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부터 동작 하나까지, 고증덕후 유비소프트의 '포 아너'
2016.11.18 16:15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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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판금갑옷을 걸친 서양 기사와 날카로운 도를 꼬나 쥔 동양 무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기에 함성을 내지르며 도끼를 던지는 북구 전사가 합세한다면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다.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에서 개발 중인 ‘포 아너’는 바로 이러한 ‘로망’을 실현시킨 게임이다. 기사와 바이킹, 사무라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병사들을 이끌고 상대 진영과 피의 진검승부를 펼친다.
멸망한 고향을 등지고 하나의 땅으로 모여든 세 개 진영, 서로 문화도 언어도 무기도 다르지만 대등한 전투력으로 균형을 이루며 끊임없이 대치한다. ‘포 아너’는 4:4 PvP가 중심이 되는 3인칭 액션게임으로, 매력적인 콘셉트와 고증을 잘 살린 액션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매 신작마다 지속적으로 서버 문제를 일으킨 유비소프트이기에 멀티플레이 게임에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포 아너’는 어떠한 방향성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2017년 2월 출시 시점까지 어떤 콘텐츠가 추가될까? ‘더 디비전’과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서 연거푸 지적 받은 불안정한 서버는 과연 개선됐을까? 게임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궁금증도 불어만 가는데, 마침 국제 게임쇼 지스타 2016에서 유비소프트 바이오 제이드 개발팀장과 대담을 나눌 기회가 닿았다.
▲ 지스타 2016을 찾은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바이오 제이드 개발팀장
명불허전 유비소프트, 무기부터 기술까지 철저히 고증했다
“당초 ‘포 아너’는 소규모 팀에서 핵심 아이디어만 가지고 만든 프로토타입이었어요. 그런데 주위 동료들이 다들 재미있어해서 파리 본사에 기획을 제출했고, 그쪽에서도 감명을 받아 제대로 된 팀을 꾸리게 된 거죠. 개발자로서는 굉장히 동화 같은 이야기랄까요? 처음의 소박한 기대와 달리 테스트 신청자와 사전예약 등 각종 지표에서 놀라운 성과를 올려 매우 기쁩니다”
바이오 제이드는 ‘포 아너’가 세간의 인식과 달리 ‘타고난 대작’이 아니라며 웃었다. 상부의 지시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하부에서 올린 기획이 통과된 것이며, 앞으로도 게임의 규모보다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고 싶다고. 본사의 지원을 받아 확충된 인력도 300명 정도로 대형 게임사 치고는 상당히 적은 숫자이다. 참고로 유비소프트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 개발에는 보통 1,000명 이상이 참여한다.
‘포 아너’의 핵심 가치는 쇠붙이가 격돌하는 전장의 생동감과 순간적인 판단으로 생사가 오고 가는 팽팽한 긴장감이다. 세 문화권이 시공을 초월해 격돌한다는 설정은 분명 판타지지만, 전투 자체의 현실성은 매우 높다. 몸에 걸친 중갑과 무기의 무게감은 플레이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며, 적의 일격을 잘못 허용했다간 단숨에 사망할 수도 있다. 여느 액션게임처럼 버튼만 연타한다면 다가 아니라 공격와 방어, 회피를 적절히 병행해야 승리할 수 있다.
▲ 버튼 연타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합'이 맞아야 산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방어가 굉장히 중요해요. 상대의 자세를 보고 강하게 공격할지 약하게 찌를지, 아니면 뒤로 물러날지 결정해야 합니다. 세 진영의 영웅 12명이 각기 다른 전투 스타일과 무기를 지니고 있어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무슨 자세를 취하고, 언제 공격하고 방어할지에 중점을 투고 전투를 풀어나가세요”
유비소프트의 장기를 하나만 꼽자면 뭐니뭐니해도 고증일 것이다. ‘포 아너’ 또한 양손검, 단검, 도끼, 도리깨, 미늘창까지 무기마다 각각 전문가를 초빙해 도움을 받고, 움직임을 포착해 게임에 사용했다. 기사 진영은 독일 검술을 주로 참고했으며 바이킹과 사무라이 또한 퀘벡과 일본의 장인을 찾아가 무기 사용법은 물론 해당 문화권의 특징과 색감, 이름까지 조언을 구했다고.
PvP전용? 세 진영의 이야기 담은 스토리 모드 존재한다
그렇다고 ‘포 아너’가 ‘다크소울’마냥 손가락 속도만으로 승패가 판가름 나는 하드코어한 게임은 아니다. 그 대신 RPG의 성장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차용하여 게임을 오래 즐길수록 더 강한 무기와 새로운 능력을 해금하도록 했다. 여기에 아군을 치료하거나 이로운 효과를 부여하고, 함정을 설치하는 등 특수 기술을 선택할 수 있어 실력 격차를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무기와 장비를 커스터마이징하여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 가령 같은 양손검이라도 검신과 코등이, 자루까지 다양한 부위의 재질과 색, 디자인을 교체하면 전혀 다른 외형이 된다. 이러한 꾸미기 요소는 전투에서 얻은 포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려한 갑주와 병장기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거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오래 즐길수록 더 강한 무기와 다채로운 장식이 해금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년 전 ‘포 아너’가 첫 공개될 당시에는 PvP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포 아너’가 PvP전용인줄 아는 이들이 적잖다. 그러나 바이오 제이드는 “PvP가 중심축인 것은 맞지만 별도로 스토리 모드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게임을 선보인 후 독특한 세계관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고, 별도로 각 진영의 이야기를 풀어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
“스토리 모드는 세 진영의 관점에서 이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째서 싸우는지 보여줍니다. 주어지는 임무를 하나씩 해결할수록 ‘포 아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힐 거에요. PvP에 등장하는 12명의 영웅도 모두 나오니 본격적인 대전에 앞서 실력을 기르기에도 좋죠. 만약 혼자 깨기 어렵다면 지인과 협력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실패에서 배운다, 유비소프트의 멀티플레이 징크스 깨겠다
허나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원활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면 무용지물이다. 스토리 모드가 추가되었다곤 하나 ‘포 아너’의 주된 콘텐츠는 여전히 PvP인데, 안타깝게도 유비소프트가 제공하는 멀티플레이 환경은 그리 평이 좋지 못하다. 비교적 최근 출시된 ‘더 디비전’과 ‘레인보우 식스: 시즈’ 모두 열약한 서버와 불법 프로그램 난립으로 게이머들의 지탄을 받았다. 유비소프트의 멀티플레이 게임은 ‘믿고 거른다’는 얘기가 돌 정도.
이에 바이오 제이드는 “지금은 관련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 것으로 안다”면서 “유비소프트는 매우 큰 회사라 많은 개발팀이 있다. 우리는 ‘더 디비전’과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개발팀의 성공 사례를 보고 배우기도 하지만, 반대로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서버 안정화는 불법 프로그램 차단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보안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곧 공개형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호언했다.
▲ 유비소프트의 멀티플레이 징크스를 깨겠다는 바이오 제이드 개발팀장
끝으로 향후 업데이트, 혹은 판매될 추가 콘텐츠에 대해 물었다. 출시까지 3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논하기엔 다소 이르지만, 어차피 콘솔게임과 DLC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가 된지 오래이다. 바이오 제이드는 추가 콘텐츠의 가능성은 긍정하면서도 그것이 신규 진영이 될지, 캐릭터일지, 아니면 다른 스토리일지는 확답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계획이 존재하며 게이머들이 가장 원하는 것부터 개발하겠다고 한다. 과연 ‘포 아너’가 유비소프트 멀티플레이의 징크스를 깨고 장수게임 반열에 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