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왕] 여행에서 연애까지, VR콘텐츠 어디까지 왔나
2017.03.17 17:43 게임메카 멀미왕
※ [멀미왕]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전문가 ‘멀미왕’이 아직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VR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이제껏 수백여 VR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영상 리뷰를 진행 중인 ‘멀미왕’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확인하세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 보급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VR을 즐기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현재 출시된 VR 콘텐츠는 어떤 모습일까요? 2016년 VR 기기들이 상용화된 후 콘텐츠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VR 콘텐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모션 컨트롤러와 가상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포지션 트래킹(사람의 위치와 움직임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기술로 바이브의 룸스케일이 대표적)의 등장이었습니다.
▲ VR 콘텐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모션 컨트롤러 (사진출처: HTC 바이브)
모션 컨트롤러를 활용하여 양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VR 콘텐츠에 큰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현실처럼 체험하고 활동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줄지어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모션 컨트롤러의 활용은 두드러졌습니다.
‘잡 시뮬레이터’는 익숙한 사무실, 주방, 편의점,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유쾌한 활동을 마음껏 제공하면서 VR 콘텐츠 최초로 300만 달러(한화 약 33억 9,540만 원)를 벌어들이게 됩니다. 업소에서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 VR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평상시 즐겨 듣던 음악을 VR에서 즐기는 리듬게임도 탄생했습니다. 양손으로 날아오는 박자를 맞추다 보니 어느새 흥겨운 노래와 함께 운동을 겸할 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움직이고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기엔 이만한 게임도 없죠.
퍼즐 게임은 갇힌 공간을 탈출하기 위해 주변 물건들을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탈출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방탈출 카페를 VR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직접 공간을 걸어 다니고 물건을 손으로 만질 수 있으니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 오프라인 방탈출 카페가 가상공간으로 들어왔다 (영상제공: 멀미왕 VR)
처음엔 신기했지만 움직일 수 없던 캐주얼한 디펜스게임에 답답함을 느낀 유저들은 드넓은 지역을 자유로이 이동하며 화끈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 ‘로 데이터’와 ‘아리조나 선샤인’에 열광했습니다. VR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과 활동을 보장하자 유저들의 만족도는 높아졌죠.
특히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로 테이터’와 ‘아리조나 선샤인’도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데, 공동 목표를 위해 단합하고 소통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현실처럼 움직이며 행동하니 정말로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몰입을 느낄 수 있어요.
소셜의 경우, 모임이나 회의를 위한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나뉩니다. 결국 소셜은 실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가상공간에 옮겨놓는데 의미가 있으므로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낼 공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목 받는 소셜 콘텐츠 ‘렉 룸’은 각종 스포츠를 전세계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불특정 유저와 친구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며 피구와 골프, 물총싸움도 할 수 있죠. 최근에는 판타지에서나 보던 던전 탐험도 더해져 장차 테마파크가 조성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 소셜 콘텐츠로서 VR이 지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영상제공: 멀미왕 VR)
소셜 콘텐츠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VR 내 에티켓을 지키는 일입니다. 양손을 사용하고 언어 구사도 가능한지라 불특정 다수의 유저에게 불쾌감을 유발시킬 수 있거든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VR 내 성추행’처럼 본인의 재미를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스포츠 콘텐츠는 포켓볼, 테니스, 권투, 암벽등반 등 양손을 사용하는 종목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1인 다역으로 전체 경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개발된 ‘VR 스포츠 챌린지’가 눈길을 끕니다. 스스로 던진 공을 다시 잡으며 경기를 즐기는 거죠.
시뮬레이션은 손으로 조작하는 모션 컨트롤러의 사용으로 VR과 궁합이 잘 맞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손으로 낚시를 하고, 포크레인을 운전하고, 우주선을 도킹하거나 출발시키는 활동, 자동차 운전대를 직접 손으로 잡고 운전하며 기차까지 몰 수 있습니다.
