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오션’ 시장, 인디 감성으로 활로 찾는 게임사들
2017.06.05 17:21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최근 게임 시장은 레드오션을 넘어 블러드오션(피바다)이라고까지 비유된다. 유수의 IP와 자본을 앞세운 대작이 매출 상위권을 점령하고, 어지간한 사양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높다란 진입장벽을 형성했다. 이에 업계에서 한가락 한다는 게임사라면 너도나도 더욱 그럴싸한 IP와 자본을 그러모아 승부수를 띄우는 실정이다.
다만 모든 업체가 정공법을 택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누구나 주류 장르에 도전해볼 기회가 있었지만 작금의 게임 시장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도저히 진입장벽을 넘어설 수 없다면 샛길로 들어가는 것도 한 가지 방편. 대작 틈바구니에서 오히려 몇몇 소규모 프로젝트의 실험적인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지난 4월, 데브시스터즈의 조그마한 플랫포머 ‘테이프 잇 업!’이 47개국 애플 앱스토어에 깜짝 피처드됐다. 2D 픽셀아트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간단하면서도 중독적인 플레이가 뭇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개발자 서너 명이 직접 제안한 기획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제작한 소규모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 사내 소규모 프로젝트로 출시에 이른 '테이프 잇 업!' (사진제공: 데브시스터즈)
넥스트플로어 또한 ‘지하연구소’라는 사내벤처로 소규모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농장주와 두더지의 사투라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한 디펜스 ‘팜키퍼’부터 팔씨름에 착안한 액션 ‘암버스터즈’, 정통 리듬게임을 표방한 ‘하이퍼스페이스 다이버’, 고전 아케이드의 재미를 되살린 콘솔 출시작 ‘키도’가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게임사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개발력을 배양하고 나아가 틈새시장을 찾아내 선점할 기회를 얻는다. 다만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접근이기에 개발 기간이나 마케팅 지원 등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 마치 부족한 여건을 창의적인 소재와 색다른 방법론으로 극복하는 인디(independent, 독립 개발) 게임과 유사하다.
▲ 참신한 게임성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지하연구소 (사진제공: 넥스트플로어)
이른바 게임사 내부의 ‘인디 아닌 인디’다. 당장의 매출을 쫓기보단 새로운 장르와 수익모델을 우선 도입하고 국내외 유저 성향을 분석하는 일종의 척후병. 따라서 활로 찾기에 급급한 중소 업체뿐만 아니라 주류 장르에서 경쟁 중인 선두 기업에게도 소규모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다. 매번 5~6년씩 소요되는 대작에만 매달리다간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넥슨은 근 몇 달간 레트로풍 액션 ‘이블팩토리’와 독특한 분위기의 어드벤처 퍼즐 ‘애프터 디 엔드’, 그리고 고전을 재구성한 ‘로드러너 원’까지 인디 감성 충만한 신작을 여럿 내놓았다. 이들은 넥슨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린 부분유료화를 탈피하여 과금 유도가 거의 없거나 아예 무료로 풀렸다. 소규모 프로젝트가 지닌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시도가 늘어날수록 시장에 다양성이 증가하고 선택의 폭도 한층 넓어진다. 그렇기에 설령 매출을 내지 못하더라도 실패작이라 못박아선 안 된다. 만약 새로운 도전을 주저했다면 블루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고무적인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인디 아닌 인디’를 향한 게임사의 소규모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새로운 장르, 수익모델 도전은 중소 게임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진제공: 넥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