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열치열! 보기만 해도 '더운' 게임 캐릭터 TOP5
2016.07.28 13:55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어제가 중복(中伏)이었죠. 옛말에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데, 독자 여러분은 제대로 보신하셨나 모르겠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급성 심정지 발생률이 14%가 증가한답니다. 이럴 때는 가능한 외출은 삼가고 잠시 나가더라도 뙤약볕 피해 그늘로 다녀야겠죠. 학생 여러분은 모처럼 방학도 했겠다 집에서 선풍기 켜놓고 게임하세요, 게임!
사실 처음에는 ‘날도 더운데 기사라도 좀 시원(?)하게…’라는 기획으로 얼음계 캐릭터를 꼽아보려 했습니다만, 작년 겨울에 이미 써먹었더군요. 춥다고 추워 보이는 특집이라니 제가 하긴 했지만 정말 1차원적인 발상입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이번 여름에는 더우니까 더워 보이는 ‘이열치열’ 특집을 해보겠습니다. 보기만해도 불쾌지수가 상승할 수 있으니 꼭 서늘한 곳에서 봐주시길.
5위 파이어플라이(배트맨: 아캄), 하늘에서 불의 비를 내리는 방화범
▲ 날으는 방화범 '파이어플라이', 결국 '배트맨'에게 참교육 받을 운명 (사진제공: 공식 홈페이지)
가장 먼저 ‘배트맨: 아캄’ 시리즈 최악의 방화범 ‘파이어플라이’입니다. 원작에서는 ‘가필드 린스’란 인물로, 자신이 직접 만든 제트팩과 화염방사기를 무기 삼아 은행을 털거나 하는 그다지 비중 없는 악당이었죠. 게임에서는 돈보다 방화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광인으로 재해석되어 훨씬 위협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아캄 오리진’에서 ‘배트맨’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는 여덟 암살자 중 하나로 등장하는데 돈을 못 받게 됐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지르는 모습이 섬뜩하기까지 하죠.
‘파이어플라이’ 보스전은 ‘아캄 오리진’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꼽힙니다. 거대한 다리에 폭탄을 잔뜩 심어놓고 ‘배트맨’을 도발하는가 하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불길을 뿜어대죠. 무슨 ‘아이언맨’도 아니고 어떻게 일개 정신병자가 고성능 제트팩을 구했는지 참… 천하의 ‘배트맨’도 다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군의 기동성을 자랑하는 ‘파이어플라이’을 상대로는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결국에는 멱살을 잡아다가 흠씬 정의구현해주긴 합니다만.
4위 히트맨(록맨), 12,000도 화력을 자랑하는 전투형 안드로이드
▲ 보스 본인보다 스테이지 때문에 악명이 높은 '히트맨'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음은 악랄한 난이도로 정평이 난 ‘록맨 2’에서도 귀찮은 보스로 꼽히는 ‘히트맨’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닥터 와일리’가 1편 보스 ‘파이어맨’의 후속으로 설계한 전투형 안드로이드죠. 당초 쓰레기 처리가 목적이었던 ‘파이어맨’이 8,000도 화력을 냈다면, ‘히트맨’은 무려 12,000도에 달하는 고열의 불길을 자랑합니다. 디자인도 지포라이터를 본떠 한결 귀여워졌죠. 전투 시에는 주로 원거리에서 블래스터를 발사하다가 허점이 보이면 온몸에 화염을 두른 채 돌진합니다.
흔히 ‘록맨 2’ 난이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에어맨’에 비하면 ‘히트맨’은 매우 손쉬운 상대입니다. 그럼에도 ‘히트맨’이 ‘록맨 2’ 최악의 보스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스테이지 때문이죠. 부우웅- 거리며 부지불식간에 사라지는 발판을 요리조리 밟으며 어떻게든 돌파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살아서 보스전에 돌입했다면 ‘히트맨’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닌데, 미리 ‘버블맨’을 쓰러트리고 능력을 흡수했다면 손쉽게 처치할 수 있답니다.