굴삭기 기사인 바이브 유저가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엑스카발립스’를 플레이한 소감은 ‘조작 방법이 똑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차를 운전하는 ‘디레일 벨리’ 또한 사람의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기나 도구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 당연히도 VR은 시뮬레이션 장르와 궁합이 잘 맞는다 (영상제공: 멀미왕 VR)
여행 콘텐츠로는 ‘데스티네이션즈’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포토그래메트리 기법 덕분에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인 그래픽이 훌륭했습니다. 영국 템즈강을 방문했을 땐 물결이 흐르는데다, 돌멩이를 던지면 물결이 찰랑이는 상호작용까지 가능하기에 사실처럼 느껴졌습니다.
구글어스 VR은 ‘지구를 통째로 넣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지구촌 곳곳의 모습을 모두 담았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꿈에서나 그릴 법한 일을 실현했습니다. 풍경을 살펴보거나 부동산을 물색하며 사람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데 탁월합니다.
교육 콘텐츠로 주목 받는 ‘인게이지’는 대학 강당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우주관련 수업도 들을 수 있습니다. 화성을 직접 가거나 바닷속에 들어가 물고기들의 구조를 보면서 교육을 듣다 보면 현장학습이 따로 필요치 않아 보입니다.
수업 후엔 따로 토론을 할 수 있는 회의실도 준비되어 있고 박물관 형태의 교육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장감을 잘 살릴 수 있고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데 제약 없는 VR 특성을 잘 살린다면 미래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습니다.
▲ 미래에는 VR로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영상제공: 멀미왕 VR)
문화 콘텐츠는 해외에 위치한 유명 박물관에 방문하지 않고도 ‘모나리자’, ‘천지창조’ 와 같은 명화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각본이 잘 짜인 오페라 등도 체험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출시된 콘텐츠가 너무 소수입니다.
영상 쪽은 시청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춘 콘텐츠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치열한 e스포츠 경기에 들어가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실버 티비’, 나만의 단독 극장을 마련해 편안히 영화를 보는 ‘시모어 VR 시네마’,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모아 놓은 ‘디스커버리 VR 등이 있죠.
특히 CG로 만들어진 시청용 콘텐츠는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2D 화면을 360도로 감싼 모노스코픽은 입체감이 없지만, 오큘러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헨리’ 등 3D입체 영상을 360도 볼 수 있는 스테레오 스코픽은 내가 그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잘 전달합니다.
커머스 분야에선 실제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콘텐츠는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VR에서 쇼핑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이케아 VR 익스피리언스’는 직접 주방기구를 살펴보거나 작동시킬 수 있고 색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제품을 미리 사용해볼 수 있다, 구입은 아쉽게도 아직 (영상제공: 멀미왕 VR)
조립 시뮬레이션 ‘몬조’처럼 여러 가구들을 직접 조립할 수 있는 확장성에 구매와 배송까지 이루어진다면 커머스 분야에 변화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주방 뒤에 하얗게 만들어진 백색 공간에 채워질 상품들을 생각하면 무한한 크기의 VR 쇼핑몰이 탄생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동시에 조심스러운 분야인 성인 콘텐츠입니다. 최근 ‘VR 카노조’ 글로벌 출시를 기점으로 공식적인 상용화가 시작됐어요. 성인 콘텐츠의 가장 큰 강점은 양손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신체 접촉을 통해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다양한 감정표현을 바탕으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을 통한 상호작용까지 더해지니 ‘VR 여자친구’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인공지능으로 유저의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서로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VR 속 연인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느낀 VR의 매력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무한한 가상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VR을 게임만을 위한 기기로 한정 지어 보면 너무 비싼 하드웨어에 불과합니다. 보급이 더딘 주된 이유가 바로 높은 가격대죠.
▲ 아쉽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서 보여줄 수 없다 (영상제공: 멀미왕 VR)
이로 인해 현재 VR의 주요 고객은 30~40대가 주를 이룹니다. 당면 과제는 이들 잠재사용자들이 VR을 구매할 가치가 있게끔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비단 게임만이 아니라 교육, 쇼핑, 문화, 헬스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기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자녀가 4차 산업의 중심인 VR에 들어가 현장체험을 하고 유명 강연을 직접 들으며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접한다면 학부모의 마음도 동하겠죠. 이처럼 온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전제품으로 인식된다면 각 가정에 VR기기 하나씩 보급되는 날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