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스의 아틀리에, 성공적인 시리즈 첫 '오픈월드' 여행
2017.02.08 19:29 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피리스의 아틀리에' 소개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2016년 발매된 ‘소피의 아틀리에’는 20년간 이어진 ‘아틀리에’ 시리즈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타이틀이다. 시리즈 최초로 PS4로 발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비한 연금술사’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여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틀리에’ 시리즈는 신규 세계관을 시작할 때마다 실패한다는 징크스를 안고 있어 걱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소피의 아틀리에’는 이러한 불안감을 전부 떨쳐내고 성공을 거뒀다. ‘아틀리에’ 특유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며, 편의성을 대폭 높인 것이 먹힌 것이다.
‘소피의 아틀리에’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작 ‘피리스의 아틀리에: 신비한 여행의 연금술사(이하 피리스의 아틀리에)’도 한국어화 출시됐다. 그런데 이번 게임은 전작의 성공에서 한 발짝 더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검증된 구성은 유지하고, 시리즈 최초로 ‘오픈월드’ 채택하며 파격적인 시도를 더했기 때문이다. 과연 새로운 도전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발전으로 이어졌을까?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리뷰를 위해 사용한 기기가 PS비타입니다. 때문에 기사 내에 삽입된 스크린샷 화질이 조금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 '피리스의 아틀리에' 시작 화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공방을 나와 살아있는 세계로 ‘여행’을 떠나자
땅속에 있는 광산 마을 ‘에르토나’에 사는 주인공 ‘피리스’는 바깥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된 상황. 그런 와중에 피리스는 우연히 마을에 찾아온 연금술사 ‘소피’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연금술을 배워 바깥으로 나갈 계획을 짠다. 이후 마을 사람들로부터 연금술 실력을 인정받은 피리스는 1년 이내에 공인 연금술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조건으로 여행을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하게 된다.
▲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은 게임에서도 같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피리스의 아틀리에’는 전작 ‘소피의 아틀리에’의 특징을 계승했다. 세계관이 같아 전작의 주인공을 포함한 몇몇 등장인물은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에 큰 갈등 없이 전개되는 잔잔한 이야기, 중간중간 미소를 짓게 하는 일상 이벤트, 턴제로 진행되는 전투, 채집을 통해 레시피를 떠올려 아이템을 조합하는 연금술 등 게임의 큰 줄기는 같다. 일러스트의 완성도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3D 모델링 수준까지도 전작 그대로다.
▲ 일러스트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비슷한 듯 뭔가 다른 듯...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렇다 보니 ‘피리스의 아틀리에’ 첫인상은 언제나 해왔던 그 ‘아틀리에’다. 하지만 마냥 똑같은 것은 아니다. 시리즈 최초로 ‘오픈월드’를 채택해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첫 시도인 만큼 기대 반 걱정 반이었지만, 결과물은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의 ‘아틀리에’ 시리즈다운 게임플레이는 그대로 전하면서, ‘여행’이라는 테마도 톡톡히 살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아틀리에’는 특정 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여기에 주변의 채집지를 찾아 재료를 모으거나 전투를 벌이고, 이후 다시 복귀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유롭게 필드를 돌아다니며 채집을 하고, 어슬렁거리는 몬스터와 전투를 벌인다. 필드 곳곳에 위치한 모닥불에 천막 아틀리에를 꺼내면, 아이템을 조합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재정비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상점이나 퀘스트 NPC 등이 필드 곳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행 중에도 필요한 일을 제때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아틀리에’ 특유의 분위기를 해치는 일은 없다.
▲ 넓은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재료를 수집하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모닥불을 만나면 즉석 '아틀리에' 설치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오픈월드가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스카이림’이나 ‘GTA’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꽉꽉 채운 방대한 세계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감을 느낄 만한 요소가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다. 여행 도중에는 갖가지 랜드마크와 마주치고, 가끔씩 던전에서 보물을 얻기도 한다. 여기에 낮과 밤은 물론 날씨도 변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밤이 되면 ‘유령’ 타입의 몬스터가 출몰하고, 안개가 끼면 미니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올 때는 지도처럼 생긴 메뉴 화면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연출도 볼 수 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기 일쑤던 ‘아틀리에’ 시리즈에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 광석은 던전에서 캐야 제맛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안개가 끼면 우상단의 미니맵이 흐려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만드는 재미 쏠쏠하다! 강화된 연금술
‘피리스의 아틀리에’에서 전작에 비해 더욱 강화된 것도 있다. 바로 시리즈를 상징하는 ‘연금술’이다. 전체적인 틀은 ‘소피의 아틀리에’와 같다. 채집이나 사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조합법을 떠올리고, 필요한 재료를 가마에 넣어 조합한다. 여기에 퍼즐판처럼 구성된 ‘조합 패널’에 재료 조각을 맞추는 미니게임을 통해 아이템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같은 회복약이라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면 HP 회복에 더해 MP 회복, 방어력 상승 등 다양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 차곡차곡 재료를 쌓는 것이 중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조금만 신경써도 좋은 회복약을 만들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번 작에서는 완성도를 결정하는 미니게임을 더욱 직관적으로 만들었다. 색으로 구분해 잘 보이지 않던 전작과 달리, 조합패널 위에 선을 그리고, 그 위에 재료를 차곡차곡 쌓도록 한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인계특성 추가나 품질 상승 등, 완성품에 다양한 효과를 부여한다. 그러다 보니 마치 테트리스를 하는 것처럼, 재료를 어떻게 쌓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여기에 패널 자체를 바꿔버리는 ‘촉매’까지 새롭게 등장해 선택지가 대폭 늘어났다. 최적의 배치를 찾아내 훌륭한 아이템을 만들었을 때의 성취감은 아이템 조합의 재미를 더한다.