3위 브랜드(리그 오브 레전드), 불로써 종말을 불러오려는 고대 존재
▲ '롤' 챔피언이 다 그렇듯 설정만 보면 최강자 '브랜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동서고금 챔피언이 총집결한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당연히 화염 능력자가 있습니다. 전신이 시커먼 숯덩이가 되도록 이글거리는 ‘브랜드’가 그 주인공이죠. 본래 육신은 ‘케간 로디’라는 해적이었으나, 얼어붙은 황무지에서 불기둥을 만졌다가 고대의 존재에게 정신을 제압당했습니다. 현세에 강림한 ‘브랜드’의 진정한 정체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세상의 파멸을 바란다는 것이죠. 맹렬한 화염으로 모든 왕국을 초토화하는 것이 그의 존재 이유랍니다.
…라는 거창한 설정과는 별개로 게임 속 성능은 그럭저럭 평범한 편입니다. 스킬은 화염 마법 일색인데, 상대를 불태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거나 추가 효과를 걸 수도 있죠. 다만 스킬이 전부 사거리가 짧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길어 한차례 모든 공세를 퍼부은 후에는 다소 무력해져요. 여기에 변변한 도주기도 없기 때문에 상대의 돌격형 영웅이 집요하게 덤벼들면 저항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화력 하나는 알아주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말도 안 되는 활약을 펼치기도 합니다.
2위 파이어(포켓몬스터), 피닉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전설의 새 포켓몬
▲ 게임 성능은 슬프지만 애니메이션에서라도 체면치레한 '파이어'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1세대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전설의 포켓몬 ‘파이어’는 이름부터가 ‘불’입니다. 스스로 온몸을 불태워서 상처를 치료한다는 설정이나 불타오르는 새의 형상에서 보듯 모티브는 ‘피닉스’라죠. 여기에 냉기를 다루는 ‘프리져’와 벼락을 부르는 ‘썬더’를 더해 3대 전설의 새라고 부릅니다. 후기 전설의 포켓몬이 공간의 신, 시간의 신, 심지어 창조신으로 묘사되는데 비하면 매우 얌전한 설정이죠.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냥 굉장히 희귀한 새 취급인데, 슬프게도 성능도 딱 그 정도…
어느 정도 발품을 팔아야 찾을 수 있는 여느 전설의 포켓몬과 달리 ‘파이어’는 1세대 포켓몬 리그로 향하는 챔피언로드에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잡아다가 최종전투에 써먹으라는 배려인 듯 한데, 정작 가지고 있는 기술이 쪼기, 회오리불꽃 등 허접한 것뿐이에요. 이 때문에 전설이란 칭호가 무색하게 꽤 오랫동안 통닭(…) 취급을 받다가 5세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비행 타입의 고급 공격기 ‘폭풍’을 배웠습니다. 문제는 6세대에 등장한 흔하디 흔한 ‘화살꼬빈’이 최종 진화 시 ‘파이어’의 완벽한 상위호환으로 등극하는지라… 이제 정말 남은 것은 희귀하다는 메리트뿐이군요.
1위 라그나로스(워크래프트), 태고부터 존재해온 압도적인 불의 정령왕
▲ 압도적인 힘으로 숱한 공대를 무너트린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 (사진제공: 공식 홈페이지)
끝으로 1위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구 시장님… 아니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입니다. 태고부터 존재해온 4대 정령왕 중 하나로서 갑옷을 두른 거대한 불길의 헌신이죠. 오래 전 난장이 왕 ‘타우릿산’에 의해 인간 세계로 소환된 후 검은바위산 화산심장부에 자리를 잡고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척 봐도 알 수 있듯 굉장히 난폭하고 저돌적이라 조금이라도 자심의 심기를 건드리는 자는 거대한 망치 ‘설퍼러스’를 휘둘러 뭉개버립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지널 시절부터 최강의 레이드 보스로 위용을 뽐낸 ‘라그나로스’는 세 번째 확장팩 ‘대격변’에서 다시금 중간 보스로 활약하게 됩니다. 정령왕은 오직 그의 영지에서만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데, ‘득템’의 꿈에 부푼 유저들이 불의 땅까지 열심히 찾아가서 끝장을 내줬죠. 그래서 요즘은 되려 카드게임 ‘하스스톤’을 통해 ‘라그나로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매 턴이 끝날 때마다 무작위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짜릿한 도박성이 일품이죠. “불의 세례를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