소닉’과 ‘그롬’보다도 선배인 셈입니다.
‘메탈기어’ 당시만 해도 ‘스네이크’는 그냥 사람처럼 보이는 도트 뭉치였습니다. MSX가 8비트 게임기 가운데서도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라 이 이상의 표현은 사치였죠. 대신 표지에 멋지게 총을 든 모습을 그려 넣었는데, 실은 이게 ‘터미네이터 1’ 속 마이클 빈의 모습을 도용한 겁니다. 이것도 모자라 ‘메탈기어 2’에선 등장인물 초상화 대부분을 영화배우 얼굴로 때웠죠. 이쯤 되면 오마주라고 해줘야겠습니다.
‘메탈기어 1, 2’편과 번외작 ‘스네이크의 복수’가 나온 뒤, 드디어 PS1으로 ‘메탈기어 솔리드’가 발매됐습니다. 8비트 세계에서 꼬물거리던 ‘스네이크’도 드디어 균형 잡힌 3D 신체를 갖게 됐죠. 하지만 아직 개발진이 3D 모델링에 익숙지 않았던 터라 얼굴이 거의 달걀귀신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PS2로 ‘메탈기어 솔리드 2’가 나오며 대폭 개선됐고, PS3용 3편에 이르러선 거의 실사를 방불케 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각 세대 콘솔마다 한 편씩 나왔으니 이만큼 기술 발전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도 없는 셈이죠.
2위 쿠사나기 쿄(더 킹 오브 파이터즈), 겨우 도트 새로 찍자마자 사이버가수로
▲ 왼쪽부터 KOF 94, KOF 2000, KOF 12, 14편 속 '쿠사나기 쿄' (사진출처: 위키)
2위는 한때 국내 오락실의 인기남이었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의 ‘쿠사나기 쿄’입니다. ‘KOF’는 캐릭터 동작 하나에도 워낙 손이 많이 가는 2D 대전격투게임이라, 개발사에서 아예 한번 찍은 도트를 주구장창 재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첫 작 ‘KOF 94’부터 2005년 ‘KOF 11’까지 무려 11년 동안 별다른 발전 없이 그래픽을 재활용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게임이 이렇다 보니 전통의 주인공 ‘쿄’도 몇 년 동안 옷을 못 갈아입는 지경에 이릅니다. 첫 등장 시 고등학생이라 교복을 입었는데, 이걸 싸우러 다니느라 공부를 못해 유급했다는 설정으로 4년간 재활용했습니다. 그나마 ‘쿄’는 양반인 게 영원한 적수 ‘이오리’는 10년 넘게 단벌신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도트를 새로 찍기 싫으니깐…(…)
그러기를 몇 해가 지나고, 2009년 ‘KOF 12’에 이르러 드디어 그래픽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었습니다. 비록 12편은 만들다 만듯한 게임성으로 평단의 몰매를 맞았지만, 그래픽이 일신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겨우 도트를 새로 찍어놓고, 갑자기 이번에는 신작을 3D로 만든답니다. 공개된 트레일러는 아무리 봐도 이 방면 터줏대감인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에 비해 조잡해보이고… 심지어 3D로 재탄생한 ‘쿄’는 오래 전 사이버가수 ‘아담’을 꼭 닮아 화제가 됐습니다.
1위 라라 크로프트(툼레이더), L컵 가슴을 버리고 인간미를 취하다
▲ 왼쪽부터 툼레이더 1편, 엔젤 오브 다크니스, 언더월드, 리부트 속 '라라' (사진출처: 위키)
1위는 왕년 섹스 심벌에서 이제는 인간적인 소녀로 탈바꿈한 ‘라라 크로프트’입니다. 96년 ‘툼레이더 1’이 발매될 당시만 해도 이처럼 강인하고 자주적이며 농염한 여주인공이란 게임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딱 달라붙는 민소매 옷과 짧은 핫팬츠, 위기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호기로움은 뭇 남성의 가슴에 불을 지폈죠. 아, 물론 한국 기준 L컵에 달하는 풍만한 가슴도 눈길을 끄는 요소였습니다.
이 L컵 가슴은 개발 과정에서 모델러가 실수로 크게 부풀린 것인데, 팀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그대로 출시했답니다. 사실 그래 봤자 이제와 ‘툼레이더 1’ 속 ‘라라’를 보면 이건 무슨 오징어 같기도 하고… 옛날에는 겨우 이런걸 보며 흥분했냐고요? 아니, 아닙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트레일러를 위한 조형이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좋아했던 쪽은 바로 트레일러 속 잘 빠진 ‘라라’였던거죠.
게임계 섹스 심벌로 확고한 이미지를 다진 ‘라라 크로프트’는 이후 2008년 ‘툼레이더 언더월드’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변화를 겪지 않습니다. 그러나 2013년 시리즈 전면 리부트와 함께 ‘라라’의 기존 캐릭터성을 폐기하고, 굳센 의지로 역경에 맞서 싸우는 인간미 넘치는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했죠. 다소 억센 인상도 많이 누그러졌고, 5년 사이 성큼 발전한 그래픽 기술 덕분에 감정의 세세한 묘사까지 가능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