▲ 전작 '소피의 아틀리에'의 조합패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훨씬 더 직관적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 스토리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초대형조합’도 있다. 한 번에 수십 개의 재료를 소모할 정도로 막대한 비용을 차지하지만, 결과물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회오리를 뚫고 호수를 건널 수 있는 배를 만들 때 처음으로 ‘초대형조합’을 접하게 되는데, 재료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 보통 10개 미만으로 사용되는 소재를 40개씩 모아야 하고, 제작 시간도 3일이나 소모된다는 점은 우습게 보기 어렵다. 힘들게 만든 만큼, 배를 타고 새로운 지역으로 떠날 때의 성취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얼음을 녹여 새로운 지역으로 통하는 길을 만드는 ‘인공태양’ 등이 있다. 이처럼 ‘초대형조합’은 어려운 제작 과정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하게 주어진다.
▲ 이쯤되면 극한의 도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시간제한, 멀티 엔딩 전부 부활… 아쉬운 편의성
이처럼 ‘피리스의 아틀리에’는 시리즈의 특징을 충실히 계승, 발전시켰다. 따라서 꾸준히 ‘아틀리에’를 즐겨왔다면, 이번 작에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전에 나온 ‘소피의 아틀리에’로 입문한 사람에게는 어리둥절하게 느껴질 점도 있다. 전작에서는 ‘편의성’을 강조했었는데, 이번에는 ‘로로나의 아틀리에’나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와 같은 과거 작품에 조금 더 근접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 시리즈 전통인 '통'까지 재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소피의 아틀리에’의 경우, 그동안 시리즈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요소를 덜어내며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시간제한이 완전히 사라져 느긋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고, 엔딩도 1개로 압축돼 지루한 회차 플레이를 없앴다. 이에 힘입어 ‘새로운 세계관의 첫 작품은 꼭 망한다’는 시리즈의 징크스를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피리스의 아틀리에’에서는 시간제한과 멀티 엔딩이 모두 부활했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면 1년 이내에 공인 연금술사 시험을 봐야 한다. 합격 후에는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지만, 공략한 동료에 따라 엔딩의 내용이 달라진다. 즉, 모든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다회차 플레이가 강조되는 셈이다. 이러한 구성은 기존 ‘아틀리에’ 시리즈에 더욱 근접했다고 볼 수 있지만, 유저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 동료마다 개별 엔딩이 주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소피의 아틀리에’에서 생긴 ‘낮과 밤’이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밤이 되면 몇몇 NPC는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한다. 기껏 퀘스트 아이템을 만들어서 찾아갔는데 밤이 되어서 만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시험을 봐야 하는 날짜는 가만히 서 있어도 찾아오는데, 퀘스트 아이템을 받아야 하는 NPC가 저녁만 되면 칼같이 퇴근해버리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 그대여 이 문을 열어주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도 필드 이동, 알아보기 어려운 맵 등, 유저의 편의를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조금씩 엿보인다. ‘아틀리에’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크게 개의치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소피의 아틀리에’가 입문작이라면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주어지는 맵은 다소 보기 힘들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쉽진 않지만 어엿한 ‘아틀리에’
이처럼 ‘피리스의 아틀리에’는 전작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편의성’을 다소 놓친 모습을 보인다.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걸지도 모르지만, 게임이 번거로워졌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피리스의 아틀리에’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아틀리에’ 시리즈다운 특징은 더욱 강화됐고, 새롭게 내세운 오픈월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동안 ‘아틀리에’ 시리즈 가 다소 뻔한 구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캐릭터와 세세한 변화로 재미를 주던 것을 생각하면 성공적인 변신이다. 공방을 뛰쳐나온 피리스의 여행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신선한 재미와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피리스의 아틀리에'에서 연금술 여행을 떠나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