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보통의 이야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신작 인터뷰
2017.06.17 09:19 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공식 홍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독특한 캐릭터와 깊은 여운의 스토리로 조용히 떠오른 인기작이 하나 있다. 바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015년에 발매된 스퀘어에닉스 어드벤처게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소녀가 내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만화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영화 '나비효과' 같은 스토리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 게임의 주된 재미. 비록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5개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끝나며 완결됐지만, 많은 팬들이 다시 한 번 특유의 감동을 느끼게 해줄 후속작을 기대했다.
그런데 'E3 2017'에서 공식적으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차기작 개발 소식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작품의 이름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스토리상 전작의 프리퀄에 해당하며, 주인공은 전작의 동료였던 '클로이'가 맡았다. 마침 'E3 2017'에 참가했던 기자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열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의 비공개 시연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 'E3 2017'에서 공개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시연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이번 작품이 전작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전작의 주인공은 얌전하고 선량한 성격에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을 지닌 소녀 '맥스'였다. 그러나 이번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의 주인공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일탈소녀 '클로이'다. '클로이'는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재혼하고, 소꿉친구는 이사를 가버리는 통에 혼자 남겨진 상황이다. 16살 사춘기 때 이러한 상실을 겪은 '클로이'는 점점 일탈을 거듭하고 술, 마약, 폭력에 노출되어간다.
다만 아쉽게도 전작의 핵심요소였던 '시간 되감기'는 이번 작품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클로이'는 '맥스'와 달리 보통의 소녀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선택을 바꾸는 식의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대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문제에 직면하여,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감상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전작에 있던 '시간 되감기'를 제거한 대신, 보다 현실적이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방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마침 시연이 끝난 후 열린 개발자 인터뷰에서 그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 인터뷰가 진행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부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달라
만나서 반갑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은 재크 개리스라고 한다.
시연을 보니 스토리상 전작 프리퀄이고, 전작에 나왔던 인물도 여럿이 다시 나오더라. 전작을 안 해본 사람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좋은 질문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실제 세계에서 있을 법한 상황과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게임은 힘든 시기를 보내는 16세 소녀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친했던 친구는 이사를 가버리는 등 고립된 상황이다. 외로움 속에 방황하던 '클로이'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스토리에서 나오는 감정들은 전작을 몰라도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에서는 초능력을 이용한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그런 요소는 없나?
이번 작품에서는 의도적으로 '클로이'에게 초능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초능력에 의존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스토리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았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조금 더 현실적인 한계를 지닌 인물이 방황하고 고뇌하는 감정을 그리고 있기에, 보통의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대신 게임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을 준비했다. '클로이'의 불안정하고 반항적인 성격을 반영한 선택지 요소도 있고, 일종의 퍼즐 같은 콘텐츠도 있다. 전작 못지 않게 즐길거리가 많으니 기대해도 좋다.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많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의 엔딩이 전작 시작과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이어지지 않는다면 프리퀄인 이유가 사라질 것 같은데
어떤 선택을 하든 전작과 이어지는 개연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사실 이번 작품의 엔딩이 전작의 시작과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전작으로부터 3년 전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전작 주인공인 '맥스'는 아직 마을로 이사 오기 전이고, '클로이'도 본격적인 일탈을 시작하지는 않은 때다. 시간적으로 먼 과거라는 점으로 이번 작품과 전작 사이에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여백을 설정해놨다.
전작을 아는 사람은 스토리의 결말을 아는 셈이니 동기부여가 덜 되지 않을까?
전작에서 '클로이'는 '맥스'에게 자신과 '레이첼'의 관계에 대해 한 번도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맥스'에게조차 말하지 않을 정도로 개인적인, 숨겨진 감정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전작에는 스토리상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하게 설명되는 요소들이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처럼 숨겨진 과거를 다루므로 전작을 해본 유저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본다.
전작은 5개의 에피소드로 완결됐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의 볼륨도 비슷한 수준인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3개 에피소드로 완결내도록 기획됐다. 대신 외전격인 네 번째 에피소드 '페어웰(Farewell)'을 준비했다. 여기서는 '클로이'가 아닌 전작 주인공 '맥스'로 다시 플레이하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맥스'는 미래에서 시감을 되감아 과거로 온 상태다.
전작에서도 '맥스'가 '클로이'의 과거로 가서 만나는 장면이 있었다. '페어웰'은 전작 팬들에게 바치는 선물인가?
그렇다.
▲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인터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서사와 스토리가 중요하다 보니 영어를 모르면 즐기기 힘든 면이 있었다. 현지화 예정은 있나?
유럽에서 사용되는 여러 언어들로는 현지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한글화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
한글화는 아직 논의도 안 됐다는 이야기인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이다.
전작에는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번에도 여러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나? 아니면 두 소녀 사이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었나?
전작 캐릭터 중 다시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 물론 새 캐릭터도 나온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에서는 모든 캐릭터를 양면성을 지닌 입체적 인물로 묘사하고자 했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이들은 추하고 이기적인 모습과, 친근하고 선량한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또한 '클로이'는 전작 주인공 '맥스'라면 안 갔을 법한 위험한 장소도 자주 가게 된다. 따라서 만나게 되는 캐릭터도 주로 그런 장소에 어울리는 위험한 인물들로 상정됐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돈노드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전작과 달리 덱나인 게임즈에서 제작을 맡았다. 이번에 새로 개발에 참여한 라이터로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나?
우선 새 개발진이 모두 전작 팬들이다. 그렇기에 가급적 전작 특유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선함을 주도록 애썼다.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프랜차이즈를 작업하게 되서 부담도 되지만, 크리에이터로서 굉장한 영광이고 무척 흥분된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인공 '클로이'의 성우가 바뀌었던데. 전작 성우가 독특한 감정을 담아낸 목소리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점을 생각하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새로운 성우는 어떤 점에 신경을 쓰고 채용했나?
전작에서 '클로이'를 맡았던 애슐리 버치가 계속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 버치는 '클로이'의 매력을 십분 보여줬었다. 새 성우는 단지 목소리만 비슷한 성우가 아닌 '클로이' 특유의 반항심, 고립감, 분노 등의 감성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을 골랐다.
시연 영상을 보니 상당히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던데. 10대의 음주, 마약, 폭력, 동성애 등이 나오더라. 수위는 얼마나 되나?
미국 기준으로 18세 이상 이용 가능 판정을 받았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매우 조심스럽게 작업 중이다.
초능력이 사라지면서 텔테임 게임들의 서사 위주 게임들과 비슷한 느낌이 된 듯하다. 어떤 특징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전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계승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우리는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인간미를 탐험하는 스토리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전작의 시간 되감기 능력은 없지만, 새로 추가한 게임 시스템을 통해 다른 어드벤처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제공한다. 추가되는 플레이 방식은 전작에도 없던 것이다. 지금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달라. 물론 전작에서 호평 받았던 음악도 여전하다.
한국의 게임메카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은 힘든 시기를 겪는 소녀의 방황과 고뇌를 그린 서사성 짙은 게임이다. 인생의 힘든 시기에 느끼는 여러 감정들, 그리고 이 때 찾아오는 운명적인 만남과 특별한 관계를 그리고자 했다. 이러한 점은 국가, 성별, 인종을 떠나 누구나 공통점으로 공감할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게이머들도 부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을 통해 특별한 감성적 체험을 즐겨주셨으면 한다.
▲ 인터뷰에 응해 준 시나리오 라이터 자크 개리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