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주인공 압도하는 존재감, 게임 속 미치광이 TOP5
2017.01.19 14:34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 속 세계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멋들어진 영웅, 매력적인 히로인, 무심한 듯 쉬크한 라이벌, 암약하는 책사, 단순무식 용장, 가슴에 야심을 품은 대왕까지. 저마다 독특한 설정과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모여 세계관을 구성하고 서사의 실타래를 풀어나가죠. 플레이어는 이들을 이해하고 감정이입하며 게임에 더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뚜렷한 목적성보다는 분노와 혼돈을 향한 충동만이 느껴지는 자. 이처럼 미친 캐릭터들은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극을 한층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줍니다. 강렬한 언변과 행동거지로 플레이어에 뇌리에 깊게 각인될 ‘광기 어린 그들’, 다섯을 꼽았습니다.
5위 핸섬 잭(보더랜드), 입담 하나는 끝내주는 범우주적 사이코패스
▲ 얼굴 위에 얼굴을 붙이고 다니는 사연은 외전에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먼저 ‘보더랜드 2’ 최종보스이자 외전 ‘더 프리 시퀄’의 주인공 ‘핸섬 잭’입니다. 범우주적 무기회사 ‘하이페리온’ 소속으로, 일개 사원에서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가 하나같이 나사가 한둘쯤 빠져있긴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광기는 독보적입니다. 난리 통에 회사를 장악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회장을 교살한 뒤, 고대 외계인이 남긴 궁극적 무기를 얻고자 행성 ‘판도라’로 마수를 뻗칩니다.
여기까지 보면 흔한 악역이지만,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판도라’의 자유민들을 도적떼라며 닥치는 데로 사냥하는데, 학살을 자행하며 태연자약하게 농담을 날리고 악기를 연주합니다. 미친 듯 웃다가 조금만 수틀려도 누군가를 죽여버리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해서 종잡을 수가 없죠. 분명 굉장히 끔찍한 짓을 저지름에도 끊임없이 우스갯소리를 쏟아내니 점차 듣는 쪽도 무감각해져요. 덕분에 희한하게 인기가 많습니다.
4위 쉐오고라스(엘더스크롤), 정신 나간 위업에 몰두하는 광기의 신
▲ 광기의 신이지만, 막상 보면 그냥 노망 난 할아버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엘더스크롤’의 ‘쉐오고라스’는 이른바 ‘광기의 신’입니다. 17명의 ‘데이드릭 프린스’ 중 한 명으로, 본래 질서를 관장하는 ‘지갈랙’이었으나 강대한 힘을 두려워한 다른 신들의 저주로 뒤틀려버렸죠. 이처럼 탄생부터 꼬인 신답게 하는 짓이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기본, 추종자에게 축복을 내려 말 그대로 미치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도 ‘엘더스크롤’에선 그럭저럭 무해한 신에 속합니다.
‘쉐오고라스’의 광기는 파괴적인 사이코패스보다는 ‘그냥 좀 맛이 간’ 것에 가깝습니다. 머리에 꽃 한 송이 꽂은 느낌이랄까요? 매 시리즈마다 그가 내린 임무를 완수하면 포상으로 지팡이 ‘와바잭’을 주는데, 사용 시 온갖 무작위 마법이 발동하는 재미있는 물건입니다. 이 가운데 적의 능력치를 쥐(…) 정도로 낮추는 것도 있어서, 4편에선 특정 이벤트로 쓰러트려야 하는 악신 ‘메이룬스 데이건’을 그냥 때려잡는 버그 아닌 버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3위 바스(파 크라이 3), 마약에 절어 살인을 장난으로 여기는 해적
▲ 이미지만 봐도 귓가에 들리는 '셧 더 퍽 업!'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음으로 ‘파 크라이 3’ 해적두목 ‘바스 몬테네그로’입니다. 패키지 정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주인공으로 오해 받기도 하는데, 작 중 역할은 중간보스에요. 도대체 주연도 최종보스도 아닌 캐릭터가 왜 얼굴마담이 되었는지는 게임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평범한 민간인이었던 주인공 일행을 납치하는 도입부부터 점차 전사로 각성하는 플레이어와 대립하는 매 순간마다, 폭발하는 광기로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뿜어내거든요.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해적으로, 본래 원주민 전사였으나 외부에서 온 범죄자 ‘호이트’와 엮이며 타락했죠. 마약에 절어서 굉장히 다혈질적이고 사람을 죽이는데 일말의 거리낌도 없습니다. 살인을 거의 장난처럼 여겨 자꾸 특수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덕분에 몇 차례나 목숨을 거진 주인공을 보며 “광기의 정의에 대해 말했던가?”라며 윽박지르는 부분은 인구에 회자되는 명장면이죠. 환각에 휩싸인 채 벌이는 보스전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2위 조커(배트맨: 아캄), 영웅에 대한 애증 가득한 범죄계의 광태자
▲ '살인미소'란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DC코믹스 만화나 영화를 즐겨본다면 범죄계의 광태자 ‘조커’가 익숙할 터입니다. 이에 기반한 게임 ‘배트맨: 아캄’ 시리즈에서도 특유의 광기는 건재함, 아니 그 이상이죠. 새하얀 피부에 초록빛 머리칼, 폭소하는 것마냥 쭉- 찢어진 붉은 입술은 어릿광대를 연상시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고담’ 암흑가의 거물 ‘블랙 마스크’를 제거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잔혹한 각종 계략으로 ‘배트맨’을 위협하기에 이릅니다.
얼굴에 분을 바르고 이상한 소품을 든 ‘조커’ 갱단은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우나, ‘고담’에서 가장 악독한 조직입니다. 환희에 차 춤추며 건물을 통째로 폭파시키고, 끔직한 고통 속에서도 미소 지으며 죽는 ‘웃음 가스’를 민간인에게 살포하기도 하죠. 그러나 ‘조커’가 지닌 최악의 광기는 ‘배트맨’을 향한 애증 그 자체입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딘지 뒤틀린 ‘배트맨’을 향한 ‘조커’의 묘한 동질감은 이들이 계속해서 격돌하는 주된 요인입니다.
1위 트레버(GTA 5),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상 최악의 미친 주인공
▲ 누가 봐도 '중간보스A'지만 이래뵈도 주인공 맞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GTA 5’의 ‘트레버 필립스’는 드물디 드문 미치광이 주인공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정말 이런 놈으로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죠. 이 시리즈 자체가 대대로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트레버’에 비하면 다들 선량한 민간인에 불과합니다. 범죄경력이 화려한 전직 무장 강도답게 세 주인공 중 주로 팀의 무력을 담당하며, 게임의 심의등급을 높이는데도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습니다.
‘트레버 필립스’의 성품은 한 마디로 ‘폭탄’입니다. 불안정하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거친 야수성의 소유자죠. 이건 뭐 상대가 갱단이든 경찰이든 화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요. 덕분에 다른 주인공을 플레이하다 화면을 전환해보면 행인과 시비를 튼 것은 예사이고, 주변에 시체가 몇 구 널브러져있기도 하죠. 심지어 인육을 먹은(…) 듯한 암시도 나오는데, 몇몇 기행은 차마 기사에 적을 수가 없습니다. 잘도 이런 캐릭터를 AAA급 게임 주인공으로 낙점